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칼럼] 불신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이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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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
입력 : 2021-06-12 09:00
수정 : 2021-06-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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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로고스 제공]
 

얼마 전 오래간만에 한강 잠수대교를 걸어서 건너보았다. 맨날 차만 타고 건너던 다리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마음속까지 상쾌했다.

그런데 잠수대교 남단으로 걸어가면서 보니 오른쪽으로 한강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 안쪽으로는 뭔가 이것저것 놓여 있는 것 같았다. 궁금하여 그쪽으로 가보니 바닥에는 꽃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고, 사람들이 써놓은 글들이 이리저리 붙어 있었다. 고 손정민 군이 실종되었던 장소에 사람들이 손군을 추모하는 꽃과 글들을 갖다 놓으면서 하나의 추모 공간이 된 것이다.

그런데 글들을 보니 손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글들도 많았지만, 그것만큼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글, 경찰 수사를 비난하는 글도 많았다. 그리고 추모 공간 앞에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경찰 수사 잘한다(O), 못한다(X) 칸에 빨간색 스티커를 붙이는 판을 세워 놓았는데, 못한다(X) 칸에만 빨간색 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고, 잘한다(O) 칸에는 단 하나의 스티커도 붙어 있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이것도 일종의 여론조사라 할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반대의견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동의도 없는 그런 여론조사가 있었던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경찰 선박이 그 앞 한강가에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작업을 하고 있으니, 몇몇 사람들이 경찰 선박을 향하여 욕을 하는 것이었다. 한 남자는 아예 핸드마이크를 켜고 쇼 하지 말라며 소리를 친다.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이 정도까지인가? 이게 어떤 정치적 사건에 대한 수사도 아니고, 통상의 변사 사건의 원인을 밝혀내려는 수사일 뿐인데, 경찰이 굳이 왜곡된 수사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더구나 뉴스를 타면서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보는 사건인데 말이다.

유튜브 채널에서 마련해놓은 게시판에 붙여놓은 포스트잇 중에는 에스비에스(SBS)에서 손군의 사망에 대해 다룬 탐사보도 <그것이 알고싶다>도 못 믿겠다는 내용도 여럿 있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이 프로그램을 찾아 시청해 보았다. 방송은 사소한 실수는 있었지만 중립적 입장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객관적·과학적으로 꽤 심도 있게 다루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모두 손군의 타살 가능성에는 무게를 두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도 타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이렇게 경찰 수사도, 방송도 못 믿겠다며 난리인가? 그동안 경찰이 일부 사건에서 왜곡·편파 수사를 한 것, 더 나아가 천안함, 세월호 사건 등에서 온갖 의혹이 난무함에도 정부가 시원하게 진실을 밝히지 못하던 것 등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인가?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심지어 이를 이용하여 조회수를 올려 이익을 보려는 자들이 자극적인 가짜 뉴스까지 만들어 퍼뜨리면서 우리 사회가 불신의 늪으로 빠져든 것 같다. 게다가 공정해야 할 언론이 이를 제대로 바로 잡아 주지 못하고, 개중에는 오히려 여기에 동조까지 하면서 더욱 불신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러한 불신 풍조는 국민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한다. 내가 통계는 살펴보지 못했지만, 아마 G20 국가에서 한국이 사회 갈등 해소 비용을 제일 많이 지출하지 않을까? 이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소박한 내 생각으로는, 이를 위해서 정부는 솔직해야 할 것 같다. 요즈음 인터넷 정보망이 발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가 활발하기에 정부가 과거처럼 국민을 통치의 객체로만 생각하고 다스리려고 하면 오히려 정부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정략적 계산으로 국민을 대하지 말고 투명한 정부가 되어야 한다.

국민들로서도 요즘같이 불순한 정보, 가짜 뉴스 등 온갖 정보가 판치는 세상에서 깨어 있어야 한다. 믿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자기의 생각과 다른 주장에 대해서도 열려 있어야 한다.

손군의 죽음을 두고 우리 사회의 불신 풍조가 이 정도까지인가 하는 탄식에 이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하는 나의 생각을 얘기해보았지만, 결국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평범한 얘기만 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부디 사회 각계 각층에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을 불신의 늪에서 구출할 지혜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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