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무더위 대책 법안 '봇물'…전기료 누진제 폐지는 온도 차

민주, 자연재난에 '폭염' 포함하는 방안 추진

한국 "시대정신에 맞게 누진제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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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전자랜드에서 다양한 제품의 에어컨을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계속된 폭염으로 에어컨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111년 만에 최고 온도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악의 폭염을 맞아 정치권에서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야는 자연재난 범위에 ‘폭염’을 포함해 피해를 지원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 반면 야당에서는 냉방 기구 사용으로 인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전기 요금을 인하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이미 발의됐는데도 불구하고 처리가 안 됐거나 지금 처리하더라도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폭염으로 인한 재난·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권 의원은 지난 1일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법에 규정돼 있는 자연재난에 ‘폭염’과 ‘한파’를 명시하고, 이로 인한 피해에 정책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유사한 재난에 의해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반 시설을 개선하도록 했다.

앞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현행법상 자연재난 범위에 ‘미세먼지·폭염·혹한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를 추가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윤재옥 의원 역시 지난달 자연재난 범위에 ‘폭염’과 ‘혹한’을 더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은 이미 작년에 나왔다. 윤영석 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5월 자연재해 범위에 지진·폭염·혹한을 추가해 예방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했고, 이 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안전 및 선거법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을 논의해야 할 상임위는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인재근 행안위원장 측 관계자는 이날 “간사 간에 전체회의 일정을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정작 직접적인 폭염 대책 법안은 야당에서 나왔다. 누진제 폐지나 전기요금 인하 법안이다. 특히 누진제 폐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국민적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사안이다. 폭염으로 인해 냉방 기구를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만만치 않은 전기 요금까지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경태 한국당 의원은 1일 주택용 전기 요금에만 적용되고 있는 누진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전기판매 사업자가 전력공급 약관을 작성할 때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조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1973년부터 실시된 누진제는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 주택용 전기 사용을 억제해온 것”이라며 “누진제 폐지가 국민 건강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대상황에 맞다”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누진제를 폐지할 경우 상위 소득구간이 전기를 남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전기요금 30% 인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 의원은 1일 “폭염 또는 열대야 발생일수가 10일 이상일 경우 자연재난으로 규정하고, 해당 월의 주택용 전기 요금을 30% 감면해주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누진제 폐지와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은 ‘전기 요금 폭탄’이 두려워 냉방 기기 사용을 자제하거나 아예 냉방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건강추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는 누진제 폐지에 소극적이다. 한 관계자는 “누진제를 없애면 산업용 전기와 형평성 문제가 나온다”며 “현행 3단계로 돼 있는 누진제는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 구간은 필수사용 구간인 0∼200㎾h(1단계), 평균사용 구간인 201∼400㎾h(2단계), 다소비 구간인 401㎾h 이상 등 3단계로 돼 있다. 구간별 요금은 1단계 ㎾h당 93.3원, 2단계 187.9원, 3단계 280.6원을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