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 장성근 변호사

'조주빈 공범’ 변호 논란에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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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몫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선정된 장성근 전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이 ‘n번방’ 조주빈의 공범인 강 모씨의 변호를 맡은 것이 논란이 되자 위원직을 사임했다.

지난 15일은 법이 정한 공수처 출범 시한이었지만 결국 공수처장 후보추천 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하고 출범 시한을 넘겼다.

장 전 회장은 지난 13일 추천위원에 선정됐지만, 지난 1월 조씨에게 자신의 고등학교 담임교사 A씨의 딸에 대한 살인을 청부, 개인정보를 알려주고 금액을 지급한 혐의로 구속된 강씨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장 전 회장은 “피의자 부모와 예전부터의 인연으로 부득이하게 사건을 수임했다”며 “현재 사임계를 제출한 상황이나, 이 부분이 공수처 출범에 영향을 미친다면 개인적으로, 역사적으로 용납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 전 회장을 선정한 더불어민주당 추천위원회의 백혜련 위원장은 “상징성과 무게를 고려할 때 더욱더 세밀하게 살폈어야 했으나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장 전 회장과 백 위원장은 여론에 밀려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대한변호사협회는 단호하게 나왔다.

대한변협은 다음날 ‘살인자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 “장 변호사가 논란 끝에 위원직을 사임했다”며 “모든 사건을 편견 없이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가 여론에 부담을 느껴 사임하는 상황은 결국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사 윤리규약에 따르면 변호사가 사건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변호를 거절할 수 없다”며 “대한변협은 선별적 변호를 징계 사유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찍은 성착취 동영상을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오현도 사임을 했다. 오현은 입장자료를 통해 “가족들 설명과 직접 확인한 사실관계가 너무 다르다”며 “저희 법무법인은 더 이상 변론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임계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식적 사임 이유와 달리 여론의 질타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다.

과거에도 여론 비판에 부담을 느껴 변호인이 사임한 사건들이 다수 있었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1심과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고유정도 1심 재판 시작 일주일 전 변호인 5명이 사임계를 냈다. 이들은 고씨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비판 여론이 일자 부담을 느끼고 변호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5명 중 1명인 남윤국 변호사가 다시 1심 재판의 변호를 맡았다가 다시 사임한 바 있다.

2017년 중학생 딸 친구를 살해·유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영학의 변호를 맡았던 김윤호 변호사도 선임 사흘만에 사임했다.

대한변협 감사인 홍성훈 변호사는 “변호사 윤리장전 19조는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이 내용이 사회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건 수임에 있어 들끓는 비난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이찬희 회장은 지난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변호사가 어떤 사건을 맡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맡으면서 어떻게 행동했느냐, 그리고 그 사람이 정치적으로 편향되게 변론한 게 아니라면 공수처장 추천위원에서 사퇴할 이유가 없는데, 사퇴한 점에 대해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훌륭한 분을 선정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지인의 소개로 맡았던 사건에 대해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이 안 됐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거듭 밝혔다.
 

[사진=장성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