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기자의 이슈 톺아보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LH 투기방지 법안들···과잉처벌 논란

  • 위헌 논란 재산몰수 소급적용은 제외...과잉 처벌 논란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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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23 03:00
수정 : 2021-03-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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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무기징역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논란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공공주택 사업 투기 방지법이 쏟아지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공직자의 처벌 수위는 높이고 투기 이득은 환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발의한 법안의 '과잉 처벌·소급 입법' 등을 둘러싼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아 향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논란 된 '소급적용' 위헌소지 이유로 삭제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LH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난 2일 이후 발의된 이른바 'LH 방지법'은 40여건에 달한다. LH 투기 의혹이 확산하자, 하루 평균 두 건의 법안이 발의된 셈이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9일 전체회의에서 업무 중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는 'LH 방지법'을 의결했다.

주요 내용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얻은 이익 몰수 △얻은 이익에 최대 5배까지 벌금 △얻은 이익이 50억원 이상이면 최대 무기징역 등이다. 공공주택사업자의 종사자 또는 종사자였던 자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자도 처벌받을 수 있도록 했다. 

쟁점이 됐던 이미 투기를 한 자에 대한 투기이익 몰수 등을 '소급적용'하는 내용은 빠졌다. 완성된 사실에 대한 부당이익 환수인 '진정소급입법'을 둘러싼 위헌 논란 때문이다. 진정소급입법이란 새로운 법을 적용하면서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의 신뢰보호 및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는 법률은 원칙적으로 헌법 제13조에 위반된다. 우리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않고,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일각에선 이미 땅 계약을 마쳤더라도 이익을 실현한 것이 아니라면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가 종료되지 않았다고 보고 부진정 소급입법으로 이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부진정소급입법이란 과거의 일정 시점에 개시됐지만 완결되지 않고 진행과정에 있는 상태의 사실 또는 법률관계와 그 법률적인 효과에 장래적으로 개입하는 입법을 말한다. 이는 원칙적으로 합헌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국회

법조계에서는 LH 직원들의 투기는 이미 완료된 상태라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결국 이러한 위헌성 논란 탓에 투기이익 환수의 소급입법 부분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가 LH 사태 이후에 이와 같은 입법 경쟁을 벌이는 것을 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법안 마련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고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형량만 높이면 투기가 근절된다는 식의 법안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형량을 높이면 까다로운 입증 요건으로 인해 기소율이 낮아지거나 실형의 유죄 선고율이 낮아질 수 있다. 

형량을 무작정 높인다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률에 규정된 범죄와 형벌을 비교해 '과잉 처벌'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은 3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가 유력해 보인다. 해당 법안들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수의 법조인들은 "무작정 형량을 올리고 재산상 이익을 몰수하는 법안을 만들기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감시 체계를 더욱 철저히 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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