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서영교 의혹…법조계 “처벌 가능성 작다”

  • 손 의원 ‘부동산 투기’ 실정법 위반 내용 못찾아
  • 서 의원 ‘재판 청탁’도 직권남용죄 적용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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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1 00:10
수정 : 2019-01-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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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과 시민단체가 부동산 투기 의혹과 재판 청탁 의혹이 불거진 손혜원·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수사당국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또 시민단체는 두 의원에 대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 업계는 아직까지 밝혀진 내용만으로는 이들이 주장하는 법적 처벌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진은 서영교 의원(왼쪽)과 손혜원 의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목포 부동산 의혹이 제기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재판 청탁 의혹에 휩싸인 같은 당 서영교 의원에 대해 야4당은 법위반 혐의가 있다며 수사당국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손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당적을 내려놓고, 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지난 18일 두 의원을 직권남용죄, 공무상비밀누설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대체로 처벌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 의원의 경우 현행법체계에선 재판 민원을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고, 손 의원은 현재까지 나온 내용만으로는 법률 위반이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손 의원의 불법 행위는 부동산실명법과 부패방지법 위반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손 의원과 관련해 “실정법 위반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며 “부동산실명법,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계정을 통해 “손혜원 의원 측이 목포 문화재거리 지정 전 8채 건물을 사들인 것은 부패방지법 50조 ‘업무상 비밀이용의 죄’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무상 비밀이용의 죄는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일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를 통해 취득할 때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법이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낸 고발장에서 “정치적 권력이 막강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인 손 의원이 문화재청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공무원들이 의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어 이런 의혹을 수사할 필요가 있다”며 손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자유연대도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죄 등의 혐의로 손 의원을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냈다.

하지만 야당의 지적처럼 손 의원을 부동산실명법 등으로 처벌하기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손 의원과 관련해선 사실관계 규정이 더 필요하다”며 “직권남용은 문화재청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아직 그 부분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상 비밀누설·부패방지법 위반 모두 사전정보를 알고 투기한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 경우 어떤 정보를 직무상 알게 됐는지가 핵심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기호 법무법인 상록 변호사도 최근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 주장과 관련해 “부동산실명법은 실명으로 거래하지 않을 경우에 처벌하는 조항인데 지금 차명재산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는 법률 위반이라고까지 할 정도의 내용은 지금 안 보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 의원에 대해서도 야권은 윤리위 제소 등을 통한 국회 차원의 진실규명은 물론 검찰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당인 민주당뿐만 아니라 제1야당인 한국당 비판은 날로 무뎌지고 있다. 현행 법체계에선 국회의원들의 재판 민원을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그 이유로 꼽힌다.

재판 청탁 정황이 드러난 서 의원에게 사법행정의 지휘·감독권 자체가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가 없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직권남용 혐의보다 좀 더 포괄적인 업무방해 혐의 적용은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물리적 위력행사가 없었던 점을 들면 서 의원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0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업무방해죄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 협박 또는 위계의 방법으로 그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하겠다는 취지라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공무원이 위력을 행사하지 않고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 의원이 재판 청탁을 받은 시기가 김영란법 시행 전인 2015년 5월이어서 적용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일선의 한 변호사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사건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공익적 목적으로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부정청탁 예외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의원에 대한 공세가 무뎌지고 또 다른 이유로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설치를 이루고자 재판 민원을 수단으로 한 입법 로비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뤄진 정치적 배경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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