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인터뷰] 김병준 “한국당, 중환자실서 회복실로…당 체질 개선 성과”

  • 취임 6개월간 계파정치 청산·정책논쟁…각종 어젠다로 존재감
  •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맹비판…“원인 진단 없고, 처방만 있다”
  • “전대 출마 No…발 디뎠으니 국가·정치 도움되는 일 찾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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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4 05:00
수정 : 2019-01-1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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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아주경제와의 단독인터뷰에서 “내용과 본질이 바뀌지 않았는데 당명만 바꾸면 국민에 대한 속임수”라고 밝혔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6·13 지방선거 패배의 충격에 빠진 자유한국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7월 취임일성으로 계파정치 청산을 첫 손에 꼽았다. 그는 당시 “계파 논쟁과 진영 논리를 앞세우는 정치를 인정하고 적당히 넘어가라고 말하지 말라”면서 “잘못된 계파 논쟁과 논리 속에서 그것과 싸우다 오히려 저에게 죽으라고 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한국당이 비교적 안정됐다는 데 당 안팎의 이견은 없다. 내달 27일 전당대회가 치러지면 그의 역할도 마무리된다. 김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탈국가주의, 먹방 규제, i노믹스와 i폴리틱스, 한반도 평화이니셔티브 등 다양한 어젠다를 끊임없이 던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가치논쟁을 정책논쟁으로 바꾸겠다는 것도 김 비대위원장의 약속 중 하나였다.

지난 10일 국회 본청 비대위원장실에서 만난 그는 눈이 충혈되는 등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말투에선 자부심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공교롭게도 인터뷰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도중에 이뤄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현재 당의 상태를 “사람에 비유를 하자면 산소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있다가 지금 회복실 들어오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를 만나 그동안의 활동 소회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지난해 7월 17일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6개월이 지났다. 당이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참패하고 어려울 때 큰 결단 내렸는데 그동안의 활동을 되돌아 본다면.

“힘든 일들이 많았다. 스스로 살아오면서 내가 자유한국당의 비대위원장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취임 당시에는 ‘비대위원장직을 다른 사람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맞다. 누군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평상시에도 뭐가 되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는 사람이다. 어쩔 수 없이 맡았다고 해서 소극적인 의미는 아니고 운명적으로 맡게 됐다고 본다. 맡게 됐으니 내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을 하나만 꼽는다면.

“가장 힘든 점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일정과 국민들이나 당원들이 생각하는 일정이 안 맞았다는 것이다. 정치는 꿈을 파는 직업이다. 정당은 꿈이 있고 비전이 있어야 한다. 실현가능한 꿈과 비전을 국민에게 팔고, 지지를 얻고 집권 후에는 그 꿈을 실현시켜야 한다. 나는 정당의 비전을 설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정치를 사람과 사람 간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인적 쇄신이나 인적 청산을 정치의 본질로 보는 것이다. 한 3개월 정도 가치와 비전을 정립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인적 쇄신 결과에 대해선 만족하나.

“준비과정보다 차라리 인적 쇄신 작업이 훨씬 수월했다. 일단 서로의 생각이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내보내는 문제는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쉽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꿈과 비전 만들고 철학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는 얘기다. 사람을 내보내는 것보다 그 자리에 누굴 들이는 문제가 더 중요하고 어렵다.”

-워낙 어려울 때 ‘구원투수’로 등판해서 지지율도 오르고, 체질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는 평들이 많다.

“사람에 비유를 하자면 크게 다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있다가, 지금 회복실 들어오는 단계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조금씩 자신감도 얻어가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당명부터 바꾸자는 말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내용과 본질이 바뀌지 않았는데 당명만 바꾸면 국민에 대한 속임수라고 봤다. 우리 국민은 위대한 국민인데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여전히 어리석고 사나운 백성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자유시장 경제를 기본으로 정부는 국민에게 자신감을 갖고 뛸 수 있게만 해줘도 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무엇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지에 대한 진단이 하나도 없다”고 혹평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보면 경제에 대한 언급이 부쩍 늘었다.

“일단 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부분에 대해선 긍정적이라고 본다. 나는 지속적으로 ‘북한 제일주의’, ‘남북관계 제일주의’에서 벗어나라고 말해왔다. 예를 들어 ‘평화가 경제다’라는 것은 모호한 개념이다. 오히려 ‘경제가 평화’일 수 있다. 전후 관계가 바뀐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엇 때문에 대화의 테이블에 나왔나. 먹고사는 문제 때문 아닌가. 먼저 우리 경제부터 제대로 돌아가야 김정은이 협상을 계속할 것이다. 평화가 우리 경제를 대단히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 혁신성장 등 구호만 요란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가만히 보면 무엇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지에 대한 진단이 하나도 없다. 국민들은 원인을 제대로 알고 그 원인에 대한 진단을 똑바로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각종 투자계획, 정부 지원 말고 원인 파악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신년 기자회견을 보면 그런 게 없으면서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 아니냐. 그리고 일부는 수정하겠다는 뉘앙스. 한 마디로 알맹이가 없는 거다. 좋은 말은 다했는데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가 없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내용 중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나.

“연설에서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고 하던데 이 부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왕 망하는 거 다 망해야 된다는 얘기 아닌가. 제대로 겨울이 추워야 병충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맞다. 잘못된 산업구조를 전부 망하게 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소위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하는데 성장이 왜 이뤄지지 않고 있는가. 우리나라의 분배 구조가 나쁜 것은 기업 소득이 높아지고, 가계소득이 낮기 때문인가. 자세한 설명이 없다.”

-한국경제 위기에 대한 나름의 ‘진단’을 내린다면.

“경제는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밑에서 올라가느냐’, ‘위에서 내려오느냐’에 대한 문제가 있다. 대통령도 말했듯이 대기업(위)에서 내려오는 낙수효과는 이제 끝났다. 이 정부는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안 되니 내수 활성화를 해서 밑에서 위로 올리겠다는 건데 잘 안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안 된다고 해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둘 다 잘 돼야 경제가 선순환된다. 절대 어느 한 쪽을 포기하면 안 된다. 낙수효과가 끝나면 성장은 누가 이끄나. 성장을 이끄는 주체가 있어야 되는데 우리 경제는 내수만 가지고는 안 되는 나라다. 기업을 뛰게 해줘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돈 퍼주는 것만 얘기한다. 투자 의지를 꺾는 이른바 ‘귀족 노조’는 어떻게 할 거냐. 이런 부분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 노사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서 투자자들이 노조 걱정 없이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지원한다 해서 기업이 자신 나름의 경영 플랜을 실행할 수 없다면 나라도 기업운영을 안 한다.”

-대기업에 치중된 경제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우리 산업구조가 굉장히 어렵고 복잡하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하고 곳곳에서 하청 구조로 이뤄지고 있다 보니까 불합리한 점이 참 많다. ‘불공정 갑질’을 하는 데도 많고 경제력 집중도 지나칠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무조건 나쁘다고 선과 악으로 구분 지어서도 안 된다. 대기업을 무조건 악이라고 규정해서 찍어 누르면, 성장동력을 잃는다. 현장 얘기를 잘 듣고 기업이 잘한 부분은 북돋아 줘야 한다.”

-대북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평화로 가는 것을 반대할 사람 아무도 없다. 단, 평화로 가는 길이 ‘고속도로’는 아니다. 비포장도로라는 거다. 중간에 웅덩이도 있고, 길이 파인 곳도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심히 살피고 천천히 가야 한다. 경제처럼 북한 문제도 ‘희망고문’의 연속이다. 계속 잘 될 거라고 하는데 언제, 어떤 이유로 괜찮아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설명을 할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최근 청와대 공직기강이 해이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우리가 보통 ‘인사(人事)를 만사(萬事)’라고 한다. 그 말 속에는 ‘사람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의미가 들어가 있는 거다. 사람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할일들이 정리가 돼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국정 기조의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 기조에 대한 변화가 없는데 사람 좀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잘못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고 해놓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겐 책임을 안 물었다.”

-청와대의 ‘휴대폰 압수’ 논란도 있었는데 어떻게 보나.

“조직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그냥 정부가 아니지 않나. 인권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정부가 다른 정부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이 정부에 있어도 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휴대폰을 압수하고 그것도 모자라 포렌식을 하는 행위에 대해 일벌백계를 해야 한다. 아니면 인권이니, 촛불혁명이니 그런 말을 하지 말든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생각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앞서 현재 자유한국당이 찬성하고 나설 입장은 아니다. 300명이라는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는 선에서 도입한다면 한국당도 논의할 수 있다. 그런데 지역구를 50석 넘게 줄여야 된다면 어느 당이 찬성하겠나. 대통령 중심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운용하는 곳은 드물다. 남미 일부에 있는데 우리랑은 경제력이 크게 차이가 난다. 없다면 (대통령제와) 안 맞는 거고,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도입하려면 권력구조까지 같이 논의해야 순서상 맞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자문위원회가 360명 권고안을 가져왔다는데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한국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나름대로 찾겠다”고 말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치권에 유튜브 열풍이 거세다. 본인도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에 출연한 바도 있는데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앞으로 유튜브를 넘어 다른 형태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것이다. 다만 가입자 수,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언어와 방법을 쓰는 경향은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법으로 규제할 필요는 없다. 크게 걱정은 안 한다. 결국 수용자들 입장에서 이른바 ‘막말 방송’에 대한 자율적인 규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거다.”

-최근 유튜브 채널 방송을 시작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인연과 정계복귀설에 대한 생각은.

“청와대 정책실장 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했다. (정계복귀는) 본인한테 물어봐라. 방송 내용 중 동의하는 말은 하나 있다. ‘정치를 하면 을이 된다’는데 내가 매일 하는 얘기다. 내가 쓴 대통령의 권력이라는 책에도 ‘권력은 잿빛’이라고 썼다. 권력을 쥐면 정말 을이 된다. 마냥 행복하고 좋은 일만은 아니다.”

-지금 본인도 어느 정도 겪고 있는 일 같다.

“맞다. 나도 어찌 됐든 발을 들여놨고 정치하는 사람들 특히, 핵심권력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개인적 삶이나 가족들 삶은 정말 말하기 힘들 정도로 힘들다. 가족들도 내 비대위원장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웃음)”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내달 27일 한국당 전당대회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사실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는다. 주변에서 권유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말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밝혔으니 오히려 전대 룰에 대해 편하게 묻겠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제도를 어떤 사람이,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단일지도체제라고 해서 독단만 하는 체제 아니다. 또 집단지도체제라고 해도 특정인이 강한 톤 얘기하고 다른 사람을 억압하면서 갈 수도 있다. 제도마다 장단점은 있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현행 체제(단일)로 가면 된다.”

-당분간 쉬고 싶다고 했지만, 향후 계획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 일이라는 게 하겠다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겠다고 해서 안 하게 되는 것도 아니더라. 내가 젊은 시절에도 청와대 정책실장, 부총리를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정치를 앞으로 아예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당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이런저런 요구가 있을 것 같다. 한국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나름대로 찾겠다.”

-대권 등 더 큰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나는 뭐가 되고 싶은 욕심은 없지만, 세상에 대한 걱정이 많고 세상에 대해 내가 바라는 생각은 분명히 있다. 그런 생각들을 갖고 있는 한 어떤 일이든지 할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 그게 어떤 일이나 역할인지는 나도 모른다. 시골에서 태어난 내가 처음부터 무슨 인연이 많았겠나. 내가 의지를 갖고 어떤 일이든 열심히 했고, 일을 많이 하게 되니까 일이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해줬다. 그 일을 잘해내니 다른 일과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어쨌든 정치에 발을 디뎠으니 멀리 도망은 못 갈 것 같다. (웃음)”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프로필

△1954년 경북 고령 출생 △대구상고 △영남대 정치학과 △한국외대 정치학 석사 △미국 델라웨어대 정치학 박사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사회디자인·공공경영연구원 이사장 △국무총리 지명자 △국민대 명예교수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대담=김봉철 정치사회부 국회팀장
정리=김도형·신승훈 기자 semiqu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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