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칼럼]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들은 그의 손으로 거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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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성수 교수]

학자와 언론인들은 우리나라 장관 청문회가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검증보다는 주로 개인적 비위와 도덕적 흠결을 따지는 것에 집중되는 것을 보고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거듭 이야기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장관후보자들은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과 정치적 책임을 공유하는 일체로서 대통령과 같이 일할 사람이기 때문에 상원청문회가 능력과 자질에 큰 흠집이 없다면 완화된 검증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다. 문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장관후보자들의 능력과 전문성을 강조하며 흠집 내기 일변도의 청문회 제도는 다음 정권에서라도 꼭 바로잡을 것을 주문한 것도 공감이 간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문대통령이 지명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장관후보자 등의 경우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 하에서 행정 각부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장관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할 자질과 능력만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면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더욱이 신임 장관으로 임명되는 사람들의 임기는 고작 1년 정도에 불과한 점을 고려한다면 이 사람들이 무슨 대단한 정책에 대한 변화나 개혁을 이끌 수 있을 것도 아니며 단순히 현 정부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미국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대다수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은 장관을 포함한 공직후보자들의 삶이 정서적으로 눈감아줄 수 있을 정도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추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LH 사태에서도 보았듯이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앗아가는 공직자들의 투기행태나 비정상적인 재산증식은 개인적 비리를 넘어서서 국민들의 피해의식과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한국사회의 특유한 정서적 병리현상이 되어버렸다. 최근에는 흔히 아빠찬스와 엄마찬스로 대표되는 공직후보자들의 도덕적 해이현상은 공정과 정의에 목마른 젊은 세대의 깊은 공분을 일으키고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키웠다.

무엇보다도 교수출신의 후보자가 가족 외유성 출장 이외에도 학문의 영역에서 스스로의 연구에 대해 보다 엄격했으며 깊은 학자적 고민에서 배어나는 삶의 궤적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이 분야에 봉직하는 同學으로서 심히 유감스럽다. 후보자는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필자는 학생의 박사논문이나 석사논문을 개작한 논문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한 편의 논문을 쓰기 위해 수개월간 자료를 읽고 쟁점을 정리하며 작성한 글을 수없이 고쳐 쓰고 수정한 뒤에야 부끄럽게 세상에 내 놓을 뿐이다. 대다수의 연구자들도 연구라는 두렵고 엄정한 극한직업을 힘들게 수행하고 있다. 배우자가 아무리 계량과 수치분석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과 제자의 논문에 습관적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오죽하면 여당의원 조차 배우자 외에는 그 일을 할 사람이 없냐고 겸연쩍게 물어 보아야 하는가. 백번 양보하여 지도교수가 제자논문에 등장하는 것은 몰라도 배우자를 관행적으로 끼워 넣는 것은 학문을 짬짜미나 품앗이로 생각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해양수산부 장관후보자가 평생 청렴한 공직생활을 하다 보니 노후를 걱정한 부인이 은퇴 후에 카페라도 차려볼까 영국도자기들을 사서 모았다고 하더라도 이건 좀 과하지 않는가. 특히 배우자의 외교관 신분을 이용하여 특권을 누리려고 했다면 이 역시 공정과 정의에 목마른 국민들을 불편하게 할 뿐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누가 지명한 것인가?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들에게서 국민들의 정서를 훼손하고 감정을 상하게 할 정도의 도덕적 흠결이 발견되었다면 국회의 의견을 구하기 이전에 대통령이 자신의 손으로 이 사람들을 거두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다. 청와대의 인사와 민정라인의 검증기능이 망가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참으로 개탄스럽지만 문정부 재임기간에는 어차피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국민적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전직대통령과 이재용부회장의 사면은 국민의 의견을 듣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왜 인사문제는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계속하여 국회의 시간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 문제를 국회보고 해결하라는 것은 여야의 극한 대립을 부추길 뿐이고 여당이 무리하게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면 피로감은 극대화 된다. 경제는 어렵고 코로나로 스트레스 받는 국민들에게 이런 모습을 계속 보일 것인가? 추장관과 윤총장 문제도 대통령이 책임지고 해결했다면 국민들은 1년 가까이 한국 헌정사에서 가장 추잡한 막장드라마를 강제로 보며 힘들어하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대통령이 공을 자꾸 국회와 다른 기관이 넘기는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것이다. 그러니 이번 장관 후보자 문제는 상식의 차원에서 자신의 손으로 거두기 바란다. 結者解之.

여당 의원들에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은 민주당원이기 이전에 국민의 선택을 받은 국민의 대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헌법도 당신들에게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도록 명령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퀴리부부니 벼룩시장 물건이니 낯 간지러운 소리하지 말고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고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대통령에게 이야기 할 의무가 있다. 당신들이 지켜야할 대상은 대통령과 청와대가 아니라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