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칼럼] 벌거숭이산, 우리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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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입력 : 2021-09-25 06:00
수정 : 2021-09-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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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승국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제공]

차를 타고 산 옆을 지나가거나 등산을 하다보면 산의 한쪽 면에 나무가 모조리 잘려나간 것을 볼 때가 있다. 마치 전동식 이발기계(바리깡)로 머리 일부분의 머리카락을 밀어낸 것처럼... 나는 처음 이런 것을 보았을 때, 산불이 나서 베어버렸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병충해 때문인가 하였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멀쩡한 나무들을 베어낸 것이다. 그런 풍경을 자주 목격하면서, 왜 멀쩡한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내는지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벌목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모조리 베어내는 건 아니지 않는가? 이런 산을 지나면서 겨우 풀만 군데군데 남아 벌건 흙을 드러내고 있는 산의 모습이, 내게는 너무 처참하게 비쳐졌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유튜브를 검색하면서 2021. 6. 25. 방영된 KBS 시사직격이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았는데, 그 영상에서 마침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나무들을 깡그리 베어내는 것을 ‘모두베기’라고 한다는데,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모두베기를 한단다. 탄소 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이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한다는 것이다. 산림청은 이를 위해 산주(山主)들에게 재조림(再造林) 보조금까지 주어가며 모두베기를 장려하고 있단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것인데? 그렇기에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베어내는 것이 아니라 더 심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산림청 얘기는 나무가 30~40년 이상 자라면 성장이 느려지면서 탄소 흡수량이 현저히 떨어지기에, 이를 베어내고 새로 나무를 심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30~40년 나무들은 늙어서 쓸모가 없다는 것인데, 학자들은 나무 나이가 적어도 80년 이상 되어야 늙은 나무라 할 수 있단다. 무식한 내가 보기에도 평균적으로 사람보다 오래 사는 나무들이 30~40년만 되어도 늙은 나무로 취급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도 30~40대는 사회적으로 한창 정력적으로 일할 나이가 아닌가? 그리고 30~40년 나무들만 베어내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모두베기를 한다는 것은 베어내는 면적 내의 나무들은 어리고, 늙고 할 것 없이 모조리 베어내는 것 아닌가? 그런데 모두베기를 하면 멀쩡한 나무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산의 경사면에 맨땅이 드러나면 산사태 우려도 높아진다. 더구나 모두베기를 위해 포크레인을 동원하여 산을 헤집고 다니면, 표토(表土)가 교란되어 그만큼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표토에서 30cm 깊이까지는 탄소 저장고라고 할 정도라는데, 포크레인이 이를 헤집고 다니면 오히려 일시에 탄소가 도로 배출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이해가 안 되는 모두베기 정책을 펼치는 것일까? 요즘 지구 온난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산업이 발달하면서 무분별한 자연 파괴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뽑고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발을 맞추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각 분야마다 탄소 중립의 목표를 할당하였다. 산림 분야의 할당량은 22%라고 한다. 산림 분야의 할당량이 22%나 된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데, 이런 할당량을 채우려면 무언가 사업을 벌여야 할 것이다.

당장 떠오르는 것이 산에 나무를 심는 것일 텐데, 우리나라는 이미 식목일을 지정하고 1960년대부터 나무 심기를 장려한 결과, 지금은 나무를 심을만한 벌거숭이산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니 30~40년 나무는 탄소 중립에 방해가 된다며 아예 모두베기를 하고 다시 나무를 심는 것이다. 이렇게 모두베기로 베어나가는 숲의 면적은 1년에 2만 헥타르 이상이고, 이는 여의도 면적의 69배나 되는 면적이라고 한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멀쩡한 나무들을 베어내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책이 어디 있는가? 더구나 1년에 여의도 면적의 69배나 되는 넓은 면적의 숲이 이렇게 싹쓸이 모두베기로 사라지다니! 다시 나무를 심는다지만 그 나무들이 자라서 원래 숲의 모습으로 돌아오려면 또 얼마나 세월을 기다려야 하는가? 정 이러한 조림정책을 펼쳐나가려면 이런 무식한 모두베기가 아닌 솎아베기를 해야 할 것이다.

나는 그동안 산 곳곳의 숲이 전동식 이발기계(바리깡)를 대듯이 깨끗이 밀려나간 것을 보면서 의아심을 갖다가,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영상을 보면서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프로그램의 제목이 <벌거숭이산의 진실, 우리만 몰랐다>인데, 그렇구나! 벌거숭이산, 그 진실을 우리만 몰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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