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 위 판사들...모습은 천태만상

  • “이런 재판이라면 어떤 결과든 승복하겠다”
  • “그럼 재판 미루고 사건 처박아 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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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04 18:34
수정 : 2020-02-0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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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의 눈으로 바라본 법관들의 모습은 천태만상이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는 3일 2019년도 법관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평가결과 95점 이상을 받은 ‘우수법관’에는 최유신(40·사법연수원 37기) 서울서부지법 판사, 백상빈(36·39기) 수원지법 판사, 우인성(46·29기) 여주지원 부장판사, 유헌종(57·24기) 서울고법 판사, 이고은(36·40기) 서울남부지법 판사, 이창열(47·29기) 수원지법 부장판사, 정상규(51·29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선정됐다. 이 중 평균 99.2점을 기록한 최유신 판사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결과는 서울회 소속 개업 변호사들이 지난해 수행한 소송사건의 담당판사를 대상으로 평가한 자료를 계량화한 것이다. 평가서에 따라 공정성, 직무능력 등 총 10개 문항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다. 평가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5명 이상의 변호사들로부터 평가 받은 법관의 데이터만을 집계했다.

우수법관 7명에 대해 제출된 평가 사례를 보면 △충실한 심리 △예단을 드러내지 않는 공정한 재판 진행 △충분한 입증기회 제공 △합리적이고 상세한 설명 △경청과 공감 △높은 사건 이해도 등이 돋보였다.

반면 5명의 법관은 적절하지 못한 재판진행으로 ‘하위법관’에 선정됐다. 서울회는 하위법관의 선정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적용해 10명 이상의 회원으로부터 평가를 받은 법관만을 대상으로 했다. 서울회는 하위법관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문제사례를 선정해 공개했다.

우수사례

#. 패소한 사건이지만 재판진행에 만족
A 변호사는 “항소심의 경우 대부분의 재판부가 신속히 변론을 종결하려 하고 증거신청의 기회도 최소한으로만 부여하는 데 비해, 이 재판부는 실체적 진실 발견과 공평한 사건 해결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당사자들의 주장을 경청했다”며 “이런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승복하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한없이 높아질 것 같다”고 평가했다.

#. 경청하는 태도
B 변호사는 “해당 법관과 변호인으로서 여러 건의 재판을 진행했는데 정말 훌륭한 법관이다. 항상 최선을 다해 재판을 진행했고 기록을 굉장히 꼼꼼하게 검토했다. 법관이라는 직무 특성상 유죄 취지로 기우는 편견을 갖기 쉬운데 항상 귀를 열고 억울한 점이 없는지 다 들어보는 법관이었다”며 “항상 피고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저럴까 싶기도 하면서 해당 법관도 사람인데 얼마나 힘들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변호인으로 활동하면서 법관에게 불만을 가질 때도 많은데 해당 법관은 정말 대단한 분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소송지휘권의 적절한 행사
C 변호사는 “손해배상에 관한 이해가 매우 높아 소송지휘가 정확하다. 법정에서 석명하는 내용 하나 하나의 정확도가 매우 높아 석명을 들으며 ‘아’ 하는 탄식이 나올 때가 많고, ‘기록파악이 매우 깊이가 있고 심도 있다’는 생각이 존경심이 든다”며 “판결문이 정치해 당사자나 대리인이 한 주장에 대한 재판부의 결론 뿐만 아니라 그 고민의 과정까지 판결문에 담는 등 분쟁의 최종 해결 기관으로서 사법부의 권위와 위상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 정확한 사건 파악 등 철저한 재판 준비
D 변호사는 “사건 파악이 면밀하고 소송대리인에게 예의 있게 행동하며, 진행도 매끄러웠다”며 “다른 법관들이 본받을 수 있도록 하면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고 했다.

#. 소송대리인, 당사자와 소통하는 태도
E 변호사는 “궁금한 쟁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면서 소송대리인과의 의사소통에 중점을 두었다. 부드러운 재판 진행과 각 당사자를 대하는 품위 있고 겸손한 태도로 재판진행을 매우 매끄럽게 했다. 날카로운 질문을 하면서도 소송대리인을 무시하는 등의 고압적인 행위 없이 재판을 공정하게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문제사례

#. 당사자들이 동의하는 않는 조정 강권
F 변호사는 “양측 대리인들이 조정의사가 없음을 밝혔음에도 조정기일을 3회 열었고, 3회 기일에 조정하지 않겠다고 하자 화를 내며 ‘그럼 추정시켜 놓고 사건 처박아 놔야지’라고 말해 결국 조정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 사실관계, 법리에 대해 충분한 검토 없이 재판 진행
G 변호사는 “선고기일에 해당 법관은 ‘피고인이 나머지 피해자와 합의를 하겠다고 해 선고기일을 연기했는데도 합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판결이유를 말했고, 이에 피고인이 이의를 제기하며 분명히 합의서를 제출했다고 말했음에도 제대로 확인 하지 않고 ‘합의서가 제출된 것이 없다’고 하면서 판결을 선고했다. 이후 실무관에게 문의했더니 부장님께 전달했는데 부장님이 실수하신 것 같다고만 답했다”며 “양형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인 합의서는 반드시 확인돼야 할 것인데, 이런 식으로 판결이 선고되면 피고인은 구제 방법도 없고, 억울하게 정당한 감형도 받지 못한다. 2심에서 이런 식의 무책임한 판결은 구제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평가했다.

#. 고압적인 언행
H 변호사는 “항소한 피고인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다른 피고인들은 항소를 하지 않았는데, 왜 피고인만 항소를 했냐? 1심의 형량이 적은 것인가? 실형을 선고해야 하는가?’라는 등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피고인에게 마치 실형을 선고할 수도 있다는 듯한 위협적인 발언을 해 피고인의 항소권한 행사 자체를 탓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 이해할 수 없는 재판진행
I 변호사는 “변호사가 선임됐고, 서면도 제출했고, 재판 시간보다 5분 정도 늦게 도착할 듯해 미리 재판부에 전화해 양해를 구했다. 정해진 재판 시간보다 3분 정도 늦었는데 이미 재판이 끝나 있었다. 심지어 속행도 아니고 첫 기일에 심문종결해 버렸다. 변호사가 가고 있다고 메모까지 넣었는데 3분도 기다려주지 않고 불출석 처리하고 종결해 버려 정말 너무나 황당했다”며 “판사와 어렵사리 통화가 됐는데 판사 왈 ‘재개신청하시든가요...왜 이렇게 전화하냐’며 귀찮은 듯한 말투와 양해를 해 주는 건 자기 자유고 정해진 시간에 안 오면 불출석이 맞는 거 아니냐고 했다”고 기재했다.

#. 예의 없는 언행으로 망신, 면박을 줌
J 변호사는 “의자에 삐닥하게 앉아서 대각선으로 방청석을 바라보는 자세로 소송대리인들을 호명한 후 반말로 ‘앉고’라고 해서 놀랐다”며 “소송대리인을 아랫사람 대하듯 했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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