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자동차보험과 산재보상, 둘 다 받을 수 있을까?

이미 지급받은 보험금 성격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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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택배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입니다. 얼마 전 택배배송을 위하여 운전을 하고 가던 중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져 전복되었습니다. 그 결과 ‘제1요추 골절 및 하반신 마비’ 진단을 받았고, 몇 개월간 병원에서 요양도 하였습니다. 제가 운전하던 차량은 회사 차량이라 ○○ 자동차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는데, 근로자인 제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자 치료비로 일부 금액을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알아보니 업무 중에 생긴 사고였기 때문에 산업재해가 인정되어 산재보상도 신청할수 있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습니다. 하지만 공단에서는 제가 이미 ○○ 자동차 보험을 통해 치료비를 지급받았기 때문에 신청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A. 안녕하세요. 사연을 들어보니,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던 것이 불승인되어 치료비 일부에 대해서는 혜택을 받지 못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타당한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상법’)은 기본적으로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산재보상법의 보험급여에 상당한 금품을 받으면 근로복지공단은 그 받은 금품 범위 안에서는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3항 본문). 같은 사유로 인하여 중복 혜택을 받게 하지 않기 위해 규정한 것이지요.

이때, ‘동일한 사유’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질문자 분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될 것입니다. 대법원 판례는 위 규정의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의 대상이 되는 손해와 근로기준법 또는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보전되는 손해가 같은 성질을 띠는 것이어서 산재보험급여와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이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두724 판결 참조).

이 역시 법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 어려우실 텐데요, 산재보상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사용자가 보상하여야 할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실을 근로자에게 직접 보상해주려는데 주된 목적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시면, 보다 쉽게 이해하실 겁니다. 다시 말해, 보험급여의 원인이 되는 업무상 재해가 동시에 사용자의 재해보상 또는 손해배상책임의 요건도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어느 법에 의해서든 보험급여 또는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았다면, 근로복지공단에 다시 청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질문자분이 ○○ 자동차 보험을 통해 지급받은 보험금이 ‘사용자의 손해배상의무의 이행으로’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면, 산재보상보험급여와 다른 성질이라 할 것이어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 받은 보험금이 자동차보험계약에 따라 자동차를 사용하는 동안에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피보험자에게 지급된 상해보험이라면, 이는 단순히 계약내용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된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즉,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으로 지급하는 것과는 성질이 다른 것이지요.

반대로 이미 지급받은 보험금이 ‘사용자의 손해배상의무의 이행으로’ 지급받은 것이라면, 산재보상보험급여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보고, 근로복지공단은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수급권자가 지급받은 것으로 보게 되는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에 해당하는 연금액에 대하여는 이러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서, 이미 지급받은 손해배상금이 있더라도 산재보상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3항 단서).

따라서 질문자 분이 이미 지급받은 보험금이 어떠한 성질의 것인지 자동차 보험회사에 알아보시고,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통해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처분에 대하여 다투어 볼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질문사항은 아니지만 도움이 될 만한 사항을 추가로 설명하겠습니다. 만약 다른 차량과 충돌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면, 가해자가 가입한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 피해자의 과실이 있다면 그 비율에 해당하는 만큼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어 지급받게 됩니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정신적 손해 즉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데, 질문자 분처럼 신체장애가 생긴 경우에는 통상 그 신체장애 정도에 상응하는 가동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종전과 같은 직종에 종사하면서 종전과 다름없는 수입을 얻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능력상실률을 적용하는 방법에 의하여 일실이익을 산정하여 청구할 수 있습니다.

노동능력상실률은 단순한 의학적 신체기능장애율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교육 정도, 종전 직업의 성질과 직업경력, 기능숙련 정도, 신체기능장애 정도 및 유사직종이나 타직종의 전업가능성과 그 확률 기타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모두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전문적인 감정인(예 : 의사)이 판단한 의학적 소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관이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경험칙 등에 비추어 법관이 판단하는데 보조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80778 판결 등 참조). 질문자 분처럼 배송업무에 종사하는데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면, 노동능력상실률이 높게 산정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쪼록, 보험관계를 잘 살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보상을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사진=법무법인 명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