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레이더] '전속고발권'에 걸려 공정거래법 끝없는 표류…'안전장치'도 불안

  • 상법 개정안 등 다른 경제민주화법도 여전히 속도 못내
  • 당정, 공정경제 개정안 입법 작업 6월까지 마무리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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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1 18:50
수정 : 2019-02-1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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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월 임시국회가 '시계 제로'에 빠지면서 갈 길 바쁜 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여야 간 정쟁에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법을 비롯해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의 민생개혁 법안이 발목을 잡히면서 여권 지도부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경제 선순환의 핵심인 '투자·소비·고용'이 악화 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민생입법까지 줄줄이 막힌다면, 기해년 들어 속도를 내는 당·정·청의 경제 행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 38년 만 전면개정…옥상옥 우려도

더불어민주당은 1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처리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상징 격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참석,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공정경제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두 바퀴를 굴러가게 만드는 기본적, 제도적 인프라"라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당·정은 후속 논의를 통해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의 '일부 개정 처리' 가능성을 시사하고 '오는 6월까지' 공정경제 입법 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에 오른 지 1년 8개월가량이 지났지만, 문재인 정부의 '세 바퀴 성장론'의 핵심인 공정경제 관련 입법 성과에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도 일명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과 '윤창호법(도로교통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등에 매진하면서 경제민주화법을 사실상 후(後)순위로 미뤘다. 김 위원장이 지난 8일 민주당 내 경제 공부모임인 '경국지모'에서 강연을 한 지 사흘 만에 국회를 찾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국회가 일을 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공정경제법의 핵심은 '38년 만'에 이뤄진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이다. 이는 '재벌개혁'인 상법 개정안과 함께 김상조호(號)의 최대 과제로 꼽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27일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심의·의결하고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는 △중대한 담합에 대한 전속고발제 폐지 △담합 추정조항 신설 사인의 금지청구권제 도입 △공익법인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지주회사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 △위반행위 유형별 과징금 부과 상한 두 배 상향 조정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전속고발권 폐지'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검찰은 공정위 고발 조치 없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중대한 담합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전 '공정위 고발' 조치는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후 강산이 네 번 가까이 변할 동안 유지해온 '강력한 무기'였다.
 

여야 간 정쟁에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법을 비롯해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의 민생개혁 법안이 발목을 잡히면서 여권 지도부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전속고발권 완충장치 마련했지만…불확실성 불가피

문제는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상쇄하는 '완충 장치'를 마련하느냐다. 그간 야당과 재계에서는 '이중 수사'와 '기업 투자활동 위축' 등에 대한 우려를 끊임없이 쏟아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의 제19조제1항을 보면, 전속고발권 폐지 4개 부분은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이다. 야권과 재계가 우려하는 완충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제43조제1항)에는 전속고발권 폐지 후 자진 신고자에 대해 '과징금'과 '형사 면책'이 이뤄지도록 한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자신신고자를 감면하는 '리니언시 제도'를 시행령 및 법무부와 공정위 간 실무적 합의에 맡겼다. 완충장치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셈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사회적 관심이 큰 대형 이슈 사건에서 '불명확한 입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검찰 수사의 판단 요소인 '중대성' 등에 대한 판단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재계 등이 반대하는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상법 개정안'도 난제다. 민주당은 정책위원회 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벤처기업 차등의결권과 기업 상속세 제도와 증권거래세 등 '자본시장 12대 혁신과제'에 속도를 낼 방침이지만, 2월 국회 표류로 동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민생입법 '선(先) 과제'로 유치원 3법을 비롯해 △미세먼지 저감 관련 입법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확대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퇴직급여제 적용 확대 등도 제시했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가 대거 방미길에 오른 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모독 논란과 '드루킹 댓글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특검) 도입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당분간 국회 공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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