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기자의 이슈 톺아보기] 지역주택조합 사업 무산땐 계약금 돌려받을 수 있나

  • 추진위 상대로 민사소송한 A씨
  • 재판서 이겨도 반환여정은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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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02 03:00
수정 : 2021-03-0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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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인 소개로 부산에서 주택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B씨를 알게 됐다. B씨는 A씨를 홍보관으로 불러 "시공사가 대기업 건설사다. 부지 중 95%의 토지를 매입했다. 사업이 무산되면 그때까지 지급된 돈은 모두 반환한다. 일반분양보다 훨씬 싼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는다"며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A씨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주택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조합원안심보장서가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보장서에는 '토지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못해 사업이 무산되면 조합원 가입자가 납입한 계약금과 업무추진비 일체의 반환을 약속한다. 약속기한은 2017년 10월 31일까지'라고 기재돼 있었다. A씨는 계약금을 모두 지급했다. 중도금은 전액 무이자 대출이라 더 이상의 부담은 없어야 했지만 B씨는 계속 업무추진비 명목의 돈을 요구했고, 그 대가로 에어컨·중문 무상 설치를 약속했다.

이후 A씨는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 줄만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듣도 보도 못한 모 회사가 부지의 3분의 1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A씨를 비롯한 조합원들이 몰려가 항의를 하자 B씨는 오히려 "모 회사와 협의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1인당 2000만원을 추가 입금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그제야 처음에 광고로 설명했던 사업부지 95% 매입이 거짓임을 깨달았다.

결국 A씨 등 조합원들은 지역주택조합설립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우선 원고들은 피고에게 약정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원고는 "모 회사가 사업부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토지를 경락받았으므로 피고가 2017년 10월 31일까지 주택건설대지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의 사용권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택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피고는 2017년 10월 31일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조합원안심보장서에 따른 약정금 반환을 요구했다.

또한 원고는 "피고는 사업부지의 95% 이상 사용권 또는 소유권을 확보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피고는 사업을 성공시킬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을 기망해 돈을 편취했다"는 점도 주장했다. 즉, 피고는 사기로 인한 의사표시를 취소하고 부당이득을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재판은 원고 승소로 싱겁게 끝났다. 피고가 소송에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승소 기쁨도 잠시. 재판은 이겼지만 계약금을 얼마나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합원들한테 걷은 60억원 가운데 상당액이 이미 소진됐고, 20억원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사람들이 모여 조합을 결성해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비를 부담해 직접 주택을 만드는 방식이라 일반적인 주택매입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토지 확보가 어렵고, 누구나 조합을 만들 수 있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한 시행사가 난립하기도 하고, 조합장과 시공사 간에 비리도 너무 많이 발생한다"며 "지역주택조합사업 참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도 파주 한 아파트 조감도. [자료=파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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