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징계권’ 63년 만에 폐지

  • 8일 민법 개정안 국회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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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1-10 17:50
수정 : 2021-01-1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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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체벌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부모의 자녀 체벌 근거로 여겨진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법상 징계권은 1958년 민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 도입됐다. 민법 제915조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고 62년간 이어졌다.

지난해 6월 이후 신현영·전용기·황보승희·양이원영·진성준·박주민 의원 및 정부안 등 7건의 민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이들 안을 통합·조정해 마련한 위원회 대안이 이번에 통과된 것이다.

개정안은 “징계권 규정은 아동학대 가해자인 친권자의 항변사유로 이용되는 등 아동학대를 정당화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이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이를 방지하고 아동의 권리와 인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미 스웨덴, 핀란드, 독일, 프랑스 등 세계 56개국은 가정을 포함해 아동에 대한 모든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법률에서 친권자의 권리로 자녀에 대한 징계권을 명시한 사례는 우리나라와 일본 외에는 찾기가 어렵다. 2019년 10월 UN 아동인권보장위원회에서는 대한민국 정부의 'UN 아동권리협약의 이행과 관련해 간접체벌과 훈육을 포함한 체벌을 모든 영역에서 금지하는 입법적 조치를 권고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발생한 아동학대 2만4604건 중 약 76,9%(1만8919건)가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제출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민법상 징계권 삭제는 여러 측면에서 필요하다.

우선, 현실적으로 아동학대 사건에서 민법상 징계권을 근거로 처벌 감경을 주장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최근 ‘여행가방 아동학대 사망 사건’, 2013년 발생한 울산과 칠곡의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도 학대 행위자인 부모는 훈육을 다소 과도하게 했을 뿐이라며 민법상 징계의 권리를 법적 방어 수단으로 정당화했다.

또한 민법을 개정할 경우 가정 내 아동인권 확대를 위한 상징적인 의미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징계권 삭제의 필요성으로 고려됐다. 이어 가정 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법령개정 및 제도개선을 촉진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법체계 측면에서도 부모의 자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아동복지법’과의 조화를 도모하고 법률간 해석의 혼란을 줄이는 의미가 있다.

이번 개정으로 자녀의 보호·교양을 위해 불가피한 체벌까지 제한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민법상 징계권이 삭제됐지만 자녀의 보호·교양을 위해 불가피한 질책이나 체벌이 반드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며 “민법 제913조에 따른 친권자의 권리인 ‘보호·교양의 권리의무’의 이행 또는 위법성 조각사유 중 하나인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등의 논리로도 불가피한 경우의 체벌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전 정인이 모습.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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