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항소심에서 승부 보려면

승소를 위한 3가지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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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의 본질은 ‘싸움’이다. 다만 그 싸움은 누군가 코피 흘리면 끝나는 싸움이 아니라 법관이라는 심판 앞에서 쌍방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아주 공정한 싸움이다. 그리고 재판은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의뢰인을 대리하여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끝까지 주장을 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는 서면을 쓰고, 재판을 마무리하는 그날까지 서면을 써낸다. 아주 일부로펌에서는 타임차지(Time Charge) 방식이라서 서면을 많이 써낼수록 선임료가 쌓인다. 하지만 거의 99% 로펌에서는 일반적인 사건은 포괄임금제 비슷하게 착수 계약금을 내는 것으로 끝나서 서면을 많이 쓰는 것은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고, 그 싸움을 끝까지 이어가는 것이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의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아니겠는가.

이렇게 1심이 끝나고 당사자 사이의 승패가 갈리면 끝나는 것일까.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2라운드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원하는 결론을 얻은 측에서는 상대방이 항소를 할 것을 염려할 것이고, 패소한 측에서는 항소의 실익이 있는지를 판단 받아 보고자 할 것이다.

다 아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일반적인 민사, 행정, 형사사건에서 3심제를 택하고 있다. 보통 1심과 2심(항소심)은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사실심, 3심(상고심)은 ‘법리’를 심리하는 사후심 및 법률심으로 운용된다. 여기서 사실심이란 무엇인지 좀 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사실심은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재판인다. 사실관계를 확정한다는 것을 일반적인 언어로 좀 더 리얼하게 번역하자면, 사실심은 ‘증거’를 낼 수 있는 재판이라는 의미이다. 그럼 ‘증거’를 낸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서증을 제출함으로써 그 서증에 기재된 사항을 판사님에게 보여줄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이고, 증인을 신청하여 신문(물어본다는 의미)함으로써 그 진술을 법관에게 들려줄 기회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항소심은 사실심이면서도 ‘사실상’ 사실심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이것이 제2라운드인 항소심을 할지 여부를 고민하면서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패소한 당사자 입장에서야 억울한 사정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 중 가장 억울한 것은 본인이 인식한 사실관계와 전혀 다른 엉뚱한 사실관계가 인정되어 패소된 것일 것이다. 그래서 그 사실관계를 확정할 마지막 기회인 항소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항소심에 가면 재판부로부터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1심에서 뭐 하셨습니까’, 그 다음 듣는 이야기는 ‘1심 때 이미 해놓은 것 아닌가요’일 것이다. 법원 사정도 이해는 된다. 제1심 때 법관도 서 있는 위치만 다를 뿐 같은 판사일 것이고, 그 법관이 심혈을 기울여 판결문을 작성할 것이라는 것은 넉넉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이제 항소심에서 고려하실 사항을 감히 조언 드린다. 첫째, 제1심을 변호사 없이 했다면(사실 그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항소심은 반드시 유능한 변호사를 찾아가시기 바란다. 여기서 ‘유능’의 의미는 경력일 수도 있고, 판사나 검사와 같은 전관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이 잘 되고 자료에 대한 이해가 빠른 변호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변호사조차도 제1심에 제출된 서면과 증거들을 토대로 사안을 구성하기 때문에 그 자료들과, 제1심 소송 진행 중 당사자의 억울함을 빠른 시간 내에 이해할 수 없다면 항소심은 하나마나이기 때문이다. 항소심은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둘째, 제1심 변호사를 함부로 불신하지 말아야 한다. 항소심에 가서 소송대리인을 교체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것이 효율적인지는 의문이다. 변호사와의 소통과 신뢰가 어느 정도 있다면 변호사를 변경하는 것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제1심이 비록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제1심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쌓인 정보와 이에 대한 이해는 새로운 변호사가 즉각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통이 안 되고, 성실성을 기대할 수 없을 때에만 항소심 법률대리인 교체를 고민하여야 한다. 그리고 항소심에서 변호사를 교체하여야만 하더라도 제1심의 변호사의 의견이 항소심 변호사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제1심을 담당한 변호사에게 수고비를 따로 드리는 경우를 감안할 정도로 당사자가 신경 써야만 한다.

셋째, 제1심에서 제출하지 못한 증거가 있다면 왜 제출하지 못했는지 충분한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사실을 인정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 증거는 공평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쪽에 치중되어 있고, 보통 경제적 여력이 안 되는 사람일수록 본인에게 유리한 증거는 폐기되었거나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억울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패소했다면 항소심에서 추가로 제출할 증거가 있는지를 면밀히, 온 힘을 다해서 찾아내야 한다. 특히 증인의 문제가 그렇다. 우리나라 법률문화에서 증인을 내세우기는 꽤 어려운 일이고, 제1심에서 원활하게 증인신문이 이루어지지 않는데, 항소심에서는 왜 제1심에서 안했는지를 물어보기 때문에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권하는 바는, 제1심에서 최선을 다하시라는 것이다. 만일 귀하에게 법률분쟁이 발생한다면, 귀하가 모든 수단을 다해서 전력투구할 상황은 제1심이다. 거기서도 위 세 가지 조언을 미리 고민해보시기 바란다.
 

[사진=법무법인 로고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