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붙는 은산분리 국회 처리…與 , '규제 완화 반대' 지지층 설득안 검토

정재호 정무위 여당 간사 "케이뱅크 인허가 과정 논란 별건 조사"

대기업 사금고화 방지 세부조항 여야 합의 필요…여당 내서도 이견

카뱅 등 인터넷은행 출자 ICT 기업 한해 '10조원 규정' 제외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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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8월 안에 인터넷 은행에 대한 규제 해소를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8일 인터넷은행만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여권 지지층의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

고민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은 핵심쟁점인 대기업 사금고화 방지 보완책 마련을 위해 금융위원회와 머리를 맞댔다.
 
당정은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재호 의원이 발의한 특례법을 기준으로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지지층도 수용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해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차원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정안은 산업자본(비금융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34%로 늘리되, 인터넷은행이 원칙적으로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에 은행업 인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있었는지를 별도로 조사할 예정이다.

정 의원은 8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여권 지지층의) 반대 목소리를 제정안에 녹여내기 위해 케이뱅크 인허가 과정을 별건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를 둘러싸고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도 두 축의 반대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산분리 자체에 반대하는 주장과 다른 하나는 케이뱅크 인허가 과정에서 KT와 우리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특혜를 줬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축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가운데 인허가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제정안에) 담아보자는 것"이라면서 "인허가 문제는 이슈성이라 법안에 따로 넣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대표적으로 정무위 소속 민주당 제윤경·이학영 의원 등은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 혹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제 의원은 수차례 케이뱅크 인허가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케이뱅크는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충족되지 않았는데 인가가 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은산분리 규정이 완화되지도 않았는데 KT가 케이뱅크의 1대 주주로 올라서도록 주주 간 지분거래 옵션계약을 체결해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차은택씨의 측근을 임원으로 입사시킨 KT가 그 대가로 케이뱅크 설립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금융당국과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에 한해 자산규모가 10조원을 넘더라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보완책도 검토하고 있다.

정 의원의 안은 반대 측에서 우려하는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막는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제정안 안에는 개인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소유를 현행법처럼 제한하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테크 혁신'을 주도할 IT기업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제 걸려 인터넷전문은행 출자에 제한을 받는 모순이 생긴다.

정 의원은 "대기업의 출자제한 규정이 10조원인데 카카오는 현재 거의 10조원에 근접해 있다"면서 "만약 ICT 기업 예외 적용이 안 될 경우, 카카오뱅크를 카카오 그룹에서 계열 분리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의 자산규모는 8조5000억원 규모다. 머지않아 1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면 총수 있는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돼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한다. 정 의원 안에는 해당 내용이 없어 금융위가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제출하는 형태로 논의될 예정이다.
 
민주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은산분리 완화를 촉구한 만큼 8월 임시국회에서 특례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보수 야당이 환영하는 만큼 통과는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여당 성향의 지지층 이탈 가속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은산분리 반대파'로 분류되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은산분리는 민주당의 당론인데, 당론이 변경되려면 그에 합당한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은산분리 완화를 위해서는 당 차원에서 정책의총을 열고 당론을 변경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무위에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앞서 당 차원에서 은산분리 당론 변경과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 수정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이해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은산분리 원칙과 관련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혁신성장과 규제완화라는 이름 속에 정작 해야 하는 규제완화는 뒤로하고 공정한 경제를 유지하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는 기본 원칙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필요할 경우, 인터넷뱅크만 지방은행 수준인 15% 선 정도까지 은산분리 문제를 완화해볼 만은 하다"면서 34% 수준을 15%까지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의당 역시 꾸준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 보수 야당의 은산분리 완화 입법화 시도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하더라도 당장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비록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하는 것일지언정 은산분리 완화는 재벌의 사금고화 등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을 규제하더라도 차명 대출 등을 통한 대주주와 계열사에 대한 우회 대출을 완전히 방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