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문희상 의장 “남북 국회회담, 김정은 방한 前 ‘예비회담’ 성격도 가능”

취임 100일 소감·유라시아 순방 결산…9개국 정상과 12차례 양자면담

“100일 내 모든 개혁 제대로 못하면 흐지부지…국민들 피로감 느껴”

北리종혁 만나 국회회담 정례화 제안…“평양 개최 원안, 서울도 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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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6일 스위스 제네바 현지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번 유라시아 순방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너무 피곤해서 쓰러져 자다가도 아침에 벌떡 일어나게 된다. 보람찬 마음과 활기찬 기운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73)은 지난 16일 스위스 제네바 현지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취임 100일 소감을 묻는 질문에 “100일 안에 국회의장 임기 2년 방향이 전부 정해진다고 보고, 있는 힘껏 달려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월 13일 국회의장에 당선된 문 의장은 10월 20일로 취임 100일이라는 반환점을 돌았다.

그는 “입으로만 떠드는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누구보다 100일이라는 시간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모든 개혁은 초반에 제대로 하지 않으면 흐지부지된다는 취지였다.

문 의장은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터키, 루마니아, 스위스 3개국을 돌면서 9개국의 정상들과 12차례의 양자면담을 진행했다.

다소 무리한 일정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이 때를 놓치면 안 된다”며 유라시아 순방을 강행, 한반도 평화에 대한 필요성을 전 세계 40여개국에 알렸다.

그 결과, 터키에서 개최된 제3차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 공동선언문에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지지 문구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의원연맹(IPU) 총회에서는 북한 대표로 온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겸 조국통일연구원장을 만나 남북 국회회담을 조속한 개최를 당부했다.

문 의장은 이 자리에서 남북 국회회담의 정례화를 전제로 “평양 개최가 원안이지만, 서울 또한 무방하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에 오기 전에 먼저 ‘예비회담’ 형식으로 북한에서 내려오는 것도 좋지 않느냐”고 전했다.

-어느덧 취임 100일이라는 반환점을 돌게 됐는데 소회가 어떤가.

“정권이 출범하고 가장 중요한 시기가 100일이라고 본다. 100일 안에 정권의 나아갈 기본 방향이 설정되는 것처럼 내 임기 2년 방향이 100일 동안 정해진다고 보고 있는 힘껏 달려왔다. 모든 개혁의 설계가 완성되는 시간이 100일, 첫걸음 떼는 것이 1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광석화, 쾌도난마로 개혁을 해치우지 않으면, 헤매게 되고 반대 여론에 부딪힌다. 반대 여론 부딪히면 국민들은 지루해 하고 뒤돌아 앉을 수밖에 없다. 100일 안에 국회의장이 뭘 하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취임일성으로 강조했던 ‘협치’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는지.

“이번 20대 국회는 가장 큰 특징은 다당제다. 1당이 과반수가 안 되는 것은 ‘협치를 하라’는 국민의 뜻이 그 속에 담겨있는 것 아니냐. 머리를 맞대면 협치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원칙에 맞고, 여야 간 합의만 하면 되는 일이다. 협치의 세 가지 원칙은 첫째는 대의명분, 국민적 요구가 있어야 한다. 둘째, 절차적 투명성. 밀실에서 하면 야합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셋째가 타이밍. 줄탁동기(啐啄同機·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라는 말이 있듯이 타이밍이 맞아야 협치가 완성된다. 아직까지 국민들이 바라는 협치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국회의장으로서 여러 당의 의견을 조율하고, 협치와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생각이다.”

-이번 유라시아 순방에 대한 의미와 소회는.

“한마디로 자긍심과 함께 역사적 소명감과 책임감을 느끼는 과정이었다. 일부러 역대 국회의장이 잘 안가는 곳도 가보면서 의회교류와 다자외교의 교류를 트기 위해 노력했다. 대한민국의 국력을 느낄 수 있었다. 루마니아에 국회의장이 간 것이 9년 만이라는데 하루에 대통령, 총리, 상·하원 의장을 줄줄이 다 만났다. 내가 잘나서라고 보지 않는다. 다들 한반도 평화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각국 의회 수장 및 정상들이 어떤 점들을 주로 궁금해 했나.

“대한민국은 머지않은 장래에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인구 5000만명 이상인 이른바 ‘3050’ 클럽에 들어가는 7번째 나라가 된다.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촛불혁명에 대해서 성숙한 민주주의에 대한 것이다. 1700만명의 인원이 촛불 하나 들고 합법적 절차에 의해 탄핵이 의결됐다. 쓰레기 한 톨 없이 피 한 방울 안 흘렸다. 전 세계가 놀라워할 만한 일이다. 두 번째는 기적같이 불현듯 찾아온 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이다. 그런 관심과 지지가 터키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에서 공동선언문으로 나타났다. 원래 제네바에서 열리는 IPU 총회에 국회의장이 간 것도 내가 처음이다. 거기서 연설을 하면서 많은 관심과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5일(현지시간) 제네바 시내 캄펜스키 호텔에서 제139차 국제의회연맹(IPU) 총회 북한 대표인 리종혁 아태위 부위원장(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겸 조국통일연구원장과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국회의장실 제공]


-IPU 총회에서 북한 리종혁 아태위 부위원장과의 전격 회동이 화제가 됐다. 어떤 메시지 전달했나.

“말 그대로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 국회회담을 하자고 말했다.”

-북한 측으로부터 어떤 답변을 들었는지.

“(리 부위원장이) 확답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내가 제안을 했고 남북 국회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리 부위원장은 일정과 자세한 것은 최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했고, 실무회담에서 결정하면 된다는 모범답안을 말하더라. 다만, 두 가지를 물었다. 왜 남북 국회회담을 굳이 해야 되느냐. 정상들끼리 합의해서 잘하고 있는데 서둘러서 11월에 해야 되느냐고 묻더라. 두 번째 그렇게 되면 여야가 한꺼번에 다 오는 지도 질문했다.”

-문 의장은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뭐라고 답을 했나.

“거기(북한) 체제와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여야가 다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선 확답은 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남북 간의 더 많은 접촉을 위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정상끼리 합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여긴 국회가 비준 동의를 안 해주면 예산을 쓰는 것마다 브레이크가 걸린다. 그러면 남북 경제협력을 비롯해 교류가 제대로 안 된다. 국회 회담이 열리면 미국 의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평양과 서울 등 장소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리는 데 어디서 해야 좋다고 보는가.

“내 개인적인 생각은 평양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야당 대표가 서울에서 하면 회담에 참여하겠다고 했으니 서울도 좋다. 3차 남북 정상회담 때는 ‘수행원’ 역할로 오라고 해서 우리가 안 간 것이라고 리 위원장한테도 말을 했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내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로 온다고 했는데 분위기를 볼 겸 북한 측에서 미리 와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남북 국회회담을 제4차 남북 정상회담의 ‘예비회담’ 성격으로 해보자는 얘기로 들린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한에 대해 국내 일부에서 반발도 있다는 데 직접 와서 보면 좋지 않나. 먼저 북측에서 오고 우리가 ‘답방’하는 형식을 취하면 남북 국회회담을 정례화하는 데에도 좋다고 본다.”

-일종의 ‘리허설’ 제안에 대해 북한 측은 어떤 반응이었는지.

“뭐라고 대답은 안했지만, 약간 (마음이)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과연 (국회회담 정례화가)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있어 보이더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6일 스위스 제네바 현지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구호로만 되지 않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법적이고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개혁 청사진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앞서 언급한 남북 관계 문제 등 현안들이 워낙 많아 연내에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 모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개혁입법, 남북 관계 논의, 개헌 등은 하나를 고르는 선택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동시 다발적 또는 투트랙으로 얼마든지 병행할 수 있다. 개헌 논의가 이뤄질 경우, 정국이 ‘개헌 블랙홀’에 빠지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또한 다른 현안 때문에 개헌을 논의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개헌은 국민적 요구이자 촛불혁명의 완성이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당위성이 있다. 선거구제 개편도 20대 국회의 최대 화두라는 점에서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의 올바른 방향에 대한 생각은?

“국회의장으로서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대통령 개헌안은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야당의 개헌안에 대해서도 여당이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 아니냐. 그러나 모두가 공감하는 방향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자는 것이다. 여야모두 개헌의 당위성과 방향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여당도 야당도 동의할 수 있는 개헌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편의 대원칙은 각 정당이 득표수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

-취임하자마자 특수활동비가 이슈가 됐다. 폐지 이후 변화된 점과 앞으로의 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해달라.

“국회의장 취임 일성으로 ‘대명천지에 쌈짓돈이 어디 있고 주머닛돈이 어디 있느냐 이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특활비라는 예산의 성격상 내역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알고 보면 쓸 수밖에 없었겠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이를 바꿔나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나부터도 쓸데없는 예산을 아끼려고 노력 중이다. 이번 순방에서 IPU 총회에 참석한 유인태 사무총장은 호텔에 묵지 않고 민박까지 했다. 특활비 폐지를 계기로 예산, 인사, 조직운영 등 국회 전반에 대한 개혁을 실천하다는 데 사무총장과도 같은 생각이다. 이미 의장직속 국회혁신 자문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앞으로 방만한 운영, 예산 낭비 등을 철저히 살펴보고 바로 잡아 갈 것이다.”

-6선을 하는 동안 국회도 많이 변했다. 앞으로 올바른 국회의 발전 방향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린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번 20대 국회는 다당제로 시작해 유지되고 있다. 다당제의 장점도 있지만 각 당의 이견으로 갈등이 빈번하고, 문제 사안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국민들은 국회를 보고 싸움 좀 그만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국회는 싸움을 하는 곳이다. 의견이 다른 이익, 계층, 지역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전부 모인 곳인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도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 대신 품격을 지켜야 한다. 서로를 타도의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의 자세로 논리 대 논리로 싸우며, 서로 상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앞으로 어떤 국회를 만들고 싶은가.

“기관신뢰도 조사에서 국회가 만년 꼴찌다. 나도 잘 알고 있다. 식상한 말이 아니라 국민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 국회의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국회의장으로서 후반기 국회 청사진으로 ‘협치와 통합의 국회’, ‘일 잘하는 실력 국회’,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약속했다. 말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개혁을 굳이 넣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누구나 개혁을 한다고 말은 한다. 구호로만 되지 않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법적이고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청사진을 실현해 나가겠다. 특히 국회의장인 나에게 주어진 제1과제는 국민의 신뢰 회복이다. 임기동안 단 1%라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좀 더 격조 있고 품위 있는 성숙한 국회, 일하는 국회로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 인생 마지막을 걸 생각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945년 경기 의정부 출생 △경복고 △서울대 법학과 △청와대 정무수석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한·일 의원연맹 회장 △ 열린우리당 의장 △국회부의장 △새정치민주연합·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 문재인 대통령 일본 특사 △14·16∼20대 국회의원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