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법] 우리은행 600억 횡령…손태승·이원덕 법적 책임은?

  • 자산기준 국내 4위 우리은행에서 10년 간 614억 횡령
  • 우리은행·금감원 책임 못 피할 듯…임원진들도 징계 예상
  • 당시 외부감사 맡았던 안진회계법인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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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3 14:09
수정 : 2022-05-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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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지난달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은 A씨 동생이 공범 혐의로 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금융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시중 은행에서 6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금융사 중 신용도가 가장 높고, 대다수 국민들이 예·적금을 위해 통장을 만들고 대출을 받는 제1금융권 은행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충격이 크다. 자산 규모 기준 국내 4위 우리은행 얘기다. 

우리은행은 내부감사 결과 2012~2018년 A 차장이 614억원을 횡령한 정황을 파악했고 당사자는 구속됐다.
 
이 자금은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추진할 당시 이란 다야니 가문에서 받은 계약금이다. 당시 계약이 파기되며 계약금 반환 소송이 진행됐고 반환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해당 금액은 우리은행이 돌려줘야 할 보증금이었다.
 
A씨는 횡령금을 “다 썼다”고 주장했다. 횡령금 중 100억은 A씨 동생인 B씨의 사업자금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뉴질랜드 골프장 리조트 개발사업을 추진하다 80억여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로앤피'는 A씨가 어떤 처벌을 받고, 사건의 책임 소재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회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등 어디까지 있는지 살펴봤다.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횡령액 5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까지
A씨는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에서 일하면서 2012년 10월 12일, 2015년 9월 25일, 2018년 6월 11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잠정 추산 614억5214만6000원을 개인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후 A씨는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경찰은 횡령액 중 일부가 A씨 동생의 사업 자금으로 흘러간 단서를 포착해 A씨 동생도 체포했다.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에 따르면 횡령으로 인한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번 사건에서 A씨는 약 500억원, A씨 동생은 100억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이원덕 우리은행장 [사진=우리금융지주 홈페이지 캡처]

◆'완전 민영화 원년' 우리은행…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먹구름 드리워
이번 거액 횡령사건으로 인해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려던 우리금융은 위기에 처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월 7일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 신임 행장에 이원덕 수석부사장을 내정했다. 손태승 회장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췄던 이 행장을 통해 지주사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최근 완전 민영화를 완료한 조직에 활력과 안정을 추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손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해 타격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DLF란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우리은행 등은 2019년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F를 총 7950억원 규모로 판매했다. 하지만 같은해 하반기 글로벌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DLF 판매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내부통제 의무 소홀과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손 회장은 이에 불복해 징계취소 소송을 냈고 지난해 8월 1심에서 승소했다. 현재 금감원의 항소로 서울고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행장은 이번 횡령 사건 직후인 지난달 29일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공적자금의 멍에를 벗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어서는 안 될 횡령 사고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 결과에 따라 당사자는 물론 추가 연관자들이 있다면 그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이 지워질 것”이라며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사진=아주경제 DB]

◆신뢰 생명, 제1금융권에서 발생한 거액 횡령…책임 범위
우선 은행 내부적으로 책임이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은행법 등은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업무 과정에서 지켜야 할 내부통제 기준·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은행법 시행령 제20조의3 제5항에 따르면 은행은 금융사고 금액이 3억원 이상인 경우 금융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까지 금융사고 내용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또 금융사고 발생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은행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공시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횡령 사실을 지난 10년 동안 인지하지 못했고 지난달 27일이 되어서야 횡령 사실을 발견해 금감원에 보고했다.

우리은행에서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임직원도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라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5조는 금융회사는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총괄할 준법감시인을 사내이사나 업무 집행 책임자 중에서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통제 기준에 담겨야 할 구체적인 내용이나 이를 위반했을 때 제재 조항 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우리은행의 600억원 규모 횡령 사건은 전형적인 내부통제 제도 미비 문제”라며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내부통제 제도 강화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제도에 어떤 허점이 있어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이후 역대 우리은행장과 작년 발생한 은행권 금융사고 현황 [자료=아주경제 DB]

이어 은행장이나 지주 회장까지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정 금감원장은 “내부통제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충분한 정도의 전문가로서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면 그에 대한 사후 책임을 당연히 물어야 한다”며 최고경영자(CEO)를 제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금융당국은 거액 횡령 사건이 발생했던 국민·조흥은행 은행장 등에게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은행 임직원이 당국의 중징계를 받으면 향후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지난 2006년 4월 조흥은행 면목남지점에서 자금 결제 담당 직원이 공금 412억원을 빼돌린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금감원은 자금결제실 등 사고 관련 부서에서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점을 확인하고 사고 관련 임직원 20명에 대해 문책 등 조치를 취했다.
 
또 국민은행에선 지난 2013년 직원들이 국민주택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아 113억원의 이익을 챙긴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국민은행은 기관경고와 함께 경영유의 7건, 임원 1명과 3명에게 각각 문책 경고와 주의적 경고의 징계를 받았다.

금융권을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도 횡령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 초까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하면서도 이런 거액의 횡령사고에 대한 낌새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금감원장은 “왜 금감원 감독을 통해 횡령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사진=연합뉴스]

◆당시 외부감사 진행했던 안진회계법인도 책임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안진회계법인 감리에 착수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금감원이 정식 감리에 돌입한다면, 안진회계법인이 보관하고 있는 감사조서의 내용을 토대로 회계법인 측 과실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조서란 감사인이 감사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감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을 기록한 것을 말한다.
 
우리은행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안진회계법인은 횡령 사고가 발생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감사를 진행하고 ‘적정의견’을 냈다. 재무제표에 적힌 숫자가 사실인지 확인하고, 그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해야 할 감사인이 횡령 사실을 제때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최초 횡령이 발생한 시점이 약 10년 전인 만큼, 의무 보관 기간이 지난 감사조서가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제19조는 감사인의 감사조서 의무 보관 기간은 8년으로 규정했다.
 
회계법인이 감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되면 외부감사법상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외부감사법 제41조에 따르면 감사인 또는 공인회계사나 감사업무와 관련된 자가 감사조서를 위조·변조·훼손 또는 파기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017년 대우조선해양의 5조원대 분식회계 사건 당시 외부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 소속 전·현직 회계사 4명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유도 감사조서를 변조했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은 대우조선해양 측 회계 조작과 이중장부 기록 사실을 확인하고도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거짓으로 기재하고, 당국의 감리 과정에서 감사조서를 변조해 제출한 것이 드러났다.
 
정 금감원장은 “회계법인은 감사를 할 때 시재가 확실히 존재하는지 그리고 재고자산으로 존재하는지를 꼭 봐야 한다”면서 “회계법인이 외부 감사를 하면서 왜 이런 것을 놓쳤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