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소송 중 정년 되면 못 받은 임금 바로 받을 수 있어

  • 대법원, 별도 임금지급 청구 소송 내야 한다는 종전 판례 파기
  • 원직 복직 불가능한 근로자의 권리 구제 보다 신속하고 간결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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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26 15:44
수정 : 2020-02-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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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는 사용자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하면 그 부당해고를 취소하고 원직에 복직하기 위하여 종종 법원에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한다. 우선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이란 근로자가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이유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지만 노동위원회로부터 신청이 기각 당한 경우에 노동위원회의 기각 판정을 취소해 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긴 소송기간 동안에 근로자가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이유 등으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이 경우에 종전 판례에 따르면 법원은 사용자의 부당해고를 인정하더라도 근로자가 원직 복직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소를 각하하여 왔다. 근로자는 인정된 부당해고 기간에 받지 못한 임금에 대하여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해결해야만 했었다.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0일 조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2019두52386)에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즉, 근로자는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통해 원직 복직이 불가능하게 되었더라도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하지 않고도 지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소송을 제기한 조모씨는 2016년 12월 불성실한 근무태도 등을 이유로 A사에서 해고됐다. 조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중노위에 복직 명령을 대신해 금전보상 명령을 구하는 구제신청을 했다. 그러나 중노위가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 구제신청을 기각하자 2017년 9월 22일 소송을 제기하였다.

반면에 A사는 2017년 9월 19일 근로자 전체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을 개정하면서 정년 규정이 없던 개정 전 취업규칙과 달리 ‘만60세에 도달하는 날’을 정년으로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같은 해 10월 1일부터 시행했다. 개정 취업규칙 규정에는 ‘개정 취업규칙 시행일 이전에 입사한 직원에게도 적용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원심법원에서 A사는 “조모씨는 이미 2017년 4월에 만60세가 되었으므로 설령 해고가 부당해 무효라 하더라도 자동 퇴직한 상태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모씨는 “종전 취업규칙에 의해 해고된 직원에게 불리한 개정 취업규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으며 “부당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도달해 원직 복직이 불가능해진 경우에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조모씨는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조모씨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판례를 변경하면서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는 부당한 해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한 원상회복, 즉 근로자가 부당해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향유할 법적 지위와 이익의 회복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근로자 지위의 회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더라도 부당한 해고라는 사실을 확인하여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도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의 목적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이어 “근로기준법 제30조 3항의 금품지급명령은 2007년 1월 개정을 통해 원직복직 대신 다른 구제수단으로 도입됐고 그 취지에 비춰볼 때 원직 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소의 이익을 인정해 근로자가 구제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직 복직은 장래에 관한 것이고 금품지급은 과거에 대한 것으로 양자는 서로 목적과 효과가 다르므로 원직복직이 가능한 근로자에 한정해 임금 상당액을 주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종전의 대법원 판례는 근로자가 구제명령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면 해고기간 중 미지급 임금은 민사소송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근로자가 재심판정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종전의 대법원 판례에 대하여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사소송을 통한 별도의 권리구제는 민사소송을 새로이 제기하여야하므로 소송절차의 번잡성과 절차의 지연, 과다한 비용 등의 문제가 있어 소의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러한 점이 대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례 변경을 통하여 근로기준법상 인정된 금품지급명령을 도입한 개정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살리고, 기간제 근로자의 실효적이고 직접적인 권리구제를 위하여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의 소의 이익을 보다 넓게 보았다.

결국 변경된 대법원 판례로 인하여 원직 복직이 불가능한 근로자의 미지급임금 청구에 대한 권리구제가 보다 신속하고 간결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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