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치매 모친의 부동산 증여, 효력 있을까

  • 치매 모친의 의사무능력 입증방법
  •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2014가단361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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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진 변호사
입력 : 2018-09-15 09:00
수정 : 2022-06-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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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2016년 경북도청이 안동시(풍천면), 예천군(호명면) 일원으로 이전함에 따라 인근 부동산 시가가 상승하였다. 갑작스런 호재로 인한 부동산 시가 상승이 원인이 되어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돌아가신 부모의 자녀들 중 1인이 상속받은 부동산에 대해 기존 상속분할 협의 내용을 뒤엎고 기존 협의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며 다시 상속협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그 1인의 등기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사례 또한 빈번하다. 실제 형제들 간 고소 사건으로까지 비화되는 경우도 있다.

만약 형제들 중 1인이 나머지 형제들 몰래 의사무능력 상태(즉, 부동산 처분에 관한 의미나 결과를 판단할 정신적 능력이나 지능이 없는 상태)에 있던 부모와 사이에 부동산 증여계약을 체결한 뒤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 그 등기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 그런 경우 나머지 형제들은 어떤 식으로 법적 대응을 하여야 할까? 그에 앞서 부모의 의사무능력 상태는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아래 사례는 경북도청이 이전된다는 결정이 있은 후, 시가가 상당히 상승한 예천군 호명면 땅의 소유자였던 모친이 중풍, 치매 상태로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함을 기회로 삼아, 장남이 모친과 사이에 증여계약을 체결한 후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나머지 형제 중 1인이 장남 명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청구를 하였다.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하였을까.

2. 사실 관계(※일부 수정)

부친 망 최 모씨(2007. 8. 11. 사망)와 모친 망 이 모씨(2013. 2. 21. 사망)의 자녀들로는 원고, 피고, A, B, C가 있었다. 원고는 공무원으로서 안동에 거주하면서 부모님을 주로 모셨으며, 피고는 타 지역에 거주하며 경제적 형편이 좋지 못하여 부모를 모실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1996.경 모친인 망 이씨는 뇌경색의 발병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하였고, 2010.경 상태가 악화되어 원고의 집에서 요양생활을 하다가, 중풍, 치매 증상이 더욱 심해져서 2011. 7.경부터 병원에 입원생활을 하게 되었으며 요양원 등을 전전하다 2013. 2. 21. 사망하였다.

경북 예천군 호명면 3,000평 땅(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함)에 대하여는 부친 망 최씨 앞으로 1991. 5. 4.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다가, 2012. 7. 6. 모친 망 이씨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 되었다. 그리고 피고는 모친이 사망하기 전인 2012. 12. 29.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12. 12. 2. 증여(모친 망 이씨와의 증여)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 하였다.

이후 피고는 2013. 7.경 제3자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8억 5천만원에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무렵 피고는 매매대금 중 일부로 6억 5천만원을 지급받았다.

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원고는 피고를 사문서위조및동행사죄로 형사고소하였다. 수사가 진행되던 중 원고는 필자를 찾아와 피고 명의로 이전된 소유권이전등기를 원상태로 되돌릴 방법이 없는지 자문을 구하였고, 필자는 피고가 당시 의사무능력 상태였던 모친과 사이에 체결된 증여계약은 무효이므로 무효인 증여를 토대로 경료된 피고 명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말소되어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3. 판결 요지(※일부 수정)

살피건대, 갑 제4, 7호증, 을가 제1, 3, 4호증, 을나 제7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00의료재단 00요양병원, 00요양병원, 00 0000 요양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망 이씨는 2012. 12. 2. 내지 그 전후에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어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에게 증여할 수 있는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할 것이므로, 망 이씨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증여계약은 부존재하거나 무효라고 할 것이다.

① 망 이씨는 2011. 7.경 00 0000 요양원에 입소할 당시부터 소위 ‘완전도움 어르신’으로서 거의 일체의 육체적 활동을 도움인으로부터 전면적으로 도움받아야 하는 육체적 상태에 있었고, 인지기능 및 사회적 상태(생활방식, 친구관계)는 아예 측정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② 망 씨에 대하여 2012. 1. 25. 작성된 표준장기요양 이용계획서에도 ‘중풍과 치매로 완전 와상상태로 방청소, 음식재료 다듬기, 빨래, 금전관리, 물건사기, 전화사용 하지 못함’, ‘언어장애가 있어 스스로 말을 하지 못하고 말은 알아 듣는 듯하나 표현이 안 되어 의사소통이 불가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③ 망 이씨가 2012. 5. 4.부터 2012. 12. 3.까지 치료받았던 00의료재단 00요양병원에서도 당시 이씨의 상태를 ‘눈을 뜨고 쳐다볼 수는 있으나 대화는 안 되는 상태’로 진단하였다.

④ 망 이씨가 2012. 12. 3.부터 사망(2013. 2. 21.)할 때까지 입원하였던 00요양병원 역시 ‘이씨는 입원 당시부터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사망 시까지 의사소통 불가상태가 지속되었다’는 소견을 피력하였다.

⑤ 위 ① 내지 ④항을 보면, 결국 망 이씨는 최소한 2011. 7.경부터 사망할 때까지 누군가와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달리 위와 같은 의료기관의 일관된 소견을 반박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위와 같이 망 이씨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증여계약이 부존재하거나 무효인 이상,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라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씨의 상속인들인 원고, 피고, A, B, C는 위 부동산 중 각 1/5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 중 자신의 지분인 1/5에 관하여 피고를 상대로 그 말소를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4. 판결의 의의

재판부는 망 이씨를 진료한 의료기관들의 일관되고 객관적인 소견을 바탕으로, 2012. 12. 2. 내지 그 전후에 망 이씨가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8부에서는 치매환자인 아버지의 유족들이 위 아버지와의 증여계약을 통해 빌라의 소유권을 취득한 동거 여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이는 의사무능력에 해당함을 이유로 법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측이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당시 부친이 치매로 빌라의 처분에 관한 의미나 결과를 판단할 정신적 능력이나 지능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 부친의 의사무능력이나 그 밖의 사정으로 빌라에 대한 동거여성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라고 인정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여, 원고 패소 판결을 하였다.

결국 치매 증상이 있고 고령이라고 해서 쉽게 의사무능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의사무능력을 주장하는 원고 측에서 망인의 치매 발병 시부터 사망 시점까지 망인을 진료하고 상태를 기록한 의료기관의 의무기록, 또는 의료기관에 대한 사실조회신청, 객관적인 관련 증인들의 증언, 형사고소사건의 결과 등 증거의 다양성과 구체성을 확보해야 비로소 망인의 의사무능력에 관하여 재판부의 심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사건에서 망인의 의사무능력 상태를 입증하였으므로 그에 따라 경료된 피고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가 되고, 결국 상속인들 5인이 부동산에 대해 각 1/5지분씩 공유형태로 소유하고 있는 상태가 된다. 이 경우, 상속인들 중 1인인 원고가 부동산에 관하여 자신의 공유지분을 넘어서 무효인 등기 전부의 말소를 구할 수 있을까?

부동산의 공유자 중 1인은 당해 부동산에 관하여 무효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어 있는 경우에 민법 제265조 단서에서 정하는 공유물에 관한 보존행위로서 자신의 공유지분을 넘어서 그 무효인 등기 전부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공동상속에 의하여 여러 사람의 공유로 된 부동산에 관하여 공동상속인 중 1인이 피상속인과의 사이에 행하여졌다는 매매 등 효력 없는 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공유물 전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에도, 다른 상속인은 공유물에 관한 보존행위로서 등기명의인의 상속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유지분 전부에 관하여 그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82. 3. 9. 선고 81다464 판결 등 참조).

한편 공유물의 보존행위는 공유물의 멸실·훼손을 방지하고 그 현상을 유지하기 위하여 하는 사실적. 법률적 행위로서 이러한 공유물의 보존행위를 각 공유자가 단독으로 할 수 있도록 한 취지는 그 보존행위가 긴급을 요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므로 어느 공유자가 보존권을 행사하는 때에 그 행사의 결과가 다른 공유자의 이해와 충돌될 때에는 그 행사는 보존행위로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5. 4. 7. 선고 93다54736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두고 돌아와 살피면, 이 사건의 경우 일단 원고는 자신의 지분인 1/5에 관하여는 확실히 그 말소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상속인들인 A, B, C의 각 지분에 대하여는, 원고가 이 사건 말소소송을 제기함에 있어 A, B, C의 승낙을 받았다거나, 원고의 말소청구가 A, B, C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에 원고는 A, B, C의 각 지분에 대하여도 피고를 상대로 그 말소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5. 나가며

부모가 돌아가시면서 남기고 간 재산에 대해 형제들이 다툼을 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해진다. 생전에 치매 등으로 고생한 부모를 돌보는 것은 등한시했으면서도, 상속 재산의 시가가 상승하니 욕심을 내고 병든 부모를 속이고 증여계약서를 위조하고 형사 고소까지 하는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수십 년 후 본인이 동일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얼마나 씁쓸할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데, 피보다 진한 것이 금전인 걸까.
 
[사진=남광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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