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BMW’ 경찰 수사 본격 돌입…핵심 쟁점은

피해자모임 “2년간 결함 은폐”…업체 관계자 자동차관리법 위반혐의 고소

업체측 “2016년 문제 인지, 제대로 원인 파악한 시점은 올 6월”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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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차량 결함을 알고도 은폐한 의혹이 있다며 고소장을 낸 차량 화재 피해자(가운데)와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에만 40여대가 불에 탄 BMW 자동차 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13일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피해자들은 BMW 회사 측이 차량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의도적으로 숨겨왔다고 주장하며 집단소송도 추진 중이다. 반면 BMW 측은 숨김없이 모든 것을 공개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서울청 지수대 조사 돌입…집단소송도 잇따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BMW 화재로 피해를 본 차주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벌였다. BMW 피해 차주 21명이 BMW 관계자들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BMW 피해자 모임’ 회원 21명은 지난 9일 차량 결함을 은폐한 의혹이 있다며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과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등 BMW그룹 본사와 한국법인 관계자 6명을 고소했다.

피해자들은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인강의 성승환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BMW 차량 화재 피해자 3명을 대리해 BMW코리아를 상대로 1명당 2억원씩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라는 소송을 냈다.

앞서 지난달 30일 BMW 차주 4명은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워 서울중앙지법에 BMW코리아와 딜러업체 도이치모터스를 상대로 1인당 500만원씩을 배상하라는 소장을 접수했다. 바른은 이달 3일 차주 13명과 서울중앙지법에 두 번째 집단소송도 제기했다.

한국소비자협회는 30여명의 차량 전문가와 법률가로 소송지원단을 꾸려 BMW 동호회 회원 100여명과 공동소송을 준비 중이다. 소비자협회는 더 많은 소비자가 참가할 수 있게 소송 참가비를 실비 수준인 10만원으로 정했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최근 잇따른 BMW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년간 결함 은폐” vs “2개월전 원인 파악”

주행 중 불이 난 BMW 차량은 올해에만 38대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BMW가 이미 2년 전에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문제를 알았을 것으로 주장한다.

화재가 주로 발생한 BMW 520d 같은 경유(디젤) 차량은 환경 보호를 위해 엔진이 배기가스인 질소산화물 일부를 회수해 다시 태우는 구조로 만들어진다. EGR은 엔진에서 배기가스를 받아 쿨러를 통해 냉각시킨 뒤 연결된 흡기다기관에 전달한다. 이 쿨러 부분에 문제가 생겨 냉각수가 새어나오면서 파이프와 흡기다기관 등에 들러붙고, 이런 침전물이 냉각되지 않은 고온의 배기가스에 노출돼 불이 난다고 BMW는 보고 있다.

차주들은 BMW가 2016년 말부터 판매한 2017년식 차량부터는 설계를 바꾼 EGR를 장착한 점을 은폐 증거로 내세운다. BMW 피해자 모임 법률대리인인 하종선 변호사도 “결함 은폐 의혹과 관련해 BMW 본사와 BMW코리아 간에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확보하는 게 고소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차량 제조사가 결함을 은폐 또는 축소하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는다.

에벤비클러 BMW그룹 부사장은 지난 6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문제를 처음 인지한 것은 2016년이었지만 조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라면서 “제대로 원인을 파악한 시점은 올 6월”이라며 은폐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디젤 차량에만 결함이 있다는 회사 입장도 논란이다. 김효준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BMW 화재 관련 긴급간담회에서 “디젤 차량 일부에서 EGR 쿨러 결함을 확인했다”면서 휘발유 차량에는 문제가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8년 BMW 화재사고 현황’ 자료를 보면 휘발유(가솔린) 차량 5대에서도 불이 났다.
 

지난 9일 경남 사천시 남해고속도로에서 주행 중 불이 난 BMW 차량 [사진=경남소방본부 제공]


인위적인 소프트웨어 조작 때문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BMW가 배기가스 규제를 통과하기 위해 차량 엔진에 무리가 가도록 자동차 전자제어장치(ECU)의 배기가스 저감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실험을 통해 소프트웨어 조작 가능성을 살펴볼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BMW 화재 원인과 관련해 소프트웨어 조작 의혹을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BMW의 미덥지 못한 행보에 국회도 대응책을 내놓았다. 당정은 이날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리콜 제도 개선과 대규모 과징금 부과 근거 신설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 같은 선진국은 제조사에 사고 피해액 8배 이상을 배상하게 하고, 집단소송을 통해 엄격한 배상책임을 묻고 있다. 2015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 소비자는 최대 1100만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반면 국내 소비자에겐 100만원짜리 쿠폰만 주어졌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는 “제조사가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차량 결함에 대한 조치를 안 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치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운행을 중단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