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 기획] 2019년…다시 ‘친일·식민사관’ 선동하는 사람들

이영훈 전 교수, 식민사관 담은 ‘반일 종족주의’ 출간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친일사상 영상 직원에 강제시청

전국 초중교 교가·교목에도 일제사상 스며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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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을 펴는 학자와 동조하는 정치인·기자를 ‘부역·매국 친일파’ 외에 무엇으로 불러야 하느냐.”(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우리 상식과 어긋나고 오히려 일본의 식민사관 주장과 맞아떨어지는 것 아닌가 한다.”(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광복절을 앞두고 지난달 출간된 ‘반일 종족주의’가 연일 화제다. 이 책은 우리 사회 소위 지식인층에 식민사관이 여전히 존재하며,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꼽힌다.

◆기업·학계·시민단체 식민사상 여전

이영훈 서울대 전 경제학부 교수와 김낙년 동국대 교수 등이 쓴 이 책은 “친일은 악(惡)이고, 반일은 선(善)이며 이웃 나라 중 일본만 악의 종족으로 보는 종족주의에 대한 위험성을 경계하는 바른 역사서”라고 스스로를 홍보한다.

과연 그럴까.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이유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요구에 대해 이들은 “일본은 죄악을 저질렀으니 무엇이든지 요구해도 된다는 게 현 국민 정서이나 이는 반일 종족주의에 따른 오해와 편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6·25전쟁을 일으킨 북한에 배상이나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근거라고 말한다.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에 대한 시각도 위험한 수준이다. 이들은 “미군 위안부나 일본군 위안부는 역사적 속성에서 동질한데 종족주의적 적대 감정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만 한국인들이 분노한다”고 강조한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도 펼친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제5차 기자회견'에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일·식민사상을 가진 건 앞의 저자들뿐만이 아니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이 책 행사에서 “광주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볼펜 재료에 일본 제품이 들어있다고 볼펜 깨뜨리기 쇼를 하는데, 집에 가서는 닌텐도(일본산 게임)를 할 것”이라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일본 보이콧’을 비아냥대기도 했다.

일부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엄마부대봉사단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관계 회복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된 한·일위안부합의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경제보복을 주도한 일본 아베 신조 총리를 향해 “아베 수상님, 저희 지도자가 무지해 한·일 관계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기업인 가운데도 친일사상을 드러내는 데 부끄러움이 없는 이들이 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광복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7일 직원 조회에서 한 보수성향 유튜버가 만든 영상을 틀며, 임직원 700여명이 강제로 보도록 했다.

이 영상은 문재인 정부의 일본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등에 대한 대응을 비난하며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라고 일본 지도자를 치켜세운다. 또한 “베네수엘라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고,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며 여성비하 발언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콜마는 “회장이나 회사 의견이 아니라 감정적 대응 대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자는 취지였다”고 사과했지만, 기업인의 잘못된 역사의식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기초위원장을 지낸 김웅진 제헌의원 딸인 김옥자씨는 “아직도 친일세력은 청산되지 못하고 각계각층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성토하며 “친일세력 망언으로 국론이 분열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직원 조회에서 '막말·여성비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물의를 일으킨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일파 교가·욱일기…교육현장에 강점기 흔적 그대로

교육 현장에도 일제 잔재가 청산되지 못하고 고스란히 남아있다.

전국교직원노조 서울지부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초·중·고교에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7명의 동상과 기념관이 있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 작사 혹은 작곡한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는 113곳에 달했다.

부산 지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항초교·천가초교에서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이자 현 자위대 군기인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교표를 사용하고 있었다. 

가이즈카 향나무(일본 향나무)·히말라야시다(설송)·영산홍·국화·벚꽃(벚나무) 등 일본 수종이거나 원산지가 일본인 나무·꽃을 교목·교화로 사용하고 있는 학교도 197곳이나 됐다.

친일문화를 담은 용어도 여전히 사용 중이다. 흔히 쓰는 ‘담임’은 학급 업무를 맡아 담당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일제 강점기 때 쓰이던 말이다. 교감·교육감에 들어있는 ‘감’이라는 단어도 교사를 감시하기 위한 강점기 흔적이다.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수-우-미-양-가’도 마찬가지다. 사무라이들이 적의 목을 많이 베어오는 순서를 수-우-양-가로 표기했고, 해방 이후 5단계 평가로 바뀌며 ‘미’가 추가됐다.

교육 현장 곳곳에 남은 교가·교목·강점기 용어 등 친일 잔재 청산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근본적인 역사교육을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일국사 중심의 한국사만 배워서는 화해와 평화를 위한 역사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일본 역사왜곡과 중국 동북공정을 넘어서서 냉정하게 역사의 전개 과정을 볼 수 있게 학교 현장에서 ‘동아시아사’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2일 오전 광주 북구청 광장에서 문인 북구청장 등 구청 직원들과 시민들이 한반도 모양으로 조성된 화단에 태극기 바람개비를 수놓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