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벌금 못내는 서민’... 교도소 가는 경우 더 줄어든다

  • 벌금 미납자 사회 봉사 집행 특례법 시행령 개정
  • 사회 봉사 대체 대상, 벌금 500만원까지로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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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1-06 12:22
수정 : 2020-01-0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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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을 해 벌금 150만 원을 선고 받은 L 씨. 하지만 기초생활수급권자인 L 씨에게 벌금 150만 원은 너무나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당분간 유치장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데, 혼자 2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어서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 L 씨는 결국 벌금 150만원을 내지 못하고 검찰청의 지명수배 명단에 오르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잘못을 저지르면 그에 맞는 책임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같은 처벌이어도 형편에 따라 처벌의 경중은 달라진다. 어떤 이에게는 간단할 수 있지만, 150만 원이 없어서 지명수배자가 된 L 씨의 경우처럼 가혹한 경우도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경제력이 없어서 벌금을 내지 못하는 서민들 중 연간 약 3만 2천명이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벌금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 2009년 9월 26일 시행되었다. L 씨와 같이 벌금을 낼 형편이 안 되는 서민들이 벌금 대신 사회봉사로 대체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시 대체 가능한 벌금의 상한선은 300만원 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L 씨와 같이 돈이 없어서 벌금을 못 낼 형편에 있는 사람이 교도소에 노역장 유치되는 경우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벌금형을 사회봉사로 대체가능한 벌금액수의 상한선을 기존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하는 '벌금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지난 12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올 1월부터 시행하기 때문이다.

위 개정에 대해 법무부는 “위 법률 제정 이후의 꾸준한 물가상승과 경제력 여부에 따라 선고 당시에 받은 벌금형이 사실상의 구금형으로 변형되는 형사정책적 문제점 등을 개선하기 위해 제정 이후 10년 만에 벌금 상한선을 상향하였으며, 2018년 1월 7일 시행된 '형법'에서 벌금형에 대해서도 집행유예가 가능토록 규정하면서 그 상한성을 500만원으로 규정한 것과의 형평성도 고려하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벌금형을 선고받은 678,382건 중 300만 원 이하의 선고를 받은 건수는 84.7%인 574,698건이었고, 300만원 초과 500만 원 이하의 선고를 받은 건수는 12.2%인 82,878건이었다.”며 “이번 개정안 의결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절대다수인 약 97%까지 수혜대상을 넓히고 이를 통해 구금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보다 인권친화적인 형사법 체계를 갖추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사회봉사 신청을 할 수 있을까?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 받은 사람들 중에서도, 본인이 벌금을 낼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야 한다. 다만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벌금형과 동시에 받은 사람이나, 벌금을 낼 때까지 노역장에 유치될 것을 선고 받은 사람, 이미 다른 사건으로 구속 된 사람처럼 형이 집행 중인 사람은 사회봉사 신청을 할 수 없다.

사회봉사 신청 방법과 절차는 어떻게 될까? 사회봉사 신청은 벌금납부를 명령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의 관할 검찰청에 사회봉사 신청서, 판결문 사본, 소득금액 증명서, 재산세 납부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만약 기초생활수급자라면, 사회봉사 신청서와 수급자 증명서만 제출해도 된다.

신청 후에는, 검사가 신청인이 정말로 벌금을 납부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되는지를 판단한 후 7일 이내에 법원에 사회봉사 허가를 요청한다. 그리고 법원은 벌금 미납자의 경제적 능력, 사회봉사를 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 주거의 안전성 등을 고려해 14일 이내에 사회봉사를 허가할지 결정한다.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 허가를 받았다면, 결정을 통보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본인이 사는 지역 관할 보호관찰소에 주거지, 직업 등을 신고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봉사를 수행할 장소와 날짜 등을 안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사회봉사 신청을 기각할 경우에는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형사소송법상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사회봉사가 허가된 사건은 통상 1일(8시간)을 벌금 10만원으로 환산하여 사회봉사를 집행하게 된다. 이 기준으로 500만원을 사회봉사로 대체 시 환산시간은 400시간에 이른다.

그렇다면 어떤 활동들을 할까? 노역장 유치를 대신하고 경제력 없는 서민층을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서민을 위한 봉사활동이 주를 이룬다. 소외계층 주거환경개선사업에 투입되고, 농번기 일손 돕기, 폭우·폭설 등 재해복구지원 및 연탄배달 등의 민생지원 활동, 장애인재활작업장 지원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이 외에도 생태복원, 나무심기, 재활용품 분리수거 등의 환경 친화적 활동과 공공시설 정비, 문화재 보수, 지역사회 환경 개선 등의 공공서비스 분야에서도 봉사활동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사회봉사는 허가 후 6개월 안에 수행해야 한다. 만약 이 기간 안에 끝낼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1회에 한해 6개월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또한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도중에 벌금을 낼 돈이 생기면 언제든지 남은 벌금을 내고, 봉사활동을 끝낼 수도 있다. 이 경우 총 선고 받은 사회봉사활동 시간에서 그 동안 본인이 수행한 시간을 뺀 나머지의 시간만큼만 벌금을 내면 된다. 만약 사회봉사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사회봉사가 취소되고 벌금을 내거나 노역장에 유치된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벌금을 사회봉사로 대체한 인원은 연간 1만여 명 정도’다. 이번 개정을 통해 노역장 유치 대신 사회봉사 활동으로 대신 할 수 있는 서민들이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그들의 부양가족과 떨어지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 서민권익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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