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 조정① | 형사소송법 개정] 검경 '상하관계'서 ‘협력관계’로 대전환

  • 경찰 수사권·수사종결권 vs 검찰 기소권
  •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조서 힘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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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14 23:26
수정 : 2020-01-1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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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에 이어 검경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형사 사법체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국회는 13일 저녁 본회의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퇴장한 가운데 수정발의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차례로 가결 처리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검경 관계 재정립, 경찰 수사 등을 규정한 형소법 개정안과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 등을 규정한 검찰청법으로 이뤄진다.

우선 형소법 개정으로 검경이 지휘·감독의 상하 관계서 벗어나, 대등·협력 관계로 전환된다.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게 만들었다. 

1954년 형소법 제정 이후 줄곧 유지됐던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내용의 제196조 1항이 삭제됐다. 대신 제195조에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 공소제기, 공소유지에 관해 서로 협력한다”는 내용이 새로 담겼다.

검찰 ‘수사 지휘 폐지'에 따라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사건 피의자가 무혐의라고 판단되면 경찰 선에서 수사를 종결지을 수도 있다.

다만 경찰이 특정 사건을 무혐의로 판단해 수사를 종결할 경우 검찰이 사건 기록과 증거물을 90일 동안 살펴 볼 수 있다. 경찰이 사건을 덮을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여기에 더해 조정안은 ’보완수사 및 시정조치 요구권’ 등을 부여해 경찰 수사를 견제케 했다.

결국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되 1차적 통제는 검사의 수사통제·기소를 통해, 2차적 통제는 법원의 재판을 통해 수사 전반에 걸쳐 이뤄지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수사권 조정안에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 조서는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하는 경우에만 증거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현행 형소법 제312조에 따르면 검찰 조서가 증거로 쓰이기 위해선 조서가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돼야 하고,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 등이 인정돼야 한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찰 조서에 담긴 진술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검찰 조서는 증거로 쓸 수 있다. 내용부인을 하면 증거로 쓸 수 없는 경찰 조서와는 달리 우월적 지위를 누린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검찰 조서 역시 경찰 조서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검찰 조서의 신빙성에 무게를 둬온 형사재판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안팎에선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형사재판의 과중화·장기화’가 불가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대한변협 감사 홍성훈(41) 변호사는 “세계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만 검사 작성 피신조서를 증거로 인정하고 있었다. 자백 위주의 밀실 수사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번 조정안을 통해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형사재판의 과중화·장기화가 불가필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판중심주의 취지에 따른 충실한 재판도 중요하지만 재판의 신속성이라는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 설치에 이어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개혁 입법이 완성됐다. 개정된 형소법은 공포 6개월 뒤 대통령령으로 시행 시점을 정하도록 해 올해 안에는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제312조의 개정규정은 공포 4년 뒤 대통령령으로 시행 시점을 정하도록 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형사소송법 본회의 상정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검경수사권 조정' 형사소송법이 본회의에 상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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