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사무장 병원이라도 자동차보험진료수가 받았다면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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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무면허 의료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의료인이라도 면허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면 마찬가지로 무면허 의료행위이다. 영리목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경우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에 의해 2년 이상의 징역형과 벌금형이 병과될 만큼 형벌이 무겁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중대한 법익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로서는 국민의 직업선택 자유를 제한하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국가가 자격을 부여한 자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의료법은 한 발 더 나아가 의료기관 개설 자격도 의료인 등으로 한정함으로써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비영리 법인으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흔히 말하는 ‘사무장 병원’은 이러한 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의사를 고용하여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지칭한다. 이러한 사무장 병원이 적발될 경우 단순히 영업주에 대한 형사처벌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진료를 행한 의사에 대한 제재와 의료기관 운영 과정에서 지급받은 보험금 등에 대한 환수처분 등 전 방위적인 조치가 가해진다.

이처럼 여러 방면에서 막강한 제재가 가해지다 보니 당사자들은 혐의를 다투는 경우가 많고 무면허 의료가 아님에도 처벌이 과하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하에서는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과 관련된 처벌 내용을 소개하고 특히 무자격 의료기관의 의료행위로 인한 보험금 청구에 대한 사기죄 인정 범위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의료법 위반 책임

가.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이란

의료기관 개설이란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의료인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개설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었다거나 개설신고 명의인인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여 달리 보지 않는다. 나아가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9도2629 판결).

나. 무자격자에게 명의제공하고 진료한 의사는 공범

의료기관 개설신고시 의료인의 명의가 필요하다보니 대다수의 무자격 의료기관은 개설자가 의료인을 고용하고 그 의료인의 명의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명의자는 동 기관에서 원장으로 불리며 의료행위를 시행한다. 이러한 경우 명의를 제공한 의료인은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인식하고 이에 가공한 경우에 해당되어 의료법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된다(대법원 2001도2015 판결). 본래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지만 타인의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경우이므로 아이러니하게도 무자격 의료기관 개설이라는 이유로 처벌되는 것이다.

다. 의사면허취소

무자격 의료기관 개설의 경우 의료법 위반죄로 5년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의료법 제87조). 나아가 무자격자의 개설에 가공한 의료인에게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그 면허가 취소되어(의료법 제65조) 직업을 잃게 된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의 환수처분과 재산에 대한 가압류가 겹쳐서 경제적 곤란에 직면하게 된다.

3. 사기죄

가. 의료기관은 통상 환자를 진료·치료한 후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 지급을 청구하게 되고, 교통사고 환자 등에 대한 진료가 이루어진 경우라면 해당 보험사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지급을 청구하며, 환자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는 환자에게 진료사실증명을 발급하게 된다. 이에 수사기관은 무자격 의료기관임을 속이고 보험금 등을 청구한 것이 건강보험공단이나 보험사에 대한 사기라고 보아 사기죄로 함께 기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사기죄는 편취액이 5억 이상이면 특경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가중 처벌되므로 어느 범위까지 사기죄 성립을 인정할 것인가는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관련하여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례(2018.4.10. 선고 2017도17699 판결)를 보자.

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지급 청구(사기죄 인정)

국민건강보험은 국민 보건에 관하여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의 방식으로 대처하는 일종의 사회보험이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법은, 공법인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단일의 보험자로 설립하고,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만을 요양기관으로 건강보험제도 내에 편입시킨 다음 이들로 하여금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대신하여 요양급여를 실시하게 하고, 요양급여 실시에 따른 비용 중 공단부담금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요양기관이 직접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법을 위반하여 적법하게 개설되지 아니한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등의 요양급여를 실시하였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요양급여비용을 적법하게 지급받을 자격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마치 의료법에 의하여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요양급여비용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이 되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기망행위에 의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

다. 자동차보험회사 등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청구(사기죄 불인정)

자동차보험계약의 보험자는 교통사고로 인하여 생긴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 한편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교통사고 환자 등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면서, 이를 위해 자동차보험의 피보험자 등에게 교통사고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였을 때 피해자로 하여금 보험회사 등에 대해 보험금 등을 자기에게 직접 지급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그중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해당하는 금액은 피해자의 선택에 따라 진료한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의료기관의 보험회사 등에 대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청구는 피해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피해자가 보험회사 등에 대해 갖는 직접청구권에 근거하여 그 인정 범위 내에서 법률상 특별히 인정되는 것이고, 의료기관에 대해 그 청구액 상당이 지급되지 않더라도 실제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여 그에 따른 진료가 이루어진 이상 피해자에게라도 반드시 지급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설령 개설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개설한 의료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면허를 갖춘 의료인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진료가 이루어지고 보험회사 등에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청구한 것이라면 보험회사 등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위 의료법 규정에 위반되어 개설된 것이라는 사정은 피해자나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보험회사 등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지급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아니어서, 해당 의료기관이 보험회사 등에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채 그 지급을 청구하였다고 하여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지급받도록 진료사실증명 발급(사기죄 불인정)

실손의료보험에는 상법상 상해보험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고, 그 경우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손의료보험에서도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수익자만이 보험회사에 대해 실손의료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반면 피보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으로서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로부터 그에 따른 진료비를 지급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보험수익자의 청구에 응하여 진료사실증명 등을 발급해 줌으로써 단순히 그 보험금 청구 절차를 도울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되어 개설된 것이라는 사정은 해당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회사의 실손의료비 지급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라고 보아야 하고, 설령 해당 의료기관이 보험회사 등에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채 보험수익자에게 진료사실증명 등을 발급해 주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4. 나가며

일각에서는 의료인과 비영리법인에만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규정에 대해 꾸준히 의문을 제기하여 왔고 동 규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바도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의 중대성에 비추어 의료기관
개설 주체에 대한 규율이 가지는 사회적 기능이나 사회적 연관성이 크다고 보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결국 의료기관 개설권을 영리법인에 개방함으로써 기대되는 의료산업의 성장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와 의료의 공공성 훼손 우려의 대립으로 요약된다. 초고령사회로 치닫는 시점에서 향후 급증할 의료수요에 비추어 보면 의료서비스의 질적 제고 방안이 시급한데 그 해법이 의료시스템의 효율성과 다양성이라고 한다면 영리자본의 투입보다는 의료시스템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사진=법무법인 이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