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전문변호사 릴레이인터뷰] 이찬호 “대북투자 앞서 남북단일 법제도 필요”

  • 행정고시-통일부 거친 미국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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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02 07:00
수정 : 2018-08-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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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남북경협은 단일 제도하에 공동 관리 기구 등이 완비된 상태에서 진행돼야 손실을 최소화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남북관계 훈풍을 타고 남북경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기업은 물론 개인도 대북 대박을 꿈꾼다. 하지만 길라잡이 역할을 할 정보는 태부족, 북한 투자를 준비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을 제대로 알기 위한 북한 법제도를 파악하는 게 최우선 사항이다. '로앤피-법과정치'는 국내 최고로 꼽히는 북한법 전문가들을 직접 만났다. 그들의 입을 통해 남북경협과 북한투자와 관련한 '힌트'를 알아봤다.<편집자 주>

“남북경협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동의 법제도, 실행기구, 분쟁조정기구 등의 현실적 대안이 나와야 합니다.”

남북경협 분야에서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찬호 태평양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에서 남북경협 성공을 위한 우선 조건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남북한 당국이 남북경협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의 남북경협을 두고 장밋빛 환상에만 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남북경협 제도는 불완전하다”며 “남한과 북한이 각각 법률을 운용하고 있어 같은 사항에 대한 규율을 이중적으로 하고 있는 결과가 초래되며,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이중규제에 놓이게 돼 많은 애로 사항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경협에 대한 남북한 간 합의는 이행되지 못하고 있고, 남북경협 과정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공동기구도 구성되어 있지 않다”고 현재의 문제를 직시했다.

이 변호사는 불완전한 현재 제도로는 북한에 대한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준비를 하는 데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80년대 말부터 남북교류가 시작돼 30여 년간 진행해왔지만, 지금 남북 경협을 실제로 추진한다면 북한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며 “지금 당장 우리 기업이 구체적인 대북 투자를 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지금은 준비를 하겠다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개인의 경우 성급한 투자보다는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이 변호사는 “남북 교류협력 제도화가 중요하다. 기업보다 개인의 경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아직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에 당장 투자보다는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관계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일반적인 해외투자보다 완벽한 제도 마련과 학습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남한과 북한 간의 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라 민족내부 관계이기 때문에 국가 간의 거래에 적용되는 관세 등의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특히 남북관계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남북관계 상황 등 한반도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가 지적한 정치적 리스크로 남북경협이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가 개성공단 폐쇄다. 이 변호사는 정치적 행위로 남북경협이 중단되고, 우리 기업들의 손실을 막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그는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남북경협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며 “현재 경협보험이나 교역보험 제도는 보상 범위가 제한적이고, 가입률도 낮아 보험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북한 투자 및 교류에 앞서 주의할 점도 몇 가지 꼽았다. 그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대북 투자를 계획하고, 계약서의 경우 가급적 상세하게 조건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은 경제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인 요소도 노사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 요소라는 점 등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경협 관련 법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가운데 대북투자를 추진하는 기업들에게 리스크 문제를 챙겨보도록 하는 것이 로펌의 역할”이라며 “앞으로 남북경협이 제도화되게끔 로펌들이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통일부에서만 20여년을 근무한 국내 최고 북한 전문가 중의 한 명이다. 그는 90년대 초반 신설된 남북교류협력국에서 근무하며 남북교류의 첫걸음을 함께했다.

이후 남북경협 실무자로 현대아산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진행시키는 등 남북경협 분야에서 행정과 실무 역량을 두루 갖춘 베테랑으로 꼽힌다. 통일부에서 기획예산담당관, 남북교류협력과장, 남북회담관리과장 등 주요보직을 거쳤다. 또 외교부에 파견돼 주미국 한국대사관 및 주독일 대사관에서 근무하며 국제 감각을 키웠다. 특히 독일 근무 당시에는 독일통일 과정을 연구하며 경험과 지식을 늘렸다.

지난 2004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그는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남북경제협력, 외교안보 분야 자문업무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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