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에게 전송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대법원 2018. 8. 1. 선고 2018도148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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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하여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의미하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 근래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촬영된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가 인터넷사이트 등을 통하여 유포되는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연인관계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서로의 모습을 담은 성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리벤지 포르노의 공포가 시작된다.

현재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처벌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제2항에서 규율하고 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리벤지 포르노를 촬영할 경우 그 행위자체로 처벌받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런데 가해자가 촬영한 리벤지 포르노를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전송한 경우 성폭력처벌법에 의하여 처벌받을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이점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한 판결을 내렸다.

2. 사실관계

甲남과 乙녀는 연인관계이었다. 甲은 乙과 사귀던 기간 동안 乙의 신체가 노출된 성적인 사진을 여러 차례 촬영하였다. 이후 甲과 乙이 헤어지자 甲은 乙의 성적인 사진을 乙의 휴대전화로 전송하였다. 또한 甲은 乙이 운영하는 가게에 술 취한 상태로 찾아가 가게 손님들에게 “내 여자 친구 사진도 여기 있다.”라고 하면서 甲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乙의 나체사진을 보여 주려고 하였다. 乙이 이러한 행동을 하는 甲을 제지하자 甲은 乙의 왼쪽 팔을 잡아 밀쳐 乙을 폭행하였다.

검사는 乙을 폭행하고, 乙의 성적인 사진들을 동의 없이 촬영하며, 위 사진들을 乙에게 제공하고 제3자들에게 공공연하게 전시한 혐의로 甲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甲은 당시 乙에 대한 폭행의 고의가 없었고 각 성적인 사진 촬영에 대한 乙의 승낙이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甲이 乙을 폭행한 점, 乙의 성적 사진들 중 일부를 乙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점 및 해당 사진들을 전시한 점은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甲이 乙의 동의 없이 촬영한 나체노출 사진을 乙의 핸드폰으로 전송하는 것이 과연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제공’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 되었다.

3. 판결 요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촬영행위뿐만 아니라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유포됨으로써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를 감안하여, 죄책이나 비난가능성이 촬영행위 못지않게 크다고 할 수 있는 촬영물의 유포행위를 한 자를 촬영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기 위해서이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6172 판결 등 참조).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반포'와 별도로 열거된 '제공'은, '반포'에 이르지 아니하는 무상 교부행위로서 '반포'할 의사 없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6도16676 판결 참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촬영행위뿐만 아니라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이 촬영물의 유포행위를 방지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에 비추어 볼 때, 촬영의 대상이 된 피해자 본인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제공'의 상대방인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사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해자 본인에게 촬영물을 교부하는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제공'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4. 판결 의의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촬영뿐만 아니라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자신의 신체에 관한 사진 및 동영상 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았다. 즉, 가해자가 리벤지 포르노를 전송하더라도 리벤지 포르노가 유포될 가능성이 있어야지만 처벌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결국 가해자가 리벤지 포르노를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전송한 행위 자체만으로는 이를 타인에게 유포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리벤지 포르노 전송행위는 다른 규정을 통하여 충분히 처벌될 수 있기 때문에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제공’의 구성요건에 포섭하지 않았다. 가해자의 전송행위가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과 결부되는 경우 협박죄, 공갈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고, 전송자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송된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13조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점들에 집중하여 가해자가 리벤지 포르노를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전송한 행위 자체만으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규율하는 ‘제공’으로 보지 않았다. 즉, 피해자가 동의하지 아니한 리벤지 포르노를 촬영한 행위 자체는 처벌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가해자가 리벤지 포르노를 피해자에게 전송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 의하여 처벌될 수 없다. 다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전송한 행위 자체가 협박이 될 수는 있기 때문에 가해자는 경우에 따라 협박죄나 공갈죄로 처벌될 수 있다.

5. 나가며

국가형벌권 행사와 관련된 형벌조항은 엄격한 법 해석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법원이 입법 취지를 바탕으로 한 문리적 해석을 통하여 피해자에게 리벤지 포르노를 전송한 가해자의 행위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점은 일응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실제 유포되지 않더라도 리벤지 포르노가 있다는 사실 자체로 생기는 두려움, 그리고 상대방이 언제든지 리벤지 포르노를 유포시킬 수 있다는 공포심으로 인하여 끝나지 않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리벤지 포르노를 촬영한 후 이를 유포시키겠다고 협박하는 자들의 행위는 당연히 현행법상 처벌받을 수 있다. 단순히 리벤지 포르노를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전송하더라도 그 자체로 협박으로 볼 수 있고, 성적인 사진 또는 동영상 삭제의 대가로 피해자에게 금전 등을 요구할 경우 공갈죄가 성립된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리벤지 포르노를 빌미로 피해자들을 괴롭히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성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이 유출될 경우 피해자가 느끼게 될 성적 수치심이나 모멸감은 가히 인격적 살인행위에 버금갈 정도로 중대한 반면, 가해자들이 받게 될 처벌은 그에 비하여 매우 경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1심 법원은 인터넷 사이트에 리벤지 포르노를 올리고 피해자 지인 100여 명에게 리벤지 포르노를 받을 수 있는 링크를 보내는 등 유포행위를 한 전 남편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선고하였다. 가해자가 철저히 파괴한 피해자의 정상적인 삶을 고려하였을 때, 징역 3년은 결코 무거운 형벌이 아니다. 그러나 판사는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가장 강력한 징역형을 선고하였다. 결국 실질적인 형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입법부가 나서서 디지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다.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와 분노. 이에 대하여 사법부는 법정최고형을 선고하는 것으로 응답하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입법부가 대답해야 할 차례가 아닐까.
 

[사진=법률사무소 서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