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큰 수의 법칙, 더 많은 판사

  • 판사 수 1.5배 ~ 3배쯤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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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익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입력 : 2018-11-16 06:00
수정 : 2022-06-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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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결과는 실력일까 아니면 운일까? 골프 결과를 두고 내기를 하는 것은 도박일까? 여기에 대해 법원이 흥미로운 판결을 내렸다.

도박의 법률상 의미는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이다. 만일 골프의 승패가 운으로 정해진다면 ‘우연’에 의한 것이므로 도박이 되지만, 골프의 승패가 실력으로 정해진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기 때문에 도박이 되지 않는다.

내기 골프가 도박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 해당 사건의 1심 사건에서는 골프가 실력에 좌우되는 것이어서 도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1심 결과가 보도될 당시 식당에서 친척과 식사를 하는 중이었는데, 주인이 “저런 개떡같은 판결이 있나”고 맹비난을 했던 게 기억난다.

이후 대법원은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다소라도 우연성의 사정에 의하여 영향을 받게 되는 때에는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내기골프도 도박에 해당이 된다고 판결했다. 결국 해당 사건의 피고인들은 도박죄가 인정되었다.

그렇다면 재판 결과는 실력이 좌우하는 것일까, 아니면 운이 좌우하는 것일까. 일단 대법원은 변호사의 실력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은 변호사가 형사사건의 변호인이 되어 무죄 판결을 이끌어 냈을 때 성공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특히 형사 절차는 판사와 검사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있어 변호사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이라는 결과를 거두기 어려운데도, 성공보수금을 주고 받게 되면 정당한 결과마저 다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에 따른 왜곡된 성과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면서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형사성공보수 약정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이므로 무효라는 것이다.

법원의 이런 결론은 바꿔 말하면 판사와 검사의 실력과 연관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판사와 검사의 실력 또는 인품은 일반적으로 평균적이지 않아서, 결국 어떤 판사 또는 검사를 만나는 ‘우연’에 기댈 수밖에 없다. 피고인은 변호사를 선택할 수는 있어도 판사와 검사를 선택할 자유가 없다. 때문에 재판은 어떤 판사를 만날지에 따라 좌우되는 우연에 기댄 도박이 된다.

그런데 이런 도박을 도박이 아니게 하는 방법이 있다. 큰 수의 법칙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수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표본이 많을수록 실 사건의 확률이 통계적 예측에서 오차가 줄어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수학적으로 50%이지만, 실제 몇 차례 시험을 해보면 정확히 50%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험을 100회, 1000회로 횟수를 늘리면 통계적 결과는 수학적 확률인 50%에 근접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대수의 법칙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가 보험이다. 보험에서는 대수의 법칙에 따라 특정 연령대의 사고위험율을 계산하여 가입자가 납입할 보험료를 산정한다. 보험가입자에게 거액의 보험금 수령은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겠지만 보험회사에게는 보험금 지급은 대수의 법칙에 따라 어느 정도 계산돼 있다.

재판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재판이 대법원이 생각하는대로, 어떤 판사와 검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우연에 기인한다면, 그 우연을 좀 더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판사가 필요하다. 대수의 법칙을 법원에 적용하자면, 대수의 법칙을 실현시킬 판사를 많이 채용해야 한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고 손실로 손꼽히는 ‘4대강 사업’ 대신, 법원과 검찰의 인력 충원과 설비 확충에 투자 되었다면, 오늘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성군, 아니 성대통령으로 칭송받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다 많은 판례가 쌓이고 보다 심층적인 재판이 가능하도록 판사와 법원을 늘려야 한다. 보다 많은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사건은 늘 생기고 더 생길 것이다. 그러자면, 판사도 검사도 지금보다는 적어도 1.5배, 적정하게는 3배 정도 늘려야 할 것이다.
 

[사진=법무법인 로고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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