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못 받은 BMW ‘운행정지’…실효성 논란도

  • 정부, 세계 첫 초강수…위반땐 1년 이하 징역·1000만원 이하 벌금
  • “서비스센터 갈것…명령서 못 받았다” 주장하면 처벌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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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6 19:00
수정 : 2018-08-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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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세종시청 직원이 BMW 리콜 대상 차량 가운데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자동차에 대한 운행중지 명령서 발송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화재 사고가 잇따르는 BMW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의 운행을 강제로 중지한 것이다.

명령을 어긴 차주에겐 법적 처벌이 내려진다. 하지만 처벌 조건이 제한적이고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 책임을 BMW가 아닌 차주에게 떠넘긴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세계 첫 BMW 운행정지 명령

국토교통부는 16일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안전진단 전까지 운행을 정지해야 하는 BMW 차량 명단을 보냈다.

대상 자동차는 BMW 측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를 장착한 결함시정(리콜) 차량 중 아직 BMW 서비스센터에서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제품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0시를 기준으로 1만5092대가 진단을 마치지 않았다. 전체 리콜 차량 10만6317대의 14.2%에 해당한다.

이번 조처는 지난 14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자동차관리법 제37조를 근거로 BMW 일부 차량에 대한 점검명령과 운행정지 명령 발동을 지자체장에게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자동차관리법 37조는 안전한 운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된 차량에 운행정지 명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명령권은 장관이 아닌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있다.

국내에서 특정 자동차 차종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 점검명령과 함께 운행정지명령을 발동해 달라”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공식 요청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에서 명단을 넘겨받은 각 지자체는 이번 주 안으로 차주들에게 등기우편으로 ‘안전진단·운행정지 명령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차주가 명령서를 받으면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우편 발송 시간을 고려하면 이르면 17일부터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차주들에게 명령서가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운행정지 차량 정보를 경찰과도 공유해 빠른 검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차량번호 조회를 통해 미점검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 차주에게 가까운 서비스센터를 안내할 방침이다.

◆처벌 조건 느슨…실효성 의문

운행정지 명령을 받은 차주는 안전진단을 마친 뒤에야 차량을 쓸 수 있다. 정부청사 주차장 주차도 제한된다. 지자체는 경찰 협조를 받아 차적 조회를 통해 진단을 안 받은 BMW 차량을 적발할 계획이다.

안전진단을 받지 않고 차를 운전하면 자동차관리법 제81조에 따라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허점이 적지 않다. 

길에서 경찰에 적발된다고 해도 안전진단을 위해 서비스센터에 가는 길이라고 둘러댄다면 처벌할 수 없다. 서비스센터 방문을 위한 운행은 허가하고 있어서다. 지자체장이 발급한 명령서를 받지 못했다고 우기는 경우에도 제재할 수 없다.

처벌 자체도 화재 같은 사고가 났을 때로 제한된다. 처벌보다는 안전을 위해 빨리 정비를 받도록 하는 것이 이번 명령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행정지 명령 관련 벌칙 규정이 상당히 강력한데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판단했다”라면서 “정부 조치를 무시하고 운행하다가 화재사고 날 경우에만 수사기관 고발 등 법적인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BMW 서비스센터가 점검을 마친 차량과 점검을 앞둔 차량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1만대가 넘는 렌터카 확보도 문제다. BMW는 운행정지 명령 대상 차량을 가진 차주에게 안전점검 기간 대체 차량을 제공한다. BMW코리아는 전국에 있는 렌터카 업체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여름휴가철이 겹쳐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주가 배정된 렌터카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BMW코리아 측은 “리콜 고객들에게 지역별 렌터카 업체와 연결해 기존 보유차와 배기량이 같은 동급 차량을 제공 중인데 수급 관련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라면서 아직까지는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운행정지 명령이 개인재산권과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화재 사고 책임은 제조사인 BMW에 있는데도 소비자가 모든 부담을 떠안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이번 명령이 정당한 목적을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재산권에 대한 최소침해의 원칙을 지켰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주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은 소비자권리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라면서 “BMW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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