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폭리' 손해 배상 받으려면?…두 가지 요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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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17 12:47
수정 : 2020-03-1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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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감염증의 대유행으로 인하여 전 국민이 마스크 대란을 겪고 있다.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전 국민이 초유의 마스크 대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문모씨(인천거주)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위기를 악용해 마스크 판매업자가 폭리를 취했다”면서 마스크 판매업자를 상대로 가격을 턱없이 높게 받아 부당하게 챙긴 8만원을 환불하라고 소송을 제기하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씨는 지난 3일 온라인 쇼핑몰인 쿠팡에서 N사의 KF94 마스크 20장을 장당 5980원, 총 11만9600원에 구매했다. 문씨는 “우한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기 전 KF94 마스크의 온라인 평균 가격이 677원이고, 현재 공적 마스크 가격이 장당 1500원인 만큼 N사가 마스크 한 장당 4000원의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공적 마스크 가격이 장당 1500원인 것과 비교하면 장당 5980원에 판매한 N사는 약 3배의 이익을 취한 것이 된다.

코로나 19 확산과 감염에 대한 공포심을 이용한 마스크 판매업자 폭리 행위에 대해 지금까지 법적 책임을 물은 경우가 없었다. 문씨는 구매계약은 민법 제104조에 따른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씨는 이 환불 소송에서 승소하여 8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민법 제104조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대한 근거 규정으로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씨는 마스크 판매업자가 계약당사자인 문씨의 궁박 상태를 이용하여 폭리를 취한 것으로 궁박상태로 인한 불공정 법률행위임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궁박이란 벗어날 길이 없는 어려운 상태를 말하며, 반드시 경제적인 것에 한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대법원이 민법 제104조의 궁박상태를 인정한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본다면,

◇ A가 건물을 경매 받았는데 그 이전에 종전 소유자가 공장을 운영하면서 전기요금을 체납하였기 때문에 한국전력공사가 A씨가 경매 받은 건물에 대하여 전기공급을 중단한 상태에 있었다. A씨는 경매 받은 건물을 새롭게 이용하기 위하여 동력 가설을 신청하였으나, 한국전력은 종전 소유자가 미납한 전기 요금은 A에게 전가된다는 자신의 전기공급규정을 내세워 이를 거절하였다. A는 건물을 이용하기 위하여 할 수 없이 체납된 전기요금을 납부하였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A와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계약은 A의 궁박을 이용하여 체결된 현저히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보았다.(86다카2094)


◇ 고령으로 섬에 살면서 사회적 경험이 적은 A가 B와 부동산 교환계약을 체결하면서 시가의 4분에 1에 해당하는 B 명의 부동산과 바꾼 사례가 있다. 이 사건에서 B는 A의 자식에 대해 주거침입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여 A는 자식에게 어떤 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심리적으로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A와 B의 교환계약은 A의 궁박을 이용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80다558)


대법원은 민법 제104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불공정 법률행위는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등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면서 폭리자가 피해자에게 그러한 사정이 있음을 알고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가 필요하다는 일관된 견해를 취하고 있다. 또한 궁박 상태인지 여부는 본인을 기준으로 그 여부를 판단한다. (2000다54406)

결국 문씨는 N사와의 환불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 문씨가 경제적·심리적으로 벗어날 길이 없는 어려운 상태, 즉 궁박상태였는지 여부 △ N사가 공적 마스크보다 3배 정도 비싸게 판 것이 폭리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입증해야 8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송에서 문씨가 N사와 마스크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경제적·심리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궁박한 상태였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8만 원 가량 더 지출한 것을 궁박상태에서 체결한 부당이득으로 볼 수 있을까.

앞으로 마스크 가격과 관련한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소송의 결과는 많은 추가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소송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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