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하대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 인하대생 인턴 기자가 본 '재학생 사망 사건'
  • 학생들 사이에서 언론 취재 윤리, 선정 보도 지적 많아
  • 피해자 추모공간 18일 오후 6시 폐쇄
  • 법의 심판으로 재발방지에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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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19 16:32
수정 : 2022-07-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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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하대 캠퍼스 내에 마련된 피해자의 추모공간에 음료수와 국화꽃이 놓여있다. [사진=성석우 인턴기자]

저는 아주로앤피 인턴기자입니다.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5학번, 모든 공부를 마치고 오는 8월 19일 졸업식만 남겨두고 있는 졸업 예정자입니다. 사실상 학교에 발끝만 걸치고 있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법과 관련된 이슈를 찾아서 기사를 쓰던 중 학교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을 들었습니다. 특히 피해자, 가해자가 학교에 갓 들어온 22학번 신입생이라는 점에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가 저를 감쌌습니다.
 
인하대 출신으로서, 18~19일 이틀 동안 모교의 '사건 후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지금 19일 오후 2시 저는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용현캠퍼스 정문 앞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7월 중순의 학교는 방학을 맞아 한산한 모습입니다. 노트북과 책을 들고 도서관을 향하는 학생들부터, 인경호(인하대 용현캠퍼스 가운데 위치한 호수)를 걷는 노부부 등 산책하는 주민들이 눈에 띕니다. 학기 중에 사람들로 빽빽하던 이 카페의 지하에도 저밖에 없습니다. 분향소가 설치돼, 헌화객과 기자들이 몰린 어제(18일)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어제와 오늘 모교인 인하대학교를 찾아 느꼈던 소회를 밝혀보고자 합니다.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 A씨(20)가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환영받지 못하는 기자들
“사실 제일 미운 사람은 기자들이에요.”
 
이야기를 나눈 학생들은 조심스레 제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어서 학생들은 학교에 취재하러 온 기자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합니다. 이들은 안타까운 사건을 언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확대시켰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먼저, 학생들 사이에서 언론윤리가 실종됐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몇몇 언론사는 기사에서 피해자의 발견 상태의 모습을 ‘나체로’, ‘탈의한’, ‘옷 벗은 채’ 등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사건의 본질과 관계가 있거나 꼭 필요한 표현이라고 보기 힘들고 피해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언론사의 ‘클릭 수 장사’에 이용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런 언론의 행태를 2차 가해라고 지적하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학생들은 학교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일부 글을 보도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합니다. 커뮤니티 특성상 다양한 의견의 게시물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자극적이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글을 인하대 학생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기사를 쓰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취재가 부족한 상태에서 만든 기사가 문제라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사건 후 유명 언론사들은 인하대학교 총학생회의 입장을 보도하며, ‘감정 과잉’이라는 이유로 글을 문제 삼았습니다. 모 언론사는 ‘백일장이냐’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조국 사태’ 이후 언론은 각 학교의 총학생회가 내는 입장문에 주목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보도 행태가 크게 이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재학 중인 A 학생은 ‘언론사의 비판이 틀린 말은 아니나, 현재 인하대 총학생회의 상황에 대해서 알면 하지 못할 소리’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인하대 총학생회는 ‘1인 체제’로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전 총학생회의 임기가 끝나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이 구성원을 모두 임명하기 전에 사퇴하는 바람에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는 권한대행 한 명이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입장문 하나에 매달릴 여력이 없다고 덧붙입니다. 현재는 사건의 원활한 대응을 위해 학생 공동운영 TF(태스크포스)팀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한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취재원을 구하기 힘들다’고 어려운 점을 토로했더니, ‘학생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보도될까봐 부담스러워한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말을 잘 새겨들어 ‘부담 없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언론환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캠퍼스 안에 '인하대생 성폭행 추락사' 피해자를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지는 추모 분위기
18일 인하대학교 후문과 2호관 사이에는 많은 학생들이 국화를 들고 추모공간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를 애도하기 위해 방학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학교까지 찾아오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ㅇ’ 꽃집은 추모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국화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피해자가 겪은 안타까움을 모두가 공감하는 듯했습니다.
 
유족들의 요청으로, 18일 오후 6시에 피해자를 애도하기 위해 설치된 추모공간은 폐쇄됐습니다. 추모공간 폐쇄 소식을 미리 들은 학생들은 오후 5시가 넘자 헌화하기 위해 빠른 발걸음으로 추모공간을 향했습니다. 오후 5시가 넘자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추모공간에 설치된 판넬이 넘어질 때면 헌화객을 포함한 주변을 지키던 모든 학생들이 달려와 제자리로 놓곤 했습니다.
 
추모공간은 없어졌지만, 추모 분위기는 이어졌습니다. 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현재도 여전히 피해자를 애도하고 2차 피해를 막도록 노력하자는 글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학교 차원에서도 입장문을 냈습니다. 인하대학교 성폭행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일동은 입장문에서 ‘머리 숙여 삼가 애도를 올린다’며 ‘형언하기 어려운 슬픔에 빠져있을 유가족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2차 피해를 막기 위하여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며 ‘폭력 근절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겠다’고 대책도 밝혔습니다.
 
학생사회에서도 추모의 움직임은 이어졌습니다. 모 소모임은 이달 말에 예정됐던 MT를 취소했습니다. 소모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계획된 MT인 만큼 기대감이 컸지만, 추모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이와 같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많은 동아리와 소모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 A씨(20)가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발방지에 힘을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예전과 같은 학교의 평화가 다시 찾아오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적절한 대응 없이 무작정 이 상황이 흘러가기만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경찰이 가해자에게 적용한 혐의는 ‘준강간치사’입니다. 준강간치사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일 때 간음·추행해 상해를 입혔을 때 적용되는 혐의입니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사망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형법 제301조의2 강간치사(준강간 포함)가 적용됩니다. 
 

[사진=지난 18일 아주로앤피 기사 '준강간치사' 인하대 A씨…'준강간살인'이라면]

현재의 혐의가 그대로 적용되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수사 과정에서 살해 고의성이 입증된다면,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하대를 넘어 전국의 많은 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법원의 엄중한 판단으로 이들의 불안감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학교 측은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통해 ‘피해자 신상털이범’들을 처벌해야 합니다. 사건 직후, 피해자의 신상이 특정되며 SNS에서 유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모 언론사는 이를 두고 ‘죽음이라는 비극을 말초적 쾌락으로 소비하려는 저열한 호기심’이라고 규정했는데 매우 적절한 표현입니다. 무거운 법적 처벌만이 재발을 막을 수 있기에 학교 측의 적극적인 조치가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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