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 ‘異意있습니다] ‘검사 줄사표 조짐’이라더니... 양치기가 된 언론

  • 툭하면 ‘검란’ ‘사표’ ‘평검사 회의’ 운운... 하지만 진짜 실행할 용기는 없는 듯
  • '반란' 선동하는 일부언론들은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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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10 09:29
수정 : 2021-03-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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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하면 검사들의 줄사표가 현실화 될 것이다”

지난 4일 윤석열 前검찰총장이 사표를 내기 전후에 상당수 언론들의 보도내용이다. 여기서 한술 더떠 모 경제지의 팀장급 기자와 여러 개의 통신사를 거느린 또 다른 경제지의 검찰출입 기자는 “고검장들이 줄사표를 낸 뒤, 평검사들의 사표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특히 중수처가 확정되면 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라고까지 했다.

이 기사들만 보면 당시 검찰의 분위기는 폭풍전야쯤 되는 것 같다. 정권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하늘을 찌르고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당장이라도 ‘혁명의 전선’으로 달려나갈 태세였던 것 같다.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목숨을 던지겠다던 기개있는 검사들로 검찰청이 들썩거렸어야 맞다. 당시 친검·친윤석열 언론들의 태도만 보면 그래야 맞다.

[사진=포털사이트 캡쳐]

‘검란 조짐이 있다’더니...
윤석열 前총장은 사직서가 법무부에 제출된 것은 지난 4일. 오늘(10일)을 기준으로 6일이 지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느 검사가 사표를 냈다는 소식은 들은 바 없다. 그 흔하던 속칭 ‘호위무사’한명이 없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혼외자’ 문제로 불명예 퇴진을 했던 채동욱 前총장의 경우, 퇴진이 발표된 직후, 대검의 단장(차장검사)급 검사와 감찰부 소속의 부장급 검사 등이 항의성 사표를 냈었다. 당시 사표를 냈던 부장검사는 “검찰총장 채동욱의 호위무사로 남겠다”는 말까지 남겼다.

하지만 윤 前총장의 경우는 조용하다. 검찰 내부게시판에 분기탱천한 글을 올리는 검사 몇명이 있긴 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으로 나올 의향은 없어 보인다. 누구 말마따나 '키보드 워리어(Keyboard warrior)'다. 

물론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윤 前총장의 ‘호위무사’는 모두 ‘검언유착’ 사건 등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거나 감찰대상자라 국가공무원법상 사표를 낼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또 김웅 의원과 유상범 의원처럼 미리 나가 윤석열을 기다리고 있다는 꽤 그럴싸한 해설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치주의 붕괴’를 막는다며 총장이 사표를 냈는데. 모양 빠지게 내응하는 사표 한장을 준비 안했단 말인가? 줄사표까지는 몰라도 말이다.

어쨌든 ‘줄사표’와 ‘검란’을 오래된 신탁처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몇몇 친검언론의 예언은 볼썽사납게 빗나갔다. 오늘(10일)을 기준으로 한 건이 없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란’과 ‘줄사표’를 공언한던 친검‧친윤 언론들마저도 슬그머니 ‘당장은 줄사표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라며 꼬리를 내리고 있다. 들끓는다는 검찰 내부 분위기도 잠잠하기만 하다. 정모 부장검사니, 울산의 박모 검사니 하는 검찰 내부게시판의 '키보드 워리어'들의 품격 떨어지는 글만 몇건 올랐을 뿐이다.

검란은커녕 그 비슷한 것도 일어날 조짐이 없다. ‘검란’을 공언했던 언론들은 이제 ‘검찰 수사권을 모두 넘겨받게 될 중수처가 생기면 검란이 일어나고야 말 것’이라고 예언의 실현시점을 뒤로 미뤘지만, 20여년전이던 세기말(1999년)에 유행했던 ‘시한부 종말론’이 2000년 설날 아침에 ‘휴거’를 다급히 고쳐 발표하던 꼴 같아 우습다.
 
‘검란조짐 예언’ 빗나간 것이 도대체 몇 번째인가?
하긴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이게 도대체 몇 번째 '검란소동' 인지 모르겠다.

지난 해 추미애 前장관이 취임한 이후,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친검‧친윤언론들은 ‘검란’을 거론했다. 무슨 이슈라도 생길라차면 어김없이 ‘검란’을 예측했다.

추 장관의 첫 번째 인사로 한동훈 검사가 지방으로 좌천되는 등 ‘윤석열 라인’ 검사들이 대거 밀려났을 때도 그랬고,  지난 해 8월에는 추 前장관의 두 번째 인사때도 그랬다. 윤 前총장이 징계에 넘겨졌을 때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마나 징계문제가 있을 때에는 집단 입장발표도 있었고 ‘커밍아웃’이라고 해서 ‘친 윤석열 라인’이란 걸 스스로 공개한 일이라도 있었으니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 없을 수도 있겠다. 검란은 아니지만 마냥 잠잠했다고 하기는 어려우기 말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줄사표’는 없었다. 그리고 윤 前총장이 사표를 내고 '광야'에 나갔다는데도 따라 나서는 사람이 없다. 언론의 예측대로라면 지금쯤 법무부에 사표가 눈처럼 쌓여야 하지 않느냔 말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언론들이 먼저 ‘사표를 내라’라고 종용하고 선동했는데, 검사들이 멈칫거리거나 꼬리를 내리고 내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실상이 어떠했든 언론들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고위 공직자들의 집단행동과 반항을 선동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You are not 언론
일부 언론들의 최근 보도태도를 보면 낯뜨겁다. '윤석열·한동훈에게 두달만 주면 부동산투기꾼들을 싹 쓸어버릴 것'이라는 보도는 애교에 속한다. 

AI를 동원한 관상이 등장하는가 하면, 2년전에 보았다던 사주가 기사로 등장한다. 그에 앞서서는 '윤가(尹家)는 나서는 집안이 아니다'면서 윤씨네 조상들까지 불러내 찬양가를 부른 언로도 있었다.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본격적으로 정치진출을 선언한 윤석열 前총장의 선거운동이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검란 예측'이 빗나가니 용비어천가로 독자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꼼수인 것 같기도 하다.  
 
최근 시중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 'You are not alone'을 'You are not 언론'이라고 발음만 살짝 바꿔 부르며, 언론의 행태를 비판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됐는데 부끄럽지 않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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