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임차인 원상회복 범위 어디까지

  • 원칙은 들어올 당시 상태대로
  • 구체적인 경우 범위 조정 여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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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변호사(법무법인 명경)
입력 : 2018-07-28 09:00
수정 : 2018-07-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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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울에서 가게를 하다가 임대차기간이 끝나 건물주에게 명도를 해주고 나가려는 임차인입니다. 그런데 건물주는 처음 들어올 당시대로 원상회복을 해놓고 나가라고 하는데 지금 있는 시설 철거 외에도 전기, 조명 같은 시설들을 새로 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철거비에 조명 같은 시설비까지 들이게 되면 건물주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도 얼마 남지 않습니다. 건물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새로운 가게에 들어가려고 그 보증금을 주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건물주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금액이 모자라 너무 걱정이 됩니다. 게다가 건물주는 철거 다하고 새로운 시설까지 하지 않고 있는 동안 계속해서 보증금에서 월세를 공제하겠다고 까지 하고 있습니다. 정말 건물주가 원하는 정도로 다시 시설을 해야 할 의무까지 있는 것인지, 월세를 계속 공제하고 남은 보증금만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A) 건물주가 무리한 요구를 하며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임차인은 임차목적물을 반환할 때 계약 당시 약정이나 민법 제654조, 제615조에 따라 처음 임차할 당시 상태대로 원상회복하여 반환할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건물주와 임대차계약을 하며 시설을 그대로 두고 나가기로 하는 등 원상회복의무를 면제 해주기로 약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표준임대차계약서에도 원상회복 조항이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주는 임차인들에게 원상회복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원상회복을 하는 상태의 기준시점과 상태는 임차인인 처음 들어갈 때 가게 상태인데 이 부분에 대하여 건물주와 임차인 간에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처음 임대차계약할 당시에 건물주와 임차인이 원상회복할 상태에 대하여 현장사진이나 목록 등으로 자세히 정해두면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그렇게 꼼꼼히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드물고 이번 경우도 그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임차인이 어디까지 원상회복을 해주어야 하는가가 자주 문제됩니다. 원칙적으로 임차인은 처음 임차할 당시 상태에서 자신이 추가로 한 시설들만 철거해주면 됩니다. 종전에 있던 임차인이 이미 설치한 시설을 이어 받은 임차인이 나중에 자신이 이 부분도 철거한다는 약정을 하지 않은 이상 그 부분을 철거할 의무는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임대차기간 중 임차목적물을 사용하여 생기는 통상적인 마모나 훼손 정도는 임차인이 수리·보수할 사항은 아니라고 한 하급심 판결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임차인이 새로 시설을 하며 이전의 전기, 조명시설을 철거하고 새로 하였는데 가게를 나가면서 이전의 조명시설 등을 모두 돌려놓아야 하는지 문제됩니다. 원상회복은 다음 임차인이 영업을 하기에 적합한 상태대로 돌려놓는 것입니다. 임차인이 임의로 가게 상태를 변경하여 객관적인 이용상태를 안 좋게 하거나 활용정도를 떨어뜨린 경우 이를 다시 원래대로 하라는 취지라는 면을 고려한다면 임차인이 이전보다 더 좋은 상태로 변경한 부분까지도 형식적으로 해석하여 이전의 불량했던 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은 형평을 고려한 해석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건물주가 무리하게 임차인이 개량한 시설의 철거까지도 요구한다면 소송을 통하여 그러한 경우까지 원상회복할 의무는 없다고 다투어 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다음으로 원상회복을 다할 때까지 보증금에서 월세를 계속 공제하겠다는 건물주의 주장은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임대차기간 만료 후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줄 때까지 가게를 넘겨줄 수 없다고 하고, 건물주는 원상회복을 다하고 가게 넘겨줄 때까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다툼을 하여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 손해만 불어나는 상황을 자주 보았습니다.
이렇게 건물주는 명도를 받지 못하여 새로운 임차인을 들이지 못하고,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여 다른 곳에서 영업을 시작할 수도 없는 등 당사자들 모두에게 손해가 계속 불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차인은 일단 명도를 해주고 임차권등기명령이라는 제도를 이용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임대차기간이 끝난 뒤에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에서 임차인이 가게를 그냥 비워주게 되어도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임차권등기를 마치게 되면 종전 임대차계약상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대항력이란 간단하게 말해 건물주가 바뀌어도 바뀐 건물주에게 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고, 우선변제권이란 건물이 경매절차 등으로 매각되는 경우 그 매각대금에서 다른 채권자들보다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물론 확정일자나 등기일자 선후에 따라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습니다).

임차권을 등기하게 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는 측면 외에도 새로운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된 가게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게 되어 건물주로 하여금 보증금을 돌려주게 하는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건물주가 보증금을 계속하여 임의로 반환해주지 않는다면 소송 등을 통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명백하게 새로 설치한 시설은 건물주가 철거를 요구한다면 그대로 해주되, 이전보다 더 좋은 상태로 변경한 시설 등에 대하여는 건물주에게 원상회복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건물주가 무리한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가게를 넘겨주지 않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이용하여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사진=법무법인 명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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