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변의 로·컨테이너] 홍상수-김민희 사례로본 이혼청구권 논쟁... 유책주의 vs 파탄주의

법원 “유책배우자 홍상수 이혼 못 해”

판례, 유책주의 원칙 유지하되 점차 예외 확대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영화감독 홍상수가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이 기각되면서 ‘유책주의’ 논란이 뜨겁다.

유책주의는 혼인 파탄에 책임 있는 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제도이다. 가정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에게만 재판상 이혼청구권이 인정된다. 반면 혼인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났다면 어느 배우자라도 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 파탄주의다.

1965년 9월 대법원의 유책주의 판결 이후 법원은 줄곧 같은 입장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파탄주의를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져 왔다. 이에 대법원은 유책주의 원칙은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파탄주의 적용 범위를 조금씩 확대해 왔다.

유책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없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다. 상대방도 파탄 이후 혼인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는 경우 등이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

2015년 9월 대법원은 유책주의에 대한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다만, 혼인생활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 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특별한 사정’의 범위를 조금 확대한 것이다.

배우 김민희와의 불륜으로 혼인 파탄을 불러온 홍상수 감독이 이혼소송을 택한 것도 이혼청구권을 인정 받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법적으로 혼인을 유지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사람이 혼인을 선택하는 것도, 거기서 벗어나는 것도 자유이다. 혼인관계가 파탄 났음에도 이를 막는 것은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상대적 약자인 여성의 축출이혼이 줄었고, 혼인 파탄을 어느 한쪽의 책임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행복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참고 살라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파탄주의를 지지하는 의견들이다. 반면 유책주의를 지지하는 이들은 우리 사회가 아직은 축출이혼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한다.

“가정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가 무슨 죄냐. 누구 좋으라고 이혼을 하라는 말이냐.”

“무책 배우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 이혼소송에 따른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비가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무책 배우자의 이혼 후 삶이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을 수 있다.”

홍상수 사건으로 유책주의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거워진 가운데 닮은꼴로 평가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소송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책주의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바뀌지 않는 한 최 회장의 이혼청구도 기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오는 7월 26일 서울가정법원에서 두 번째 변론기일이 열린다고 한다. 두 사건 모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