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비화 막아달라" 보좌진 두 번 울리는 의원님 '갑질'

  • '면직 예고제' 개정안 계류…논의는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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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03 09:00
수정 : 2018-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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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동여의도에서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교차로의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사진=연합뉴스]


#1. "영감들(국회의원) 논문 대필은 '양반'이다. 개밥 주러 다니는 보좌진도 있다. 점심 먹다가 해고통보를 받기도 한다.(국회의원 보좌관 A씨)"

#2. "6년간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한 번도 계약서를 써본 적 없다. '쓸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국회의원 보좌관 B씨)"

국회의원 보좌진이 의원의 '사노비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갑을(甲乙) 관계' 청산을 위해선 보좌진의 고용 안전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국회는 소극적 자세만 취하고 있다.

3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의원 보좌진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특수경력직 공무원 중 별정직 공무원으로 면직 절차는 '국회별정직공무원 인사규정'에 따라 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에게 면직 요청서를 제출하면 처리하게 돼 있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9급 비서 4명 △인턴 1명 등 모두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문제는 국회의원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보좌진을 내보낼 수 있기 때문에 의원의 비상식적 업무 지시나 불합리한 근무 조건에도 보좌진이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점이다.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A씨는 "의원이 '너 나가'라고 하면 바로 방 빼야 한다"며 "계약서도 안 쓴다. 계약 기간이 1년이면 '1년 후 재계약' 이런 게 있어야 하는데 신분이 늘 불안정한 거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관 B씨는 "매일 야근하고 1년 내내 휴가 한 번 못가도 말 한마디 못한다"며 "요즘 교수들의 대학원생을 상대로 한 갑질도 많이 없어졌다고 하는데, 국회 내 의원들의 갑질은 절대 안 없어진다"고 했다.

국회도 이런 점을 인정한다. 국회 사무처 의정연수원이 발간한 '신규임용 보좌직원 길라잡이'를 보면 "보좌관의 능력이 뛰어나면 의원의 낙선과 무관하게 자리를 옮길 수 있지만, 능력 부족으로 자리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에 직업 안전성은 4년이 아니라 '하루'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국회의원은 보좌진의 상사인 것은 물론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임면권자"라며 "보좌진은 의정활동 '보좌'라는 역할과 동시에 의원의 '개인비서'라는 개념이 혼용되면서 하루 24시간 직장에 매여있다"고 적혀있다.

국회의원 300명이 개별적으로 보좌진 2700여명에 대한 임면권을 쥐고 있다 보니 보좌진은 단일대오는 물론 노조 같은 단체도 꾸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당 보좌관협의회를 중심으로 국회 사무처에서 보좌진을 채용·관리하고 인력을 의원실에 제공하는 형태의 논의가 나온 상태다.

국회에는 보좌진의 고용 불안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개정안이 다수 계류돼있다.

보좌진을 면직하려면 최소 30일 전에 예고하고, 하지 않았을 경우엔 30일분 이상의 보수를 지급하도록 하는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안(국회 수당법 개정안·2016년 10월 발의)이 대표적이다.

또 보좌진의 법적 근거나 임면, 직무 등에 관한 내용을 '국회의원 수당법'이 아닌 국회 본연의 존립 근거라 할 수 있는 '국회법'에 규정하도록 하는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국회법 개정안·2017년 9월 발의)도 있다.

개정안이 발의된 지 1년이 훌쩍 넘도록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김영우 의원실 관계자는 "올해 3월 국회 운영제도개선 소위에 산정된 이후 딱히 진행된 사항은 없는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입장에선 현행 제도에서 손쉽게 자신의 입맛에 맞는 보좌진으로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높다.

보좌관 C씨는 "현재 제도는 국회의원에겐 최상의 제도"라며 "사노비 9명을 주는 거다. 다른 나라 국회의원도 아니고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이걸 바꾸겠나. 절대 안 바꾼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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