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만 남은 맹탕 국감…후반전엔 野 ‘채용비리’ 먹힐까

  • 국감 전반전, 여야 공방으로 곳곳에서 파행 거듭
  • 한국·바른미래·평화, 채용비리 국정조사로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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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1 17:54
수정 : 2018-10-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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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당직자와 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국회에서 본청 앞에서 열린 '국가기만 문재인 정권의 가짜 일자리·고용세습 규탄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대 후반기 국회 첫 국정감사가 21일 반환점을 돌아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이번 국감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첫 국감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약 열흘 동안 진행된 국감 전반전은 야당이 제대로 된 이슈를 던지지 못하며 ‘맹탕 국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교육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상임위 곳곳에서 파행을 빚었다. 여야는 정책이 아닌 정쟁으로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는 모습을 보였다.

◆‘채용 비리’ 카드로 반전 노리는 野

후반전을 준비하는 야당은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비리 의혹 카드를 꺼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의 친인척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권력 유착형 고용 세습’이라고 주장하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과 함께 국정조사까지 추진하고 있어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국민 기만 문재인 정권의 가짜 일자리·고용세습 규탄대회’를 열었다. 서울시청 산하 서울교통공사에서 지난 3월 1일 자로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1285명 중 108명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권력 유착형 채용비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일자리를 만들라고 했더니 일자리 예산만 늘리고, 기존 일자리마저도 특권 계층·집단끼리 나눠먹기 했다”며 “중앙정부·지방정부·특권 노조가 철의 3각을 형성하고 귀한 일자리를 자기들 마음대로 약탈했다”고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사람이 먼저라면서 내 사람 먼저 챙기는 파렴치한 정권이 바로 문재인 정권”이라며 국정조사 요구 수용을 촉구했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평화당과 함께 국정조사 요구서 공동 발의를 추진 중이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에서 주장하는 채용 비리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권력의 힘으로 친인척을 채용한 그런 일은 단연코 없었다”며 “만약에 서울교통공사 내부에서 그런 일이 단 한 건이라도 있다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분명하게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국감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며 “국감 성과가 없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각 상임위에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발언과 파행을 지도부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정책은 어디로…지리멸렬한 신경전만 계속

지난 10일부터 시작한 국감은 곳곳에서 파행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법사위·기재위·교육위 등에서 여야 신경전이 치열했다.

먼저 법사위는 국감 첫날부터 대치 국면이었다. 한국당은 대법원을 상대로 한 국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저격’했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에게 춘천지방법원장 재직 시절 운영비 사용에 대해 직접 답변해줄 것을 요구했다. 입법·사법·행정부 수반에게는 관례적으로 직접 질의를 하지 않는다. 결국 1시간가량 설전을 벌인 후에야 질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국감 전부터 정부의 비인가 행정 정보 문건 유출 논란이 일었던 기재위 역시 예상대로 공방이 벌어졌다. 16일 한국재정정보원을 상대로 한 국감에서 심재철 한국당 의원의 참석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은 피감기관과 맞고소를 한 상태기 때문에 심 의원은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국당에서는 야당 탄압이라며 맞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출석한 교육위 국감은 유 부총리 ’청문회 3탄’을 방불케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유 부총리를 인정할 수 없다”며 그의 증인 선서 때 단체로 퇴장했다. 정회를 반복하다 겨우 시작된 질의에서도 유 부총리를 건너뛰고 교육부 차관에게만 질문을 던졌다.

이처럼 여야 공방으로 정책이 실종된 자리에 패션이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개량 한복을, 같은 당 이동섭 의원은 태권도복을 입고 국감장에 나타났다. 이들은 전통한복의 범위에 대한 질의를 하기 위해서, 또 태권도의 국기 지정을 알리기 위한 목적에서 해당 의상을 준비했다.

안민석 위원장은 ‘보여주기식 국감’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문체위는 어느 상임위보다 품격 있고 콘텐츠와 정책이 풍부한 국감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22일 감사원(법사위), 한국산업은행(정무위), 한국은행(기재위) 등을 대상으로 국감을 이어간다. 교육위는 독도를 방문해 현장 시찰을 할 예정이다.

오는 29일 종합감사를 마지막으로 14개 상임위 국감은 끝나고, 30일부터 겸임상임위인 운영위·여성가족위·정보위 국감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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