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쉬운 뉴스 Q&A] 양승태 대법원 ‘재판 거래’ 의혹 어디까지 왔나요?

  • 지난달 31일 미공개 문건 196개 공개…청와대·국회·언론 상대로 전방위 로비
  •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에 접촉 시도 검토
  • 부는 김명수 '책임론'...리더십 한계 봉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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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02 15:15
수정 : 2018-08-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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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거래 의혹' 미공개 문건 182개 공개…후폭풍 예상 (서울=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및 판사사찰'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이 31일 공개됐다.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 국회, 언론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담긴 문건들이 지난달 31일 공개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410개 문건 중 6월 문건 공개에서 제외했던 나머지 196개 문건을 일반에 모두 공개한 것이다. 사법부가 청와대, 국회에 로비를 한 게 왜 문제일까. 파문은 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을까.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은 국가권력의 분산이다. 입법-사법-행정부가 3권 분립으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만 국민이 참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 존립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법부는 그 근본을 저버렸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그들을 뽑은 국민을 두려워하지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 판사들은 그렇지 않다는 비판이다.

Q. 추가로 어떤 문건이 공개됐나요?

△민변 대응전략 △상고법원 법사위 통과 전략 △법사위원 접촉 일정 현황 △대한변협 대응 방안 검토 △상고법원을 위한 대국회 전략 △상고법원 위한 법무부 설득 방안 △주요언론접촉결과첩보보고 △전통매체홍보전략 등 국회·법조계·언론을 상대로 로비를 한 정황이 담긴 문건들이 공개됐습니다. 해당 문건들은 대법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대응전략 TF 등에서 작성한 것입니다.

Q. 법원행정처는 정치권을 상대로 어떤 로비를 벌였나요?

2015년에 작성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응 전략’ 문건을 보면 당시 새누리당 김진태·김도읍·이한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서기호 의원을 상고법원 반대파로 분류하고 △접촉 루트(친한 법조인) △지역구 현안 △대화 소재(취미·장점) 등을 파악했습니다. 당시 법사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이 의원의 지역구에 전산 정보센터를 설립하는 문제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방안이 적시됐습니다. 또 공안검사 출신인 당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공안전담재판부’ 설치를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Q.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접촉하는 것을 검토했나요?

2015년 9월에 작성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야당 설득 및 대응 전략'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법사위에 속한 야당 의원들이 상고법원 도입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전해철 법사위 간사를 설득하기 위해 당시 당 대표이던 문재인 대통령 등 야당 지도부와 면담을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됐습니다. 문 대표와 면담에 대해서는 “전해철 의원에게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재 급박한 당내 현안이 많아 향후 정국 상황을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Q. ‘박근혜 하야 정국’을 대비한 문건도 있다던데요?

법원행정처는 ‘대통령 하야 가능성 검토’라는 문건을 만들고 정국 주도권이 국민 여론에 있으므로 향후 여론 변화 추이에 따라 대통령 하야가 불가피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특히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일선 법원 판결에 방향성이나 가이드라인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대통령 하야 정국이 사법부에 미칠 영향’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정치적 이슈는 진보적인 판단을, 경제·노동 이슈는 보수적인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습니다.

Q. 언론을 로비 대상으로 설정한 문건도 공개됐다면서요?

2015년 4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된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 문건을 보면 조선일보 지면에 지상 좌담회와 칼럼 등을 게재해 상고법원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 한 계획이 담겼습니다. 또, 경향신문·한겨레를 진보성향 매체로 분류한 뒤 “분리·고립시켜 반대 여론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Q.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대한변협과 민변을 상대로 어떤 전략을 펼쳤나요?

‘대한변협 대응 방안 검토’ 문건에는 상고법원에 반대한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을 압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문건은 대한변협과의 간담회 개최 중단, 모 언론사 기자를 이용한 비판적 기사 게재 방안 등을 검토했는데 이는 실제로 실행됐습니다. ‘민변 대응 전략’ 문건에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구성원을 상대로 ‘강온 전략’을 써 압박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현재 두 문건에 대해선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통계를 조작해 여론을 호도하려고 했나요?

법원행정처는 숙원사업이던 상고법원 입법화를 위해 통계 조작 등으로 여론을 호도하려 했던 정황도 이번 문건 공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2015년 1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한 ‘상고법원 관련 대외적 대응 전략’ 문건에서 기조실은 “부정확하더라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방법으로 상고심 심리 기간, 대법원의 예상 담당 사건 건수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2015년 6월 작성한 문건에는 “국민들은 전문지식이 결여되고, 복잡한 논리보다 직관적·감정적 이해를 선호하며, 여론조사 결과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고 평가해 여론 조사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Q. 법원행정처가 일반 국민을 ‘이기적 존재’라고 표현했다던데요?

2014년 9월에 작성된 ‘청와대 법무비서관실과의 회식 관련’ 문건에는 “일반 국민들은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 존재들”이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대법원이 과다한 사건에 시달린다는 속내들 드러냄과 동시에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비난한 것입니다.

Q. 이번 문건 공개로 김명수 대법원장 책임론이 불고 있다고요?

지난해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부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법원 태도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6월 김 대법원장은 “사법 농단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법원행정처가 검찰 자료 제출 요구에 비협조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에 법조계에선 김 대법원장이 행정 업무에 리더십 한계를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았는데요. 사법부를 상대로 문건 공개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한 변호사는 “법원 조직의 보수성이 그만큼 뿌리 깊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습니다.

Q. 앞으로 검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현재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를 중심으로 특수3부와 파견 검사 등 27명의 검사를 이번 사건 수사에 투입한 상황입니다. 검찰은 이미 압수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이동식저장장치) 등을 근거로 여야 국회 법사위원들의 재판 청탁 민원 의혹, 일제 강제징용자 손해배상 소송 지연 의혹, 문모 전 판사가 연루된 부산 건설업자 항소심 개입 의혹 등에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미공개 문건 공개로 법원을 향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는 만큼 앞으로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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