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로앤피]되풀이되는 명절 선물세트 관행, 처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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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아주경제 DB]

Q. 직원들에게 선물세트 판매를 강제하는 행위, 명절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먼저 사조그룹 갑질 논란, 간단히 정리해 주시죠.

A. 해당 논란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사조그룹 선물세트 직원 강제판매’ 라는 게시글을 통해 시작됐습니다. 사조그룹이 10년 넘게 임직원들에게 명절 선물세트를 강매하고 있다는 내부 고발이었는데요, 올해 추석에도 참치선물세트 사내판매 목표량을 210억원으로 책정하고, 계열사, 부서별로 판매량을 강제 할당했다고 합니다. 해당 폭로에 따르면 선물세트 판매가 개시된 지난달 20일부터 매일 실적을 집계하고, 목표량을 맞추지 못한 직원의 경우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합니다.

Q.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A. 네, 이와 같은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입니다. 공정거래법 제23조는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는 6가지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6가지 항목에는 △부당한 거래 거절 및 차별취급 행위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하거나 거래를 강요하는 행위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부당한 자금·인력·자산 등을 동원해 사업활동을 영위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Q. 그렇다면 사조그룹의 사례처럼 임직원들에게 자사 물품을 사도록 강제하는 행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조항 위반에 해당하나요?

A. 네. 사조그룹의 경우 6번째인 거래강제행위, 그 가운데서도 ‘사원판매’ 유형에 해당합니다. 사원판매는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임직원에게 자사 상품이나 용역을 구입 또는 판매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흔히 임직원들이나 협력사들에게 명절선물세트, 상품권 물량 등을 떠넘기는 행위가 이에 포함됩니다.

Q. 갑질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이 예민한 시기인데, 공정위의 처벌은 어떤 편입니까.

A. 사원판매 행위에 대한 처벌은 크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2가지인데 적발도 어렵고, 실제 과징금 같은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지 않아 미흡한 면이 많습니다.

공정위가 사원판매를 위법이라고 보는 주된 근거는 소비자나 직원들의 권리강화가 아니라 대기업이 자신의 힘(직원)을 이용해 중소기업을 누르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행위가 공정한 시장경쟁을 해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공정위의 역할은 개별기업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감시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요구하는 것과 시각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Q. 그렇다면 처벌은 아주 불가능한 것인가요?

A. 공정위 고발이 아니더라도,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거나 대한상사중재원 같은 피해구제기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원판매행위를 입증하려면 판매행위를 강요할 때 회사가 얼마나 강제성을 동원했는지를 증거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조그룹의 경우를 예로 들면, 단순히 부서별로 목표치를 할당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죄가 되기 어렵고,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어떤 부당한 조치를 당했는지를 입증하는 게 관건이라는 뜻입니다.

실제 대법원도 단순히 판매를 독려한 것만으로는 사측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애사심, 그 사이에 존재하는 압박 등 정서적인 부분을 판단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법원도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는게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진행 : 이승재 아주경제 정치사회부 부국장
-출연 : 한지연 아주경제 정치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