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화염병 테러’…땅에 떨어진 사법부 위상

  • 법원 판결에 불만 품고 계획적 범행
  • “법원, 국민신뢰 회복할 특단 조치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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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8 08:40
수정 : 2018-11-2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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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한 남성이 김명수 대법원장 출근차량에 화염병을 투척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화염병을 투척한 남성은 자신의 민사사건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의전서열 3위,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화염병 습격을 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 화염병 테러가 땅에 떨어진 사법부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법원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0분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남모씨(74)가 정문을 통과하는 김 대법원장 차량을 향해 화염병을 투척했다.

화염병에 붙은 불이 승용차 조수석 앞바퀴에 옮겨붙었지만, 현장에 있던 대법원 보안요원이 소화기로 즉시 진화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고 대법원장은 평소와 같이 출근했다”고 말했다.

남씨는 대법원 정문 앞에서 지난 10월부터 1인 시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남씨는 자신이 제조한 사료에 대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친환경인증 부적합 처분을 내려 손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1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3심 모두 패소한 것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남씨는 “어제 을지로의 페인트 가게에서 시너를 구입했다”며 “민사소송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내 주장을 받아주지 않아 화가 나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구체적 범행 동기와 공범‧배후 여부 등을 수사한 뒤 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법부에 대한 테러는 2007년 김명호 전 성균관대 조교수가 본인 재판 결과에 앙심을 품고 사건 담당 부장판사에게 직접 테러를 가한 이른바 ‘석궁 테러’ 이후 처음이다. 특히 대한민국 삼권 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에게 직접 위해를 가했다는 점에서 파장은 식지 않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대법원장에 대한 화염병 투척 테러에 대해 동의할 국민은 없다”면서도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며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 법치주의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대법원과 경찰의 경호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 청사 출입문 인근 1인 시위자들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였다면 ‘대법원장 테러’라는 초유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장에 대한 경호와 대법원청사 보안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국회의장과 함께 대법원장에 대한 상시 경호 의무를 진 경찰도 대법원·대법원장 공관 주변에 인력을 증원해 △집단진입 시도 △차량 출입방해 △위험물 투척 등 위해 상황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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