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레이더] 38년 만에 수술대 오른 공정거래법…“공정 질서” vs "기업 옥죄기“

  •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가 핵심
  • 정부 "중대담합엔 전속고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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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02 16:31
수정 : 2018-12-0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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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9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선동, 김성원 의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주최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입법 예고안 정책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80년에 만들어진 공정거래법이 38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에 공정거래법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고 예고했다. 포용적성장 정책의 세 축 가운데 하나인 공정경제를 위한 기반 마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은 규제 강화로 인해 ‘기업 옥죄기’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의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이하 공정거래법)’이 지난달 30일 발의됐다. 이를 비롯해 민병두·제윤경·이학영 더불어민주당, 김선동 한국당,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 개정안 등도 발의돼 있다.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공익법인 의결권 강화 △전속고발제 폐지 등이다.

먼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강화는 이번 정부안의 핵심이다. 개정안 46조를 보면 상장·비상장 회사 구분 없이 총수 일가 등 특수 관계인이 발행 주식 총수의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일원화했다. 또 이들 회사가 발행 주식 총수의 50%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는 민병두 의원의 개정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현행 법률에서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특수 관계인이 상장회사 30%·비상장 회사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계열회사와의 거래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부당한 내부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규제다. 하지만 일부 상장회사가 지분을 매각해 30% 미만으로 한 뒤, 여전히 내부거래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왔다.

같은 당 송갑석 의원은 지난 10월 부당한 이익 제공 및 일감 몰아주기 행위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총수 일가나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자는 것이다.

송 의원은 “대기업집단과 총수 일가가 부당지원 및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얻는 부당 이익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데 비해 이로 인한 벌칙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벌금 상향으로 제재의 효과성을 높여 공정한 시장 경쟁질서를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8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방지하기 위해 대기업집단이 계열사뿐만 아니라 친족 회사에까지도 부당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현행법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동일인이나 친족이 보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동일인의 친족이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가 제외돼 있고, 이를 통해 총수 일가가 여전히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안은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규정을 신설했다. 공익법인은 별도의 규제를 받지 않는 점을 이용해 대기업집단이 공익법인을 통해 세금 혜택을 받으면서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따라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계열사 주식에 대한 거래와 일정 규모 이상의 내부거래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이를 공시하도록 했다.

특히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다만 계열사가 상장회사인 경우,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발행주식총수 15% 한도 내에서 의결권 행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도록 했다.

민 의원 개정안에서는 특수관계인 합산 15%에 더해 공익법인 단독으로 5% 한도 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더 강화했다.

앞서 이학영 민주당 의원도 지난 10월 민 의원 개정안과 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부분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울러 정부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내용도 담았다. 전속고발제는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가 전문성을 갖고 고발 여부를 판단하도록 독점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소극적으로 고발하며 ‘기업 편들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정부는 가격·입찰 담합과 같은 중대한 담합(경성담합)에 한해서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 공정위 고발 없이 바로 검찰 수사가 가능해진다. 민 의원도 여기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반면 김선동 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전속고발제가 적용되는 범죄의 경우, 공정위가 고발한 날부터 공소시효를 1년 연장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공정위의 판단 과정을 거치면서 고발이 지체돼 고발 이후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검찰의 충분한 조사기간이 확보되지 않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종석 의원은 지난 1월 대기업집단 지정을 폐지하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자산 총액 기준은 직전년도 국내총생산(GDP)의 0.5%로 한다. 현재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으로, 10조원 이상 기업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김 의원은 “기업집단 지정이 이원화돼 있어 혼선을 빚고 있다”면서 “대기업집단 자산 총액 기준은 국내외의 경제 여건 및 상황 변화를 고려하지 못하는 등 합리적 산정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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