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둘러싼 학생 vs 대학-교수 소송전…명예훼손 판단 기준은?

  • 지난해 12월 페미니즘 강연 놓고...한동대학교-학생 충돌
  • 일부 교수, 이메일과 강의에서 관련 내용 언급
  • 해당 학생 4천만원대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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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07 18:15
수정 : 2018-11-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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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학교  [사진=연합뉴스]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 문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지식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교에서 학생이 대학교와 교수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는 초유의 법정 분쟁이 벌어졌다.

학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 소수자’ 관련 외부인 초청 강연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한동대학교 학생 S씨가 학교법인과 교수 3인 등을 상대로 총액 4400만원에 달하는 민사상 명예훼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8일 오전 11시 40분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서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S씨가 향후 제기할 '징계무효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동성애 조장 vs 표현의 자유...결국 '무기정학'

학교와 S씨의 갈등은 지난해 12월 8일 한동대학교 자발적 공동체 ‘들꽃’이 주최한 ‘흡혈사회에서 환대로-성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라는 강연을 놓고 시작됐다.

해당 강연이 동성애를 조장하고 어긋난 성 관념을 학생들에게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한동대 학생처장은 S씨를 비롯한 행사를 주최한 학생들을 강연이 예정된 당일 학생처장실로 불렀다.

자리에서 학생처장은 “동성애나 이런 건 종교와 대립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해당 강연 취소를 요청했다. 이에 S씨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자 학생처장은 “너는 헌법으로 가. 국민으로서 얘기하려면 학교 밖에서 얘기해”라고 호통을 쳤다.

학교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연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학교는 행사 이후 S씨와 행사를 기획한 4명의 학생들에게 강연을 강행한 이유와 목적에 대한 진술서를 요청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제출했다. 학교와 공방이 이어가던 중 지난 2월 28일 학교는 S씨에게 ‘무기정학’을 통보했다.

‘무기정학’을 받은 S씨는 국민인권위원회에 신고했고 인권위는 해당 사건을 전원위원회로 상정해 조만간 결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 일부 교수들 교직원·교수들에...S씨 성 정체성 언급

문제는 강연 이후 강연을 둘러싸고 학교가 뒤숭숭하던 때 일부 교수들이 S씨의 사생활의 영역인 성 정체성에 관련된 내용의 메일을 교직원 및 동료 교수들에게 보내거나 수업 도중 공공연히 이야기하면서 불거졌다. 

일례로 한동대의 콘텐츠융합디자인학부 A교수는 지난해 12월 11일 교직원 및 교수들에게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로 살고 있다는 홍모 작가와 사귄다는 남학생(S씨)이 저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던 학생이더군요”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한동대 교목실장인 B교수도 S씨가 무기정학을 받은 이후인 지난 3월 7일 교내 채플시간에 약 700명의 학생 앞에서 “그 학생은 연세대 가서도 폴리아모리 강연했고, 지금도 동성애 옳다고 나가서 강연하죠. 또 하나 폴리아모리를 한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또 S씨를 ‘곰팡이’, ‘암세포’에 비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내용을 파악한 S씨는 학교 법인과 본인 신상을 공적인 자리에서 언급한 교수 3인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손해배상청구액은 법인 1100만원, 교수 3인 각 1100만원으로 모두 4400만원이다.

◆명예훼손 재판은?…변호사 "사생활 발언 교육적 목적 인정 어려워"

S씨는 포항지원에 제출한 손해배상 소장에 법인과 교수 3인이 민법 제756조 1항과 제764조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급된 법조항은 △교수들의 S씨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한 법인의 책임 △명예훼손 시 손해배상 및 명예회복 처분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00년 2월 선고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일 경우에는 외형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고 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해당 판례는 피용자(교수)의 행위에 대한 사용자(법인)의 연대 책임을 물은 것이다. 

형법상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선 공연성(널리 알려질 가능성)이 충족돼야 한다.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 가능하고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본다. 단, 공연히 사실을 적시한 행위가 진실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하면 처벌하지는 않는다. 

민변 사무차장인 김준우 변호사는 “S씨를 언급한 교수들은 ‘교육 목적’으로 수업시간에 이야기 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면서도 “여러 학생이 모인 공간에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해 언급한 것을 교육적 목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히 (S씨가)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청구 금액(4400만원)이 모두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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