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지병 있어도 업무상 재해"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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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에게 지병이 있는 경우 또는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객관적으로 과로상태가 아닌 경우 업무상 재해가 인정될까. 이러한 사유는 업무상 재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위 두가지 사유를 모두 갖추었다 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이 최근 선고한 사례를 통해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A는 2010년부터 약 8년간 PVC 파이프 10kg 내지 30kg을 포장하고 상·하차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A는 2주간 휴일 없이 연속으로 주간근무를 한 이후 2일간 휴식을 취하고 2주간 휴일 없이 연속으로 야간근무를 하는 것을 반복하는 형태로 근무하였다. A의 주간 근무시간은 7시 30분부터 19시까지(11시간 30분, 식사 및 휴게시간 포함)이고, 야간 근무시간은 19시부터 다음날 7시 30분까지(12시간 30분, 식사 및 휴게시간 포함)이었다. 그러던 중 A는 주간근무를 마친 후 숙소에서 휴식 중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동료의 신고로 119 응급차로 병원에 후송되었고, 다음날부터 설 연휴를 포함하여 총 11일간 휴식을 취한 후 야간근무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A는 복귀하고 이틀이 되던 날 야간근무를 시작하기 전 기숙사 내 화장실에서 쓰러진 상태로 발견되었으며,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후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에 이르렀다. 이전에 A는 고혈압, 협심증, 천식 등으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A가 재해 발생 이전 충분히 휴식을 취하여 객관적으로 과로상태가 아니므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병이 있는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요건

대법원은 지병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업무상 재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이러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볼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이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이 경우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 및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판단기준을 바탕으로 대법원은 A의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2차 재해 발생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요건

A에게는 주간 근무 중 1번, 야간 근무 중 1번, 총 2번의 재해가 발생하였다. 사안에서는 1차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는지, 2차 재해가 1차 재해와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1차 재해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 그 후 발생한 2차 재해는 1차 재해가 악화되어 발생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2차 재해 역시 업무상 재해라고 보았다. 또한 A의 경우 만62세의 고령으로 약8년동안 12시간씩 2주간격으로 반복되는 교대근무를 하며 만성적인 육체적·정신적 피로상태에 있었으며, 업무시간 역시 1차 재해 발생 이전 12주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약 64시간이라는 점, 1차 재해 발생일 당시 평균기온은 영하 4.6도로 심혈관질환을 급격하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1차 재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더욱이 A는 1차 재해 발생 이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야간근무를 시작하였다가 2차 재해가 발생하여 사망이 이른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지병이 있고 사고나 질병 발생 당시 객관적 과로상태에 있지 않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유가 존재하므로, 업무상 재해에 관한 판단시 이 부분을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사진=전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