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상가세입자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

  •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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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연 변호사(법무법인 명경)
입력 : 2018-11-10 09:00
수정 : 2018-11-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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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부 규정이 2018.10.16.자로 개정돼 시행 중이다. 그간 상가 세입자가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제도가 미흡해 이들은 ‘5년짜리 비정규직’의 지위에 있었다. 자영업자들을 상담해보면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임대공포’가 상당했다. 이번 개정으로 자영업자들이 임대공포에서 벗어나 ‘정규직’ 전환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종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 돼, 10년의 임대차기간이 보장되고, (2)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기간이 종전 임대차기간 만료 3개월 전에서 6개월 전으로 확대 되며, (3) 전통시장의 경우에도 권리금 회수기회가 보호된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10년으로 연장

세입자들이 장사를 시작하면서 인테리어 등 시설투자를 한 뒤, 영업을 통해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선 5년으로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또한, 인테리어 등 시설의 내구연한(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보통 7년 정도인데 5년 만에 이를 철거하는 것도 사회적 손실이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세입자의 안정적인 영업권이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건물주 입장에선 늘어난 갱신요구권 행사기간으로 인하여 예측가능성을 벗어난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됐다고도 볼 수 있다. 건물주에게 월세를 합리적인 금액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을 함께 마련하는 게 어떠했을까 싶다.

주의할 점도 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때는 내용증명 등 증거가 남는 방법을 통해 하는 것이 좋고, 계약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만료시까지 사이에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실제 명도소송을 해보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는지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증거를 남기자.

전통시장, 권리금보호대상에 포함

기존 상가임대차법에서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규모점포를 보호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전통시장의 대다수가 대규모점포에 포함돼 타당한 이유도 없이 권리금이 보호되지 않았다. 보호의 필요성이 가장 큰 영세업자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보호대상에서 제외되었던 것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영세자영업자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돼 권리금보호의 사각지대가 많이 줄어들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전통시장을 제외한 대규모점포는 아직도 권리금보호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데, 대규모점포에 포함된 점포 중에서도 권리금이 보호되는 곳이 많다. 일률적으로 대규모 점포를 제외하다 보니 보호받아야 할 영세상인이 아직도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권리금보호대상의 제외 범위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한정해서 권리금보호의 사작지대를 완전히 없애야 할 것이다.

자신의 점포가 대규모 점포에 해당하는지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다. 구청이나 시에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규모점포를 등록 관리하고 있으니, 여기에 문의하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권리금 보호기간 연장

기존 상가임대차법에서는 권리금 보호기간을 3개월로 한정하고 있었다. 3개월은 건물주와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해 협의하는 데 너무나 부족한 기간이다. 또한 계약갱신 요구권은 6개월전부터 행사가 가능한데 권리금은 그 기간이 달라 세입자들의 혼선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이번 개정으로 보다 용이하게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보호기간이 설정되었다.

그런데 세입자 권리금 보호는 단순히 보호기간만 늘려서 될 문제는 아니다. 세입자가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체결을 요청하면 건물주가 연락처도 잘 알려주지 않고 무응답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세입자가 권리금을 회수하기 위해 신규임대차계약 체결을 요청하였는데도 일정기간 내에 건물주의 확답이 없으면 방해행위로 간주하는 규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건물주와 세입자의 상생

이번 개정을 통해서 세입자가 땀과 노력을 들여쌓은 가치가 세입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균형을 맞췄다. 가로수길. 홍대 등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작한 자영업자들이 장사가 조금 되면 천정부지로 오른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그 지역을 떠나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서 가로수길이나 홍대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만 남고, 그 길의 창업자로 볼 수 있는 상인들은 거의 다 사라졌다.

이번 개정을 통하여 소비자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맛있는 집을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게 됐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상생을 위한 법이다. 세입자가 폭등한 월세를 견디지 못하고 나가면 상권은 죽고 결국 건물가치는 하락한다. 임대료 등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세입자가 살아야 건물주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사진=법무법인 명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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