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故이소선 여사의 재심 법정…전태일 동생 "재심 통해 대한민국이 정의로운 나라 되길"

  • 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재판장 홍순욱), 故이소선 여사의 재심 열어
  • 전태일 열사의 친동생 전태삼씨 법정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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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9 17:20
수정 : 2021-09-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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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의 명패를 들고 있는 전태삼씨[사진=안동현]

故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故이소선 여사의 재심이 중반을 넘어가던 서울북부지법 402호.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남색 점퍼를 입은 한 남자가 뒤늦게 법정 안으로 들어왔다. 이날 재심의 유일한 피고인 유가족, 이소선씨의 아들이자 전태일씨의 동생인 전태삼씨였다. 그는 독재정권 시절 태릉에 있던 북부지원과 현 북부지법을 헷갈려 지각을 했다고 멋쩍게 말했다.


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재판장 홍순욱)은 80년 전두환 신군부의 독재 시절 계엄령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故이소선 여사의 재심을 열었다. 이소선 여사는 80년 5월 고려대 도서관 및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노동 집회를 연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故이소선 여사는 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친모로, 본인 또한 여생을 노동운동에 헌신했다.

이날은 재심 첫 공판기일이었지만, 판결 결과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 재판장은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계엄 포고 자체가 위헌 위법”이라며 “(이소선 여사의 혐의가)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는 것인지, 범죄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인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장은 검찰과 변호인 모두에게 당시 이소선 여사가 “어떻게 누구하고 얘기하고 만나서 어떻게 여기서 어떤 경위로 이렇게 연설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달라 요청했다. 이소선 여사 측의 변호인은 물론, 재심을 청구한 검찰은 이 여사가 무죄라는 점을 입증하려는데 목표가 같았다. 이들은 관련 증거를 찾아보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재판장은 80년 5월 4일 이소선 여사가 고려대 도서관에서 시국 성토 농성에 참석한 것과 5월 9일 여의도동 노총회관에서 금속노조원과 집회를 연 것에 대한 증거자료를 추가로 확보한 상태에서, 이를 다음 기일(10월 14일)에 심리하자고 했다.

다음으로 재판장은 공판을 마무리하기 직전, 피고인의 유족 전태삼씨에게 법정 진술을 요청했다. 전씨는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무슨 말부터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머뭇거렸다가 금세 자신이 경험했던 당시의 사건과 고통스런 기억을 토로해갔다. 이후 재판부는 전태삼씨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전태삼씨는 “80년 5월 달에 전두환 계엄 포고령으로 (이소선 여사에 대한) 지명수배를 내리고 어머니가 한 달여 가까이 피신해 다니다가 (수도경비사령부가) 가족들 아는 사람들 미행을 해서 어머니를 검거해서 서울 형무소에 가두어 놓았다”면서 “수도경비사령부에서 조그마한 수의를 입은 어머니의 몸에 오랏줄을 감아서 총검을 사이를 지나가시던 어머니”를 회상했다. 그는 전태일의 분신 이후 조직된 청계피복조합원들을 언급하며, 이들은 “다 지난한 아픔과 고통과 고통 속에서 배어나오는 통증을 참기 위해서 살아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씨는 “다 진술할 수 없지만 오늘 재판을 통해서 대한민국이 정의로운 나라,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나라, 모든 사람들 마음 속에 희망이 발하는 시간이 돼서 어머니의 명예 회복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전씨는 “전두환이가 정말이지 5.18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그런 날들이 있기를 고대하고 기대한다”면서 당시의 노동자와 시민을 탄압했던 “전두환이 뉘우치는 것만이 정의로운 나라, 민주주의가 되는 나라”가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 직후 북부지검 안준석 검사는 전태삼씨에게 추후 검찰에 들려 사건에 대한 진술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고, 변호인은 진술서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80년 당시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피고인 이소선의 아들 전태삼씨의 진술은 재심의 주요 증거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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