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인사, ‘좌천’의 조건…그 검사는 정말 ‘좌천‘됐나?

‘좌천됐다“ 검찰 중간간부 대거 사의, “좌천 아닌데…?” 의아하다는 반응도

“지방가면 좌천?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큰 원인” 진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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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던 주진우 검사(44, 사법연수원 31기)는 지난 1일 안동지청장으로 발령나자 사표를 던졌다. 그는 검찰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진정성을 알아줄 거라는 믿음, 능력·실적·신망에 따라 인사가 이뤄진다는 신뢰, 검사로서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며 인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아울러 "공직관이 흔들리는데 검사 생활을 더 이어가는 것은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면서 “나는 정치색이 없고 정치적 언동을 한 적도 없다“라고 항변을 쏟아내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청와대를 두번이나 압수수색한 것이 좌천의 이유”라면서 “현 정부에 대항하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 같은 주장에 적지않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사자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좌천’이라 단정짓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다. 

부장검사 시절 누구나 한번 쯤은 지방근무를 해야하는데다 2년차 부장검사에게 안동지청장은 나쁜 보직이 아니라는 것. 실제로 부장검사급에서 지방근무를 피할 수 없을 때 안동지청장은 상당히 선호도가 높은 자리로 꼽힌다.

게다가 '우병우 사단'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탄핵직전인 2017년 초에 사표를 내고 검찰에 복귀한 주 부장검사의 경력을 고려할 때 안동지청장 발령을 억울해 할 상황은 아니라는 냉정한 해석도 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있던 검사가 검찰로 돌아오자 마자 문재인 정권 청와대를 압수수색해 놓고 승진을 바라느냐"는 거다.
 

주진우 전 부장검사 [사진= 인터넷 동영상 캡쳐]


일부언론들이 '정권에 밉보여 좌천된'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한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전보된 김범기 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51, 연수원 26기)의 경우도 좌천이라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1년 후배인 한동훈 중앙지검 3차장검사(46, 27기)가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부장 자리를 거머쥔 것에 비하면 성에 안차겠지만 서울고검 형사부장도 꽤 괜찮은 보직이기 때문이다.

서울고검 형사부장은 2016년까지만 해도 검사장급 보직이었다. 검사장급 정원 축소의 여파로 직급이 낮아졌지만 검사장 승진 유력후보군이 가는 자리다.

법무부 인사부서에 근무했던 현직 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 자리 6개가 공석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새 법무부 장관이 부임하면 후속인사가 불가피한데 그런 인사에서는 일선 지검 차장급 보직보다 차라리 서울고검 형사부장이 가능성 높다는 것이다. 

27기 검사장 승진자가 나오긴 했지만 26기 역시 이번이 첫 검사장 승진이라는 점에서 내년 2월 인사까지는 기다려 봄직하다는 시각이다.

전직 검찰고위급 인사는 “보통 지방 갈 순번이 아닌데 지방으로 가거나 유달리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방으로 발령이 나는 경우, 혹은 외부기관 파견이나 고검으로 가게 되면 ‘인사에서 물을 먹었다’라고 본다”면서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리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동명이인'인 주진우 '기자'가 주진우 '부장검사'에게 남긴 SNS[사진= 동명이인인 '기자 주진우'가 '검사 주진우'에게 남긴 SNS]


반면 법무부와 대검, 중앙지검만 돌면서 근무해 온 이른바 ‘귀족검사‘들이 상대적 박탈감이 ‘항명성 사표’로 이어졌다는 날선 비판도 나온다.

현직 검찰간부는 “이번 인사에서는 법무부 인사담당 검사도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면서 “기수나 근무경력 상 지방근무를 꼭 해야하는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까지 ‘좌천‘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관련 직군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모 대학교수는 “주로 '정치검사'들 중에 ‘귀족검사‘들이 많다“면서 “어쩌면 '저나 나나 똑같은 정치검사인데 왜 나만 지방으로 가야하느냐'라는 심보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