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GGGF 리걸테크 세미나] “AI는 판사조력자, 리걸테크 발전에 판결문 모두 공개 필수”

  • 아주로앤피·김병관 의원실 14일 ‘리걸테크, 법률시장 변화 가져올까?’ 조찬세미나
  • 리걸테크 전문가들 종합토론서 패널 열띤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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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4 13:10
수정 : 2018-09-14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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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신문 아주로앤피와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개최한 '리걸테크, 법률시장 변화 가져올까?'를 주제로 한 조찬세미나에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조현준 리걸테크 대표, 안진우 법률사무소 다오 변호사, 최갑근 건양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신문 아주로앤피와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리걸테크, 법률시장 변화 가져올까?’라는 주제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은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의 진행으로 조현준 리걸테크 대표, 안진우 법률사무소 다오 변호사, 최갑근 건양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 등 4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토론에서 이뤄진 일문일답이다.

Q. 비변호사에 의한 법률서비스 제공은 변호사법이 금지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한 법률서비스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비변호사에 의한 법률서비스도 동일한 수준까지 허용해야 하나?

A. 안진우 다오 변호사(이하 안): 먼저 인공지능(AI)에 의한 법률서비스, ‘AI변호사’라는 용어에 대해 조금 조심스럽다. 아직 AI라고 이름을 붙일만한 솔루션을 가지고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한국은 없다. 우피보다 6년 앞서 시작된 일본 리걸테크산업에서도 AI솔루션이 법률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AI솔루션이 변호사를 대체한다는 왜곡된 시각이 생기면 보수적인 법률시장에 리걸테크산업이 정착하는데 오히려 장애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AI가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

AI는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게 아니라 기존 법률서비스 질을 향상하는 역할에 한정돼야 한다. 즉 B2C(기업대 소비자 거래)가 아닌 B2B(기업간 거래)만 허용하는 개념이다. 비변호사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조현준 리걸테크 대표(이하 조): 3년 전에 리걸테크 회사를 설립했지만 아직 변호사들은 이 개념을 생소해 한다. 일본이나 미국은 리걸테크가 변호사와 법률사무소(로펌) 업무 효율화를 위해 존재하는 솔루션 개념이다.

아직 우리도 걸음마 단계다. 초기 시장인데 AI변호사가 갑자기 등장해 리걸테크가 한국에 정착하는데 부정적 시각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 AI변호사가 사람 변호사를 대체한다는 건 아직 먼 애기다. 현 단계는 변호사 업무를 효율화하는 여러 솔루션 가운데 하나다. 

최갑근 건양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이하 최): 현재 기술력으로 AI변호가가 사람을 대체하는 건 불가능하다. AI는 정량적 평가를 기반으로 한다. 발생한 사실에 대한 정량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사회현상이라는 것은 정량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일들이 매우 많다. 이 때문에 AI는 단순 반복이나 난이도가 낮은 업무에서만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서식 작성·판례 검색·단순 법률서비스 정도는 허용해 참고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제10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18 GGGF)’ 마지막 날인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귀빈식당에서 아주경제신문 아주로앤피와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동 개최한 조찬세미나 ‘리걸테크, 법률시장 변화 가져올까?’가 열리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Q.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판결 원문의 전수 공개가 어렵다. 국가 예산을 들여 모든 판결을 비식별화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통해 리걸테크업체가 판례 원문을 전송받아 가명 처리해 통계·머신러닝 목적으로 사용하되, 프로파일링은 철저히 금지한다면 어떤가?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A. 조: 판결 원문의 전수공개가 어려운 게 개인정보 보호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고는 하지만 이미 대법원 전자소송과 관련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5월에 일본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들이 한국 법원을 방문했는데, 우리 법원의 전산화에 대해 굉장히 놀라워했다고 한다. 이미 한국은 일본 변호사 협회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앞서 있다는 의미다. 판례 원문 공개로 국민의 알 권리, 변호사 서비스 질적 향상, 판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전수공개가 맞다. 이것은 리걸테크산업 발전에도 중요한 계기다. 

최: 판결 원문은 점점 개방하는 게 맞다. 다만 개방하는 방법론에서 여러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API라는 건 시스템에 접근할 채널을 만들어주는 것인데, 채널 안과 밖을 서로 알 수 없게 기술적 장치를 만들어 놓으면 그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판결 정보를 문자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기술자들만 알 수 있는 암호 형식으로 하면 된다. 제한적·기술적으로 시도할 방법이 있으니까 해보고, 보완점을 만들어 전면 개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안: API는 사실상 정돈되지 않은 데이터다. 원문 전수공개가 필요하다. 민간이 볼 수 있는 자료와 기계가 인식하는 자료 형태는 다르다. AI가 발전하려면 데이터가 기본이다.

판결문 전수공개 때 개인정보보호법이 문제가 되지만 명분이 치우친 것 아닌가 한다. 데이터 공개는 국가가 해야 할 의무고, 의지 문제다. 다만 비식별화 작업을 업체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판결문 전수공개가 원칙이되, 철저한 데이터 관리와 비식별화 과정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Q.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판사(사람) 판결이 정의에 대한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누가 로봇에 의해 재판을 받기를 원할 것인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보는가?

A. 최: AI기술이 매우 발전해서 모든 걸 로봇이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오더라도 이에 100% 의존하면 인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생명공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을 복제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판결할 때 누구나 이해·합의하고 공공적으로도 괜찮은 판결이 나오도록 AI가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가령 변호사의 법률 검색과 소장 작성, 증거확보 등에서 이디스커버리를 활용하면 업무 효율화에 도움이 된다.

이는 재판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도 유익하다. 규모가 큰 재판에는 관련 자료 검토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것을 고려할 때 이디스커버리가 적절하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도 AI ‘왓슨’이 환자를 진단하고 서명은 의사가 하는 것이 결론적으로 의사가 진료한 게 맞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아직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조: 지난해 ‘리걸챗봇’이라는 로봇이 변호사를 대신 상담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현재 초기 단계다. 처음에는 법률에만 한정됐기 때문에 쉬울 것으로 판단했는데 우리 일상을 다루는 분야가 매우 광범위해 쉽지 않았다.

‘로봇에 의한 재판이 당장 가능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로 생각한다. AI는 과거 데이터나 법률, 재판 기록에 관한 판단이지 상상이나 미래 추론은 쉽지가 않다. 그런 부분에서 과연 사람을 따라갈 수 있을까 고민이다. 

다만 국정농단 사태처럼 자료 검토에만 몇 달이 걸리는 경우 리걸테크가 충분히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안: AI가 정리해준 연간 100만건의 재판 통계 결과를 판사들이 99.9% 인용한다는 조사가 있다. 앞으로는 판결도 시스템화된다는 얘기다.

AI 결괏값을 판사가 인용한 경우 최종 판결은 누가 한 거냐 이런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현 단계에서 AI가 재판을 하면 윤리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AI는 판사를 도와주는 역할이지 결과를 제공하는 역할은 아니다. 만약 결괏 값을 내준더라도 최종 결론은 판사의 합리적 판단을 거쳐 나올 것이다.

판결문을 보면 사실관계가 정리된 부분과 판결문을 쓰는 부분으로 나뉜다. AI는 사실관계 정리 부분만 담당하면 된다. 결론을 결정하는 건 판사다. 물론 판사가 AI를 믿는지 아닌지는 개인적인 문제다.

Q. 국회가 법률을 제정할 때 국민 정서를 반영하는 것부터 법과 판결을 집행하는 전 과정에 걸쳐 리걸테크가 할 일은 많다. 우리나라에 법치주의가 조기에 정착하는 데 가장 시급한 리걸테크는 무엇인가?

A. 안: 가장 시급한 리걸테크 서비스는 이디스커버리 도입이다. 최근 BMW 화재사고의 경우에도 개인이 소송을 위한 증거 확보 때 대기업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집단소송도 디스커버리 법안이 필수적이다. 미국 리걸테크산업 발전 역시 지난 2006년 ‘주블레이크 사건’(미국 법원에서 처음으로 전자문서를 증거로 인정한 사건)을 계기로 도입한 이디스커버리 제도가 결정적인 방아쇠였다. 

최: 우리나라 성장 단계에서 몇 번의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국가주도 사업 가운데 고속도로와 정보통신망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것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이바지를 해 국가 발전을 이끌었다.

법률도 공공재라는 인식에서 보면 빅데이터는 소유권이 중요하다. 이해 당사자들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법률은 공공재라는 국민적 합의를 구축해 머신러닝과 딥러닝 분야에 효율적으로 활용되게 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신시장 진출에서 가장 큰 문제는 규제라고 얘기한다. 중소기업들은 어떤 규제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어떤 법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챗봇을 통해 알려주는 채널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조: 국내에서 가장 시급한 서비스는 이디스커버리 제도다. 한국도 전자감식(디지털포렌식)과 관련해서는 우수한 회사가 많다. 디지털·모바일·사물인터넷(IoT) 회사들이 이디스커버리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시장이 뒷받침되지 못해서다.

이디스커버리는 리걸테크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도 많은 이바지를 할 것이다. 현재 이디스커버리에서 전 세계 1위는 호주 기업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세계적 기업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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