친족이면 봐준다...'친족상도례'

  • 박수홍 친부, "내가 큰아들에게 횡령 사주했다" 주장
  • 이언 변호사, 이미 친형의 범행이 드러나 어려울 것
  • 흉기휴대공갈죄에도 친족이라 눈감아준 법
  • 친족상도례...성년후견인제도에는 적용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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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07 09:15
수정 : 2022-10-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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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박수홍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5일 방송인 박수홍(52)이 전날 부친에게 폭행을 당한 가운데 부친이 큰아들이 아닌 자신이 횡령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친족 간의 범행에서 직계혈족일 경우 형을 면제해주는 친족상도례를 악용한다는 우려가 있다.
 
박수홍은 지난 4일 오전 10시께 서울서부지검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된 친형과 대질 조사를 받았다. 이날 대질 조사에는 박수홍과 아버지, A씨의 아내이자 박수홍의 형수도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 과정에서 부친 박씨는 박수홍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흉기로 위협하겠다는 등의 폭언을 쏟았다고 박수홍 측은 주장했다. 이 모습에 충격을 받은 박수홍은 절규하다 실신했고, 긴급출동한 앰뷸런스 차량을 타고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수홍은 지난해 4월 친형 부부가 법인 자금을 횡령하고 출연료를 개인 생활비 등으로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냈다. 또한 형사 고소와 별도로 지난해 6월에는 8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추가 횡령 정황이 발견됐다며 손해배상 요구액을 116억원으로 늘렸다.
 
박수홍의 법률대리인 측은 “박수홍 아버지는 형 대신 모든 죄를 뒤집어쓰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횡령과 자산관리는 본인이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친족상도례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홍의 형은 ‘동거 중인 친족’이 아니기에 범죄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 고소하면 처벌 가능하다. 그러나 부친이 횡령을 한 경우 친족상도례 대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박수홍의 형과 형수도 “아버지 심부름을 했던 것뿐이고, 아버지가 총괄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법무법인 강남 이언 변호사는 “박수홍의 친형이 매니저 활동을 하고 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된 이상 아버지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아버지 단독범행일 경우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만 친형의 범행이 드러났기에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오히려 사안에 따라서는 친부가 허위로 자신이 범인임을 자처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을 기망하는 경우 친부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여지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무법인 케이엘에프 박대영 변호사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성립 여지에 대해 적용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대해 허위사실을 진술했다 하여 바로 이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는 없다”는 판례를 들며 성립여부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형법 제328조(친족 간의 범행과 고소)
①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② 제1항 이외의 친족 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③ 전 2항의 신분관계가 없는 공범에 대하여는 전 이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아주로앤피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된 사례를 살펴봤다.
 

소주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흉기휴대공갈죄에도 친족상도례 적용돼
2010년 8월 법률신문에 따르면 흉기휴대공갈죄에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깨진 소주병으로 장애인 조카부부를 위협해 돈을 가로챈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 제354조, 제328조의 규정에 의하면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공갈죄는 그 형을 면제해야 하고 그 외의 친족 간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따라서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인과 친족관계에 있는 피해자에 대한 흉기휴대공갈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죄를 형법 제354조, 제328조에 의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할 수 있는 친고죄로 보고 제1심 판결선고 전에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 의사가 표시된 합의서가 제출됐다는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한 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년후견인이 친족이라도 친족상도례 적용 안돼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동생의 보험금으로 빌라를 구입한 친형에게 2017년 11월 실형이 선고됐다.
 
형은 동생의 성년후견인이었다. 지난 2013년 7월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이후 성년후견인이 피후견인인 친족의 돈을 횡령한 혐의로 처벌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은 친족 간 절도, 횡령 등의 재산 범죄가 발생했을 때 형을 면제시켜주는 친족상도례 규정은 성년후견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형 A씨는 2011년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전신마비 장애를 입은 동생 B씨를 보살펴왔다. B씨의 유일한 혈족이었던 A씨는 동생을 보살피겠다며 2014년 제주지법에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해 동생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됐다.
 
이후 A씨는 동생 앞으로 나온 교통사고 보험금 1억2000만원과 은행 대출금을 합쳐 빌라를 구입하고 자기 명의로 등기를 마쳤다.
 
제주지법 형사3단독 신재환 부장판사는 동생의 보험금을 자기 집을 사는 데 써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신 부장판사는 “성년후견제도를 기반으로 한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관리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일축했다.
 
민법 제9조(성년후견개시의 심판) 제1항 가정법원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한다. 제 2항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때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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