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한달] 경제보복 촉발 강제징용 대법판단 다시금 논란

  • 김태규 부장판사 “법 원칙 무너트려” 공개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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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8-01 14:57
수정 : 2019-08-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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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째 이어지는 일본 경제보복을 촉발한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을 두고 법조계가 다시금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강제징용 손해배상을 인정한 대법원 판단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1일 반도체 제조 과정에 필요한 부품 등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는 조처를 발표하고, 4일부터 적용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를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도 같은 날 내놓았다. 이 개정안은 2일 일본 각의(국무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잇단 경제보복 이유로 일본 정부는 '한·일 신뢰관계 손상'을 제시했지만, 사실상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문제 삼는 건 지난해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0월 30일 이춘식 할아버지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1억원씩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신일철주금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강제징용은 반인도적 불법행위이므로 1965년 한·일 정부 간 청구권협정이 있었더라도 개인별 위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같은 해 11월 29일 양금덕 할머니등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에게 미쓰비시중공업이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도 내렸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할어버지가 지난해 10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하급심에서도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졌다. 지난 6월 26일 서울고법 민사13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7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1억원씩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같은 달 27일 서울고법 민사8부도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징용 피해자 홍순의 할아버지 등 14명과 가족들에게 1심과 동일하게 9000만원씩을 배상하도록 했다.

일본 경제보복이 이어지면서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을 두고 재차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8기)는 “나라면 최초 1·2심 판결(원고 패소)대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지난달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대법원 판단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신의성실 원칙과 시효 소멸 등을 이유로 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신일철주금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본 대법원의 2012년 첫 3심 판결에 대해서도 “원칙을 무너트렸다”며 “감당하기 힘든 실수”라고도 했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28기)는 “정부가 1965년 한일협상과 별도로 개인 배상청구권 문제를 인정한 적이 있냐”면서 법원이 개인별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인 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경제보복 대응이 미흡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14기)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판결이 틀렸냐 옳았느냐는 별무소용 하다”고 밝힌 뒤 “일본의 보복 정당성은 전혀 인정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응책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저녁 강원 강릉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3.1독립만세운동 기념탑 앞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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