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병무청의 하명(下命)과 배려(配慮) 사이

입영연기사유 운영 변경에 따른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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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민방위에 편입될 만큼 제대한지 꽤 지난 편인데, 아직도 가끔 군대에 다시 입대하는 꿈을 꾼다. 이건 필자만의 경험이 아니라 현역병으로 복무한 사람들이면 가끔씩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꿈이 상쾌했던 적은 없다. 가장 최악은 다시 이등병으로 자대배치를 받았는데, 복무했던 부대 들어가서 제대 시절 막내가 왕고참 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꿈에서 깨고 나서도 기분이 나빴다.

아무리 군대가 기계화, 현대화 된다고 하더라도, 군사 장비를 운용할 인력과 이를 뒷받침할 전통적인 병력의 유지는 어쩔 수 없으며, 아무리 평화가 지속되는 시기고 통일을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분단 조국의 현실은 아직까지 모병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고, 어쩔 수 없이 징집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를 비롯한 많은 현역병 입영대상자들이 현역병으로 복무했거나 할 예정이고, 또 다시 군대 가는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이건 악담이 아니라 현역병 입영대상자들이 이미 경험하고 있거나 곧 겪게 될 상황이다.

이만큼 현역병 입영대상자가 입영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안보현실에서 피할 수 없지만,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한되고, 직업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며,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기본권이 제한되는 대단히 침익적인 처분이다. 행정법학에서는 처분의 종류 중 ‘하명(下命)’의 대표적인 사례로 현역병 입영처분을 들고 있다. 따라서 이런 병역의 문제에서 혼란이 생기면 입영대상자들의 불만이 폭주할 것이고 국가의 기반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에 국방부와 병무청은 입영 대상자들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합리적으로 병무 행정에 임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병무청에서 갑자기 입영연기사유 운영을 바꾸면서 대혼란이 발생했다. 병무청은 2018. 5. 28.에 ‘입영 연기 개선 내용 안내’라는 제목으로 각급학교 졸업예정자에 대해서 당초에 ‘연령제한 없이 각급학교 1년 이내 졸업예정자로서 1년 범위 내에서 학위별 1회 연기’로 운영하던 것을 ‘각급학교 제한연령 후 1년까지 연기(제한연령 +1년)’로 변경사항을 안내하였고, 이를 2019년 1월부터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대학원의 경우 만 28세까지가 제한연령이라서 실질적으로 29세까지만 입영기한을 단축한 것인데, 이는 과거에는 30세까지 1년 내 졸업이 가능했으면 졸업예정을 사유로 하는 입영연기를 인정했으나, 갑자기 29세까지만 입영연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병역과 무관하거나, 이미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이나 입영연기가 절실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고작 1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현역병 입영대상자들이 군대에 가야 한다고 해서 입영 통지서가 오면 바로 입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인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30세까지는 입영연기가 가능하다(병역법 제61조 제1항 단서). 이는 바꿔 말하면 30세까지는 법에서 정해진 사유로 입영연기가 가능하니 현역병 입영대상자는 본인 선택에 따라서 돈을 벌어도 좋고 연애를 해도 좋고 입영 연기사유가 있다면 정당하게 입영연기를 해서 그 시기를 알차게 보내고, 대신 30세는 넘기지 말라는 입법자의 선언인 것이다.

대한민국 20대는 너무나 바쁘다. 10대 내내 대학교 입학을 위해서 달려왔거나, 치열한 학업과정을 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잠시 일탈했거나, 아니면 그냥 이도 저도 아닌 평범한 생활을 했거나 관계없이, 처음으로 성인이 되고,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찾고 소질을 계발하는 기회가 찾아온 것인데, 그 시기를 국가 안보만을 위해서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입영연기는 얼마든지 허용해주는 것이 맞다. 30세에 군대에 가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니까 국가는 병력수급에 차질이 없는 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 이 30세까지의 기간이 국가경쟁력에 이바지할 인재가 나올지, 국위를 선양할 스포츠 스타가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이쯤 되면 병역의 문제는 국가경쟁력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현역병 입영연기사유 개정으로 인해 어떻게든 학업을 마치고 학위를 받으려고 유급의 위험을 넘어선 대학원생들, 특히 전문대학원 학생들은 큰 타격을 받고 말았다. 당장 올해 4학년이 되는 30세 학생들에게 올해 1월부터 입영 통지서가 날라오고 있는 현실이다. 작년까지는 입영연기를 다 해줬던 것인데 갑자기 입영연기가 불가하다는 병무청의 태도에 매우 당황하고, 당장 중단될 학업이 아까워서 큰일인 상황이다.

병무의 운영을 이런 식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지금이 전시도 아닌 평시인데 그리고 군 병력을 감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시기인데 그 1년이 뭐가 급해서 소중한 국민들의 1년을 좌우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그것도 법을 바꾼 것도 아니고 내부 방침을 변경한 것에 불과한 것인데 말이다. 최대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공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병무행정을 운영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최근 하급심에서는 이와 같은 필자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병무청의 입영통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필자는 모병제로 바꾸자는 것도 아니고, 입영연기를 무한대로 해줘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국민을 ‘징집’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분담하는 ‘소중한 동료’로 생각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며, 병무청의 이번 조치에서 병역의무를 다하는 국민들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고자 하는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병무청이 아무리 배려를 해도, 군대에 재입대하는 꿈을 못 꾸게 막아주지는 못할 테니까.
 

[사진=법무법인 로고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