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일주일... 아직은 ‘찻잔 속 태풍’

  •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라는 불만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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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23 14:29
수정 : 2019-07-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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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일주일째를 맞았다. ‘직장문화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아직까지는 별다른 변화 조짐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정부와 재계는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법률 전문가들 조언을 받아가며 대응 매뉴얼을 정비하는 곳이 늘고 있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첫 주인 지난 16~19일 사이 전국에서 접수된 진정은 모두 43건이다. 하루 평균 10건 정도로 다른 노동사건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제도 시행 초기인데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노동관서의 개입여지가 적다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문화와 체계를 빠른 시간 안에 안착시키기 위해 신고를 받아 처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고된 사업장을 상대로 괴롭힘 실태가 어떤지, 내부에 적절한 예방·대응체계가 마련돼 있는지 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처벌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정부는 기존 근로감독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장관은 “직장 괴롭힘은 민간부문 상담기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성희롱 사건 등을 상담해온 민간 상담소에 의뢰해 괴롭힘에 대한 상담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들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기존 고충처리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예방교육을 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세부실천 과제를 정해 캠페인을 시작한 곳도 있다.

별도 신고센터를 마련한 곳들도 있다. 국민은행은 외부 법률사무소(로펌) 지원을 받아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한 처우에 대한 접수 채널을 개설했다. 신한카드는 노무사가 참가하는 신고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현대해상은 감사실에 신고접수처를 마련했다.

변호사업계에도 기업들의 관련 문의와 자문 요청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형 로펌 소속의 한 중견변호사(사법연수원 25기)는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꾸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기준이 모호하다’라는 불만도 불거지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기존에도 ‘갑질’ 논란과 비정규직 문제 때문에 갈등이 상존하고 있어 바뀐 제도에 대해 민감한 반응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 업체 한 곳은 지방 매장의 비정규직 노조에서 ‘직장내 괴롭힘’ 문제로 진정서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무 부서 관계자들에게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노사공동선언과 예방매뉴얼 배포, 신고제도 확충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괴롭힘에 대한 정의가 너무 모호해 억울한 경우가 다수 생기거나 업무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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