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유승준은 다시 입국할 수 있을까?

대법원 2017두3887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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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가수 유승준은 1990년대 후반 및 2000년대 초반 한국 가요계의 유명한 아이돌 싱어였다. 1976. 12. 15.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으나, 만 12세의 나이에 가족과 함께 미국 LA의 오렌지카운티로 이민을 떠났다. 1997년에 데뷔한 그는 수 차례 대한민국에서 병역의무를 다하겠다고 공언하였으나, 2002. 1. 18. 홀연히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였다.

대한민국 국적의 부모님 아래 대한민국에서 출생하였기 때문에 당연히 대한민국 국적이었던 유승준은, 대한민국의 국적법이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2002. 1. 18.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된 이상 대한민국 국적이 상실된 것이다(국적법 제15조). 다만, 과거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사실이 있으므로 외국국적의 유승준 또한 재외동포법에 따른 재외동포라고 할 수 있다(재외동포법 제2조 제2호).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체류하기 위해서는 소위 비자(VISA)라는 체류자격이 기재된 사증을 소지해야 한다(출입국관리법 제7조 및 제10조). 비자의 종별에 따라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과 활동범위가 정해진다. 그런데 재외동포는 F-4라는 특수한 비자를 받게 되는데, 체류기간에 사실상 제한이 없고 영리목적의 활동 또한 가능함이 특징이다. 그런 외국국적의 재외동포인 유승준이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있을까?

유승준은 수차례 대한민국에 입국을 시도하였지만 번번히 실패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행정소송이라는 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대법원에서 “유승준에 대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는 기염을 토하였다(대법원 2017두38874 판결).

이를 속보형태로 전하는 다수의 기사 및 소위 전문가들의 논평은 이 판결의 의미를 곧 “유승준이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있다”라는 의미로 전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2. 사건의 개요 및 진행경과

병무청장은 2002년 1월 법무부장관에게 ‘유승준씨가 공연을 위하여 병무청장의 국외여행허가를 받고 출국한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하였는데, 유승준씨가 재외동포의 자격으로 입국하여 방송활동, 음반출반, 공연 등 연예활동을 할 경우 국군 장병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청소년들이 병역의무를 경시하게 되며 외국국적 취득을 병역 면탈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유승준씨가 재외동포 자격으로 재입국하고자 하는 경우 국내에서 취업, 가수활동 등 영리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불가능할 경우 입국 자체를 금지해 달라.’고 요청하였었다.

이에 법무부장관은 2002년 2월 병무청장의 입국금지 요청에 대해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호, 제4호, 제8호에 따라 유승준씨의 입국을 금지하는 결정을 하고, 그 정보를 내부전산망인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입력하였으나, 이를 유승준씨에게 통보를 하지는 않았다.

유승준씨는 2015년 8월 주LA총영사(이 사건 피고)에게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신청하였지만, 주LA총영사는 2015. 9. 2. 유승준씨의 아버지에게 전화로 ‘유승준씨가 입국규제대상자에 해당하여 사증발급이 불허되었다. 자세한 이유는 법무부에 문의하기 바란다.’고 통보하였고, 그 무렵 여권과 사증발급 신청서를 반환하였을 뿐, 처분이유를 기재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작성해 주지는 않았다.(이하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

원심은 2002년에 있었던 유승준씨에 대한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처분에 해당하므로, 중대·명백한 하자가 없는 이상 유승준씨로서는 입국금지결정에 대하여 제소기간 내에 불복했어야 했다고 보면서, 유승준씨가 불복하지 않아 입국금지결정에 불가쟁력이 발생한 이상, 피고 주LA총영사는 위 입국금지결정에 구속되고 따라서 그에 따른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3. 사건의 쟁점과 대법원의 태도(2017두38874)

1)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우리의 행정소송법은 처분중심주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소송(정확히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처분성”을 갖추어야 한다. 문제는 “처분성”을 갖추게 되면,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하자가 없는 이상 단기(안날로부터 90일, 있을날로부터 1년)의 “쟁송기간(제소기간)”이 적용되기 때문에, 그 기간 내에 다투지 않게 되면 불가쟁력이 발생하여 권리구제의 길은 요원하게 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법무부장관의 의사가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된 것이 아니라 행정 내부 전산망에 입력하여 관리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단기의 쟁송기간이 적용될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2) 입국금지결정을 따랐다고 하여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적법성이 보장되는지 여부(소극)

사증발급(VISA)에 관해서는 사증발급 고유의 법리를 따져보아야 한다. “입국금지결정”은 입국금지결정 당시의 상황을 반영한 것일 뿐이므로, “사증발급여부”는 사증발급 ”신청당시”를 기준으로 사증발급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재외동포법 제5조 제1항은 “법무부장관은 대한민국 안에서 활동하려는 외국국적동포에게 신청에 의하여 재외동포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즉, “재외동포라면 신청만 하면 무조건 재외동포체류자격(F-4)을 부여한다”가 아니다. “부여할 수 있다”는 법무부장관에게 일정한 “재량”행사의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반대로, “재량”을 행사하는 경우에 종래에 존재하던 “입국금지결정”은 하나의 판단자료에 지나지 않는다. “재외동포라고 하더라도 입국금지결정이 있는 이상 재외동포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없다”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도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행정기관 내부에서 사증발급이나 입국허가에 대한 지시로서의 성격이 있으며, 법무부장관이 사증발급권한을 위임받은 재외공관장인 피고에 대하여 ‘원고가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입국금지대상자에 해당하므로 대한민국 입국을 위한 사증발급이나 입국허가결정을 하지 말라.’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재외공관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해당하는 입국금지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닌다”라고 하였다.

3) 사증발급 거부처분에서 재량권이 적절히 행사되었는지 여부(소극)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증발급결정은 “재량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행정청에게 부여된 재량은 자의적인 재량이 아니다. 법이 부여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더욱이 그러한 재량을 행사조차 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포기하여 일의적인 행정결정을 하였다면, 위법한 행정결정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행정소송법 제27조).

따라서 대법원은 “피고는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오로지 13년 7개월 전에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하였으므로 재량권 불행사로 위법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4) 사증발급 거부처분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소극)

행정처분은 문서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다른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서로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 본문). 더욱이 거부처분을 하는 경우에도 그 이유를 기재하여 문서로 교부했어야 한다.

대법원 또한 “피고는 2015년 9월 2일 원고의 아버지에게 전화로 처분결과를 통보하고 그 무렵 여권과 사증발급 신청서를 반환하였을 뿐이고 원고에게 처분이유를 기재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작성해 주지는 않았고,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문서에 의한 처분 방식의 예외가 인정되는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처분서 작성․교부’에 관한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하였다.

4. 그러나 대법원 판결의 구속력에 따르더라도 유승준의 입국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결이 하급심을 구속하는 것은 당연하다.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하기 때문이다(법원조직법 제8조). 위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 다시 당해사건에 관한 판단(=자판)을 하지 아니하고 고등법원에 다시 환송하였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이 열리게 되는 고등법원으로서는 앞서 설명한 대법원의 판단에 구속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고등법원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에서 2015. 9. 12. 주LA총영사의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할 수 밖에 없다. 주된 논거 역시 대법원의 취지대로 ① 사증발급 거부처분 당시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아니하였고, ② 사증발급 거부처분 당시 행정절차법을 위반하였다는 점일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다수의 기사에서 전문가들의 논평은 “이러한 판결에 따라 유승준이 곧 재입국하게 될 것이다”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행정소송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해석이다.

우리의 행정소송법은 민사소송법이 아니다. 민사소송에서 널리 통용되는 이행소송의 형태, “무엇을 해달라”(=입국하게 사증 발급해 달라)는 취지는 행정소송에서 널리 인정되지 않는다. 그냥 “그 처분은 위법하다”는 소송(항고소송)만이 널리 통용될 뿐이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달라고 신청하였으나 부모님이 거부하였을 경우, 할머니에게 부모님을 피고로 “직접 용돈을 달라”는 취지로 이야기 하는 것과 “용돈지급을 거부한 부모님의 거부처분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이야기 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후자의 청구는 뭔가 빙빙 돌려서 말하는 기분이 든다.

유승준 사건으로 돌아오면, 대법원의 판단 및 이에 근거하여 선고될 파기환송심의 예상되는 판단은 “이 사건에서 2015. 9. 12. 주LA총영사의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2015. 9. 12. 기준으로 재량권 행사도 전혀 하지 아니하였고, 문서로도 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것일 뿐이다. 유승준의 청구가 “직접 나에게 사증을 발급해달라”라던가 법원의 판결 또한 “유승준에게 사증을 발급해줘라”가 아니다.

처분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이 아무리 당사자인 행정청과 관계행정청을 기속하더라도(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 심지어 그 거부처분에 관하여 판결의 취지대로 처분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더라도(제30조 제2항), 거부처분의 위법여부는 처분당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므로 처분당시 이후의 사정으로 재차 거부처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5. “재량”을 적절하게 행사하고 “절차”를 지킨다면 입국을 못하도록 다시 거부할 수 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가 ⓐ 거부처분당시 ⓑ “재량”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 “절차” 또한 지키지도 아니하였으므로 거부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므로, 확정판결 이후의 ⓐ 재처분당시를 기준으로 ⓑ “재량”을 적절히 행사하였음에도 유승준에게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입국을 허용할 만한 정당화 사유를 찾을 수 없고, ⓒ “절차” 또한 준수하게 된다면, 재거부처분 또한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예견하였는지, 대법원은 유승준의 입국을 돕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설시를 이어가고 있다.

“피고가 이 사건 거부처분 당시 고려했어야 할 사정은 다음과 같은데, ①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4조 제3항에 따르면, 입국금지사유가 소멸할 경우 입국금지를 요청한 기관장은 지체 없이 법무부장관에게 입국금지의 해제를 요청해야 하고, 입국금지의 결정권자인 법무부장관도 이러한 요청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입국금지를 해제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②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5년간 입국금지 제한을 받을 뿐인 점, ③ 원고가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을 때 적용되던 국적법은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병역 의무를 면할 가능성을 열어놓았으며,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 당시 적용되던 재외동포법 또한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 에도 38세가 된 때에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외동포체류자격의 부여를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④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원고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병역 의무를 면하였음을 이유로 한 제재조치로, 이때 의무위반 내용과 제재처분의 양정 사이에 비례 관계가 있어야 하므로,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을 유일한 이유로 한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처분에 있어서도 비례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점, ⑤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재외동포에 대해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입국금지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하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요약하면, 재외동포에게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하므로 다분히 되는 방향으로 재량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고(⑤), 일반적으로 38세 넘어가면 봐주고는 하는데(③) 유승준은 이미 40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더라도, 병역의무라는 국민의 기본적 의무를 저버리고 해외로 도피한 유승준의 재입국을 허용하고 재외동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영리활동을 보장해줌으로써 사회에 미칠 해악이 재처분당시에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면, 그에 근거한 공익적 요소(공공복리)로서 유승준에게 여전히 사증발급을 거부할 수 있는 재량권 행사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법무부의 “입국금지결정”은 유효할까? 대법원은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할 뿐 행정처분은 아니라고 하였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그 결정이 외부로 표시된 이상(*적어도 유승준의 최초 인천공항 입국시도 거절당시에는 이를 알게 되었다) 이는 처분으로 보았어야 타당하다. 이 사건이 최초의 “입국금지결정”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법무부가 스스로 철회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유효하다. 가사 실효의 법리에 따르더라도, 새롭게 입국금지결정을 발령하면 되는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유승준을 입국시켜주고 싶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더라도, 행정소송이라는 본질적 한계 때문에 여전히 유승준의 사증발급을 거부하는 등 입국을 금지시킬 수 있는 가능성(재량)은 남아 있다.
 

[사진=유인호 변호사, You In La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